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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꿈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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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254회 작성일 16-05-19 17:09

본문

부단히 자고 일어났더니
허리가 아프다.

어제는 술이 과했을까?
신경을 누르는 척추
척추를 누르는 술

건물 지하 한 칸을 임대해서
연극연습을 한다는 아들
아르바이트를 해서 푼푼이 돈을 적립하고
오디션을 준비한다는 아들
밀린 임대료를
아르바이트가 끝난 새벽에
건물 청소로 대신한다는
아들
여자는 말끝마다

"내가 돈이 있으면 그놈,
뒷바라지해 줄 텐데"

그녀의 남편은 택시 기사였다.
12시간을 꼬박 일하고 들어 온 새벽 4시
자다가 홀연히 떠났다.
'과로사'

그 한을 풀어보려는 듯
그녀의 실내포차의 이름은
'황금포차' 다.

맥주보다는 소주가
소주보다는 막걸리가 더 익숙한
텁텁한 쉰내가
막노동 꾼들의 땀내처럼 스멀스멀 묻어난다.

저녁을 거르고 마주하는 막걸리가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그 마음을 알아주는 듯
냉동실에서 금방 나온 슬러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깍 뚝 썰어 나온 오이 몇 토막에
마른멸치 한 줌
초고추장

"안주는 이것으로 충분하네"

건네는 농담에도
싫은 기색 하나 없이 화색으로 반겨준다.

멸치 육수가 은은한
태평양의 향기
태양을 삼킨 뜨거운 맛
청양초
무지렁이 같이 살아도 열매를 맺는다
두부 한모
팔딱팔딱 두부찌개 한 냄비가
휴대용 가스레인지 위에서
말을 걸어 온다.

얼마나 많은 세월을 달켰을까?
포마이카 탁자의 지문이 탈색했다.
수저는 빛을 잃어가고
중국집 배달접시마저 불에 눌었다.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마주하는 탁자에
별반 특별한 이야기가 없어도 웃어주는
알음알음의 사람들

술을 마신다.
막걸리 한 사발을
'쭈~~욱' 들이키고
'카~~'
그리고 열을 세우는
'탁'
젓가락 소리

생의 반지름은
막걸리 술잔에 뜬 달
마셔도 마셔도 또 떠오르는
보름달
헛배를 채우고
헛가슴을 채우는
하루의 둘레 길은
다람쥐 쳇바퀴를 돌린다.

멀대같이 큰 키에 건장한 사내가
홀 문을 열고 주방으로 간다.

'누구지?'

'이 집 막내아들'

오매불망 따라붙는 눈길,
여자의 입가에 번지는 잔잔히 미소

여자가 침이 마르게 자랑하던
연극을 한다는 아들이다.
대학로 소극장에
단막극이 오르기까지
아들은 꿈을 먹는 사람이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설거지통에 손을 담그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효의 실천은
부모 마음을 알아주는 것으로부터이고
가족이란
서로를 기대고 사는 믿음이다.

술 추렴에
왁자지껄 꺼내놓는 입담이
시간은 자정의 오름길에 열을 세운다.
'그만하면 됐다.' 생각이
얼큰한 취기로 까맣게 잊고 있던
집을 떠올렸을 때,
여자의 아들을 불러
오만 원, 지폐 두 장을 내밀었다.

화장실 좌변기를 갈고 십만 원,
빌라 옥상에서 땅으로 길게 내리꽂은
연통의 빠진 관절을
고가사다리를 타고 이어주고 십만 원,
하루 수입의 절반을 선 뜻 내밀었다.

"저, 이게 무슨 돈입니까?"

"고맙습니다 하고 받아 두게
연극을 한다고 고생이 많지
사람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꿈을 꾸는 사람이네"

조폭이 햄버거 가게에 갔다.
성악을 공부하는 늦깎이 고등학생
조폭에게 부 두목이 한마디 한다.

"여기 있는 사람 중에
내가 제일 불쌍한 사람이다."

"형님이 왜 불쌍합니까?"

"저기 앉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꿈이 있다.
나는 꿈이 없어 불쌍하단 말이다."

실화를 영화로 만들었던
파파로티의 한 장면이 머리를 스쳐 갔다.

기억 상실증에 걸린 사람처럼
어제의 일이
무성영화같이 흘러간다.

"저는 손님이 뒤에 타시라고
일부러 차를 앞으로 길게 댔습니다.
앞자리는 안전띠도 메야 하고~~"

"저도 운전하지만
뒷자리에 타면 멀미가 나서 그래요."

택시기사의 곁눈 질에
화가 난 사람처럼 말하고 있었다.
허리의 꽉 쪼인 복대를 고쳐 매고

"제가 허리가 아파 그렇습니다.
허리가 아파보니
두 가지가 변합니다.
화난 사람처럼 목소리가 거칠어지고
돈 벌라고 고객이 일을 주는데도
'고맙습니다.' 소리가 안 나옵니다."

"몸이 아프면 다 그렇지요."

택시 차창 밖으로
황사 주의보가 없는 화창한 날이다.
수은주가 32도를 오를 것 같은
아카시아 꽃이 활짝 핀 꽃 같은 날이다.
이렇게 화창한 날은
우울증 환자들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데
'나는 꿈이 있었던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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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아무르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귀를 닦는 길


아무르박



꽃의 물결이 산에 오르고
단풍의 물결이 산을 내려갑니다.
산사에 눈이 내리면
사람의 발길이 뜸하더이다.


묵은쌀 한 줌 풀어
새를 불러들이게 되었습니다.
도둑고양이 산에 오르면
여지없이 짝을 찾아 새끼를 낳고
산을 내려갔습니다.


개도 목탁소리에 꾸벅꾸벅 참선하는
절 마당의 댓돌에 부리를 비비는 까치 부부가
시주 한번 없이 공양 간에 쌀을 비워도
나른 나른 오후의 햇살이 자비롭습니다.


겨울나무가 몸을 녹이고
막혔던 길이 제 모습을 찾는 봄이 오면
모든 것을 다 덮어 둔 눈이
새 생명을 소생합니다.


골골 깊은 계곡에 물이 흐르면
그 사납던 바람도 순한 양처럼 잠들고
무심 바위들이 시냇물을 가둔 면경에
하늘은 욕심 없이 가득했습니다.


들판의 곡식들이 황금 물결로 출렁이면
비루하고 남루한 것은 사람의 마음
행색을 탓하지 않는 풍요가
산을 내려가 들을 적신 까닭입니다.


묵언 수양은 마음으로 귀를 닦는 일이요
귀를 닦음은 세속에 눈을 씻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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