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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을 사랑해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53회 작성일 16-05-09 21:49

본문

그는 세무사 출신이었습니다.
스스로 정년을 선포하고
노후에 장만한 대학교 앞에 하숙집
달마다 천 만원이라는 거금이 나왔습니다.

어느 날,
그가 난생처음 위 경련에
119차를 불러 병원을 갔습니다.

간암 말기,

그에게 남겨진 시간은 일 년,

청천벽력같은 사형선고였습니다.

그 날부터
그의 삶은
흰 가운을 입고
방사선 치료와 두번의 수술을 했습니다.

그에게 남겨진 시간은 이제 육 개월,

그의 머리카락은 빠져 모자를 썼습니다.
그의 헛 구역질은 먹은 게 없어
하얀 가레를 쏟아 냈습니다.

물 한 모금도 삼킬 수 없는 고통의 날중에
가족들이 병문안을 왔습니다.

"여기 암 병동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가짜 환자 들이야"

그가 보기에
겉은 멀쩡한 사람들이
링겔병을 하나씨 끌고 복도를 오고 갔습니다.

"여보, 내일은 퇴원하고 싶어"

그가 뱉은 두 마디의 말은
어색한 웃음뒤에 침묵이었습니다.

그의 고집으로 퇴원을 하고
집에 돌아 온 날은
아내와 식구들이
조촐한 만찬을 준비 했지만
아무것도 삼키지 못 했습니다.

그렇게 꼬박 일 주일을
앓아 누운 어느 날,
그는 거짓말 같이 일어 났습니다.

"여보, 산에 바람 좀 쐬고 올께"

먹은 것도 없는 그가
산책을 간다는 것은
걱정스런 일 이였습니다.

아내와 가족들이 부축을 하려 해도
그는 극구 사양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아침에 나간 그가 돌아 온 시각은
해 질녘이었습니다.

그가 산을 다녀 왔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의 표정은 한결 밝아 보였습니다.

물 한 모금도 삼키지 못 하던 그가
멀건 미음을 삼키고
이네 토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미음을 삼키고~

그는 삶에 애착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이면
그는 산책을 나갔습니다.
그의 아내는 그가 돌아 오기까지
그의 걱정으로 안절부절 하였습니다.

그가 집으로 돌아 올 때의 모습은
한결 밝아 보였습니다.

극심한 고통이 오면
그는
진통제를 한 입에 털어 넣었습니다.

차가버섯,
비오글라,
개똥쑥,
민들레,
홍삼, 기타 등등
간에 좋다는 민간약재를 그에게 주었습니다.

그의 병세는
나빠지는 것 인지
좋아지는 것 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가 전보다 밝아졌다는 것과
진통제를 자주 먹지 않는다는 것과
물 한 모금도 삼키지 못 하던 그의 입맛이
제철 과일과
쌈밥을 즐기기 시작했다는 것 만으로
그의 아내와 자식들은
위안을 삼았습니다.

그가 병원을 나온지 삼 개월이 흘렀습니다.

그에게 남겨진 시간은 이제 석 달,

그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한 장의 서류를 내밀었습니다.

유서,

그는 공증 사무실에 다녀 왔습니다.

그의 표정은
가족들의 걱정과는 사뭇 다르게
아무 걱정도 없는 사람처럼
웃고 있었습니다.

그가 한 평생 이룬
재산에 대한 상속분이
깨알같은 글씨로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멘 마지막에 남긴
한 줄,

"나는 곧, 죽음을 맞이 할 것인데
누가 날 위해 웃어 줄 수 있는가?
그 사람에게 나의 재산 중에
20%의 상속분을 주겠다."

유서를 읽어 본 가족들은
그가 이제 막
임종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깨닭았습니다.

그가 왜 자신의 죽음에 단서를 달고
슬픔이 아니라 웃음으로
대신 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는 달력에 숫자를
하나씩 지우며
가족들이
그의 삶을 걱정 할 때마다
나머지 상속분의
20%를 상기시키며
웃었습니다.

가족들은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가 웃을 때마다
가족들도 웃을 수 있었습니다.

그가 적어놓은 숫자들이
하나씩 지워져 갔습니다.

그의 주치의가 이야기 한
일 주일을 앞 두고
그는 새벽에
아내의 손을 잡고
물그러미 보며 말했습니다.

"여보!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야.
왜 진작에
유서를 써보지 못 했던 것인지
그 것이 후회스러워.
내 마지막은 당신이 지켜 줄 것 같아
나는 외롭지 않아.
이제 부터는 당신도
아이들을 위해 살지 말고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요.
좋은 것 먹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참지말고
누구의 아내,
누구의 딸,
누구의 엄마가 아니라
당신,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을
사랑해요.
내가
당신 이름을 자주 불러주지 못 한 것이
제일 후회스럽워."

아내는 그의 말에 그저 눈물만 흘렸습니다.

그가 만들어 놓은 숫자에
마지막 하루를 지우고
그는 삼일을 더 살았습니다.

그는 자는 듯이 새벽에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족들은 그의 장례를 치르며
누구의 아버지,
누구의 남편,
누구의 자식이 아니라
그가
이 세상에 남기고 싶었던 한 가지는
그가 살았던 삶이 눈물이거나
동정이거나
슬픔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힘껏 웃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그를 사랑했던 사람이기를
얼마나 원하였던가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의 장례식이 끝나고
일년 후,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그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 였습니다.

"여보!
나는 매일 죽는 사람과
매일 살아있는 나를 보고 있어요.
여기는 차로 한 시간
버스를 타야 올 수 있는
희망 요양원이오.
여기 오는 모든 사람들은
삶에 희망을 놓았거나
자식에게 버림을 받았거나
병마와 싸우다가
자신감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하루 하루
삶의 희망을 잡고 있는 곳이요.
몸을 가누지 못 하는 사람들의
목욕 봉사를 하며
나는 매일같이
내 마음을 닦고 있소.
사는 것이 힘들 때마다
나는
자식들의 앞 날을 걱정하며 살았소.
이 세상에 당신만 있으면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았던 마음도
매일 늦은 퇴근과
스트레스로 마시던 술,
담배
그리고 통장의 잔고만 보고 살았던
바보였소.
하지만 단 한번도
가족을 지키는 가장으로서의 삶이
부끄럽다 생각 해 본적은 없어요.
나에게 주어진 일년은
사형선고가 아니라
두 번째 수술을 끝네고
잠에서 깨었을 때
나는 알았소.
남은 육개월의 시간은
나를 정리하고
내가 이 사회로부터 받았던 사랑의 일부를
돌려주고 가고 싶었소.
병실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흰 가운에 입혀 생을 마감하기에는
내 자신의 마지막이
너무 비참 할 것만 같았소.
나는
다 이루지 못 한 삶을 살았던 것이
아니라
내가 보지 못 한 생을
덤으로 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닭는 순간
나는 다시 태어 나야만 했소.
슬픔은 희망을 거둔 사람들의 변명이었소.
부디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기를 봐랄 뿐이오.
부디
세상 살기 힘들고
사는게 재미없다 생각되더라도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 길 부탁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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