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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남편이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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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쇠비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351회 작성일 16-04-2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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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일곱에 혼자 되신 엄마는 겨울이면 인삼장사를 가셨다.
5리 떨어진 외삼촌댁에 들렀다가 장사를 간다고 하셨는데 그 날 오후에 상고치는 아저씨와 아기업은 아주머니가 엄마가 가보랬다며 우리집에 오셨다.

오빠방이 비어서 그 방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 당시 다른 동네는 이미 전기불을 켜고 살았는데 앞집과 우리집은 외딴집이어서 비용 부담이 커서 공사를 못해서 호롱불을 켜고 살았고 불을 때서 밥을 지어먹었다.
15살이던 나는 아픈 언니 죽을 끓이고 보리에 쌀 조금 섞인 아침밥을 해서 그 가족과 같이 먹고
노란 양은 밥통에 밥을 담아 아랫목에 묻어놓고 가면 아주머니가 점심은 챙겨서 드시고
저녁은 내가 해서 먹었다.

2일 정도 후에는 저녁마다 죽을 끓여먹었다.
죽을 드려서 어떡하냐고 하면 아주머니는 괜찮다고 하며 드셨다.

추운 어느 날 아저씨가 방에 불을 너무 넣었는지 장판 한쪽이 타버렸다.
양귀비 꽃무늬가 있는 장판이었는데 똑같은 무늬를 구할 수 없다고 다른 무늬의 장판을 사다가 깔아놓았다.

경상도에서 장사를 마치고 엄마가 오셔서 너무 화를 내셨다.
사흘이나 있다갈 줄 알았지 보름 동안이나 있을 줄 몰랐다면서
저렇게 어린 것이 몸도 성치 못한 것이 해주는 밥 먹고 있었냐고 기막혀하셨다.
총각이 자는 방에 짝째기(짝이 다른) 장판을 깔아놓으면 꿈자리 사납고 안좋다고 화를 내셨다.

아이 아빠가 술울 먹으면 아무데나 누워서 잠을 자니 추위에 잘못될까봐
이 어린것을 업고 다닌다며 울상이되어  동정을 구하는 아주머니에게 엄마는
"당신은 남편이 있잖아!" 하셨다.

황부잣집 귀한 딸로 태어나 당당하게 살던 우리 엄마는 오랜 지병을 앓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가난하게 사셨지만 가난해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척추 결핵을 앓는 18살난 딸과
한쪽다리 많이저는 15살난 딸과
12살 막내딸이
엄마 기다리며 사는 집에 상고치는 아저씨 가족이 와서 다리저는 15살난 딸이 해주는 밥을 먹고
보름 동안이나 있었다니 그때 엄마의 심정이 오죽했으랴!

동생의 말에 의하면 동생은 상고치는 아저씨 가족과 한상에서 밥을 먹기 싫어했고
싫은 내색을 많이했다고한다.
그러면 그 아주머니는 동생 눈치를 보며 칭찬도 하기도 하고 언니는 같이 먹자고 달래고 그랬다고한다.
보름동안 숙식제공 받은 보답으로 밥담아 보관하는 양은 찬합을 사주고 싶었는데 장판사느라 못샀다고 말하던 아주머니가 생각이난다.

 

엄동설한에 아이까지 업고 매일 술마시는 남편을 따라 남원에서 진안 산골까지 따라온
그 아주머니가 과부된 엄마의 심정을 얼마나 헤아릴 수 있었을까...

40여년 전 그 시절에도 흔치 않았던 일을 기억하며 웃는다.
목이 메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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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시앙보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이지 목이 메입니다.

시대만 바뀌었을 뿐, 요즘에도 어려운 사람들은 더 어려워 한다는 생각입니다.

예전에는 인정이나마 있었지만, 지금은 죽기살기 경쟁 뿐이지요.

물론 아름다운 분이 많아서 대한민국이 건사된다고 봅니다. ^^

쇠비름님의 댓글

profile_image 쇠비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앙보르님!
감사합니다.
얼마전 동생을 만나서 그때 이야기를 하며 웃다가 울었습니다.
등에 업혔던 아이는 사십대 중반이 되었을 것이고..

사년 전에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하며 울었습니다.

강촌에살고싶네님의 댓글

profile_image 강촌에살고싶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쇠비름님 오랫만입니다.
한동안 글을 올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잔잔하게 이어지는 추억의
한 토막을 생각이 납니다.
그래도 어렵던 시절이 그리워지는 것은
아마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징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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