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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잎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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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서지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224회 작성일 16-04-26 09:16

본문

 

은행잎 교감  / 서지숙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일들을 보거나 겪게 된다. 가을이 깊을 대로 깊어가던 어느 날이었다. 조금 한가한 시간이라 그런지 지하철안은 모처럼 한산하고 창가로 들이치는 가을햇살이 눈부신 날이기도 했다. 때마침 이어폰으로 솔베이지 노래가 흘러나와 나는 거의 그 음악과 늦가을의 햇살 속으로 느긋하고 기분 좋은 노근함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요난히 노란 빛이 감긴 눈시울에 반짝이며 스며듬을 감지하고 무심코 건너편으로 시선을 고정시키게 되었다. 샛노란 은행잎을 양손에 한 줌씩 쥐고 입가로 지긋한 미소를 띠우고 있는 할아버지 한 분이 눈에 띄었다. 각박한 세상, 그것도 70은 족히 넘겨셨을 할아버지께서 은행잎을 들고 계신다는 것이 예사롭게 보이지않아 이어폰을 벗고 옆에 할아버지와 나누는 대화에 귀를 기울었다.

 

은행잎이 너무 예뻐서 그냥 지나칠 수가 있어야제요 그래서 한 주먹 주워봤네요 비를 맞아서 그런지 샛노란 것이 정말 예쁘지요?!”

 

그러면서 양손에 쥔 은행잎을 옆에 다른 할아버지에게 흔들어 보였다. 순간 은행잎들은 별빛처럼 반짝였고 할아버지는 소년처럼 웃고 계셨다.

 

정말 예쁘구만요 하하

세어보고 똑 같이 나눕시다 하하

 

그리고는 은행잎을 양손에 들고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할아버지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에 핸드폰으로 몇 장을 찍었다

 

 “ 다섯 장씩 나눠 가집시다 하하

...아따 고것 어지간한 꽃보다도 곱네요 하하

그렇지요?! 꽃보다 더 곱기도 하지만 마치 우리네를 닮은 것 같아요. 봄에는 희망을 가지고 피어나는 꽃들이 천지에 환하지만 가을에는 인생의 끝 무렵 마지막으로 단 한 번 붉게 물드는 단풍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나에게는 지금이 마치 소춘의 어느 하루를 지나고 있는 것만 같아요 하하

 

그리고는 두 분의 할아버지는 전화번호를 서로 주고받으며 손에는 은행잎을 쥐고 입가에는 하나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지금 막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소년들의 얼굴처럼 발그레했다. 처음 보는 할아버지들께서 은행잎으로 황홀하고 풋풋했던 시절을 서로 교감하는 모습이 그렇게 고요하고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옛 선인들은 11(10)소춘이라고 했다. 봄에는 온갖 꽃이 피어나 희망의 메시지로 환하다면 가을과 겨울사이의 이 즈음은 인생에 있어서 이승의 마지막 꽃으로 붉디붉은 단풍을 피워 올려 또 하나의 마지막 봄을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늦가을 비바람을 맞고 홀홀히 그 생을 가만히 내려놓고 있는 단풍은 그 어느 꽃보다 붉을 것이다. 문득 요즘 유행하는 말이 생각났다. 젊은이들여 늙어보았는가 우리는 젊어봤네. 그렇기에 이 가을 저 은행잎도 저토록 고울것이고 그와 같이 몇 고비 인생을 지나온 할아버지의 주름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의 음양도 잠언집처럼 숙연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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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몽진2님의 댓글

profile_image 몽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르신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눈에 선하군요.
그들을 고운눈으로 바라본 서지숙님의 마음이 또한 아름답습니다.
잘 읽고갑니다.

시앙보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저런 모습으로 곱게 늙어가고 싶습니다. ^^
'소춘'이라는 이쁜 단어도 하나 단풍잎처럼 챙겨 갑니다.

프리드리히님의 댓글

profile_image 프리드리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숙님 여기서 놀고 계시네요. 저 햇살의 음양 잠언집
단풍은 절로 붉지 않았고...늙어 보았는가? 그건 죽어 보았는가? 와 같으므로
별로 공감가지 않은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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