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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소설] 장승업 알콜중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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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360회 작성일 16-04-20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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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소설]      장승업 알콜중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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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앙보르


 

열냥은 가당찮고 닷냥 오원 장승업이오

환쟁이가 그림만 그리다 갈려 했소만저자거리에 떠도는 풍문들 복창 터져 그냥 못떠나오

잡것들 지들은 숨어서 분탕질 쳐대면서 내가 대놓고 계집 끼고 붓질 한다고 개잡놈이라니

잡것들 지들은 어둔 데서 그림 비싸게 팔기 바쁘더니 내 그림은 훤한 데서 엽전 몇 냥

 

지들은 명나라, 청나라 환장하더니 내가 그림 보며 공부 좀 했더니만,

추사의 아류란다 떼놈들 아류란다

조선 오백 년 얼이 도망쳤댄다 그림으로 사기치는 네놈들은 누구 아류냐?

 

눈구녁이 있음 제대로들 보게나 그림만 보는 이, 그림이 뭔지 풍류가 뭔지 몰라요

추사나 겸재처럼 내가 붓 한번 그으면 서화도 아닌 걸 천재다 신운이다 아첨이라

그림값 올려 땅투기에 매관매직이요, 사갔던 그림 제목 좀 읊어봐라

금고에 넣어두고 싸돌아다니기 분주하지들 내가 개똥으로 그려줘도 향기롭다 아름답다 떠드는 상것이로고

 

지 새끼는 환쟁이 될까 단도리하지 술맛 간다, 이 놈들아

 

상팔자라, 첫사랑 소운 낭자 어디로 갔소 먼 발치서 바라보기만 했었소 용기 없어 보쌈도 못했구려

바가지 벅벅 긁던 내 마누라 어디에 있소 귀가 근질거려 못살겠소 본처에 주눅들어 도망친 성녀씨

대체 어디로 튀었소? 대놓고 사랑한 덕에 개잡놈이 되었다우

 

처량타, 솔바람 불고 작약 날리누나

구름 아래 어미닭은 병아리를 품고

연못에는 물고기 한가롭구나

갈대밭 기러기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고

니들이 그리는 그림이 진짜구나


저 선을 보아라 빨래줄, 내 선이 부끄럽다

저 색을 만져봐라 막걸리, 내 색이 염치없다

저 깊이에 빠져봐라 술주발, 내 깊이는 한뼘도 못되누나

저 소릴 들어봐라 고성방가, 내 소리는 그저 서 푼 술주정

부끄럽고 창피하다


어이 주모, 술 한 병 더 가져오소 안주는 며루치가 최고지 고추장도 더 주소

주모도 한 잔 받소 처녀 적에 무척 고왔겠수

 

도연명이 조선까지 내려와 분주하오

귀거래도, 그림이 고향으로 돌아오누나

백운청계, 흰 구름과 맑은 시내, 얼씨구 술 맛 난다

난청청산, 푸른 산 요란한 폭포, 신선이 따로 없구나

송풍유수, 시냇가 솔바람이 신선의 붓질

 

광통교 육교화방, 오물세도 못낸다오 작년에 우리 애들 전부 낙방이오

실기 시험은 돈이라오 줄 빽 없인 낙동강 오리알이지

소문 나서 화방 문 닫게 생겼소 주모는 아들이오 딸이오 거저 갈키겠소

술 값 없어 그러는 거 아니오 주모 고운 얼굴이나 내 한장 그려주겠소

백 년 후엔 삼만 냥 보장하리다

 

삼인문년도는 기암, 절벽, 망망대해

 

추남극노인도는 백발의 신선,

 

녹수선경은 신선이 사슴에게 경전을 가르친다오 못된 인간 길러봐야 사슴만 못하다오

녹용이 나오나, 가죽이 나오나 쓸개가 나오나 구름만도 못한 세도권세 적벽노송인 줄 알지

게를 물고기를 잠자리를 잉어를 배웠느냐 저치들이 내 사부들이다


돈 몇 푼에 몸을 팔았으니 내 그림이 그 짝이다


술 몇 잔에 몸을 주었으니 내 병풍이 그 짝이다

 

명문 경구 슬쩍 치고 서화라 팔아먹지 자기가 그리고도 자기조차 모르는

자기가 적어놓고 자기조차 헤매는 예술을 떠드는 치들이 음식맛은 제일 따지지

국운이 기울었소, 말해 무엇하오 임진란 때 당하고 이 참에 또 당하오

내 팔은 거북선 대못 하나 못 된다오 내 다리는 거북선 쐐기 한쪽 못 된다오

붓은 들어 어쩌겠수 비루먹은 그림이 왜놈 칼을 이기겠수?

싸구려 병풍이 왜놈 총을 누르겠수?

금고 속 서화가 불쌍하다 내게 손가락질 실컷 하더니만

내 붓질을 교양이라 침 튀기고 내 손짓을 억만금이라 뻥 튀는구나


이제 갈란다

돈 벌어주는 환쟁이 역겹구나

신선이나 될란다 사슴이랑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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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몽진2님의 댓글

profile_image 몽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앙보르선생님!
언제 읽어도 해학적이고 수려한 문체.
감사합니다.
저도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평소 오원 선생님을 존경했지만 그의
일생을 이렇듯 재미있게 그릴수도 있군요.
좋은 공부하고 글향에 취하여 한참 머물다 갑니다.

시앙보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원래 압축하고 압축해서 시로 쓰려다가 능력부족으로 엽편으로 올렸습니다.
전에는 화랑이나 예술의전당도 기웃거렸는데요,
요즘에는 많이 시큰둥해졌습니다.
어쩌다 근처 도서관에서 만나는 소품들이 외려 마음에 들더군요.
좀 더 깊이 고민하고 디테일하게 적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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