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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매일, 전쟁과 평화를 가르쳐 주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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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177회 작성일 16-05-22 15:26

본문

오후 2시, 햇살이 가득한
아파트 계단의 창문 밖으로
아무 시름도 없는
일요일의 도시 풍경이 평화롭다.

시집을 한 권 펼쳐놓고
아파트 계단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구슬을 깨는 시가 넉넉하다.

'남의 눈에 거슬릴까'
집은 있어도 내가 숨을 방 하나 없는
자유
계단에 아파트 방화문을 닫아 두었다.

벌컥, 방화문이 열리고
아들의 손에 노란 머그잔이 들려있다.

"아빠, 화채 배달이요."

"냉장고에 넣어둬라."

아주 가끔
시를 쓰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과일을 배달하고
막내는 토스트를
아내는 커피잔을 들이밀었다.

이쯤 되면,
아파트 계단은 서제요
창작의 마당이었다.

한때는 아이들 베란다를 비워
청소를 하고 책을 옮겼다.

"여보, 둘째가 까칠해요.
아빠가 옆에 있으니 공부가 안된데요."

'시인의 골방'

멋진 이름도 지워 주었건만
시대의 아버지들은
변변한 자신의 독방이 없는 것이다.

다시,
방화문이 벌컥 열리더니
아들이다.

이번에는 무슨 일일까?
의문 부호가 땡,?,땡, ?, 땡, ?...
머릿속에 종이 치고 있었는데

"아빠, 외할머니가 오신대요
아빠도 내려가시겠어요."

"아니다, 네 엄마하고 내려가라"

처가는 언제 다녀 왔을까?
제주도 처제 집에 다녀 오신다던데
어버이날도 일 때문에
다녀오지 못 한마음을 아들들이 알았는지
큰아들과 막내는 살그머니 다녀왔다.

아내는 그 날,
'내가 남편도 없는 여자야!'
입버릇처럼 하던 말처럼
일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줄은 알고 있지만
몸져누웠다.

그도 저도 미안한 맘이
순간
머리를 스쳤던 것이었는데

급히 엘리베이터로 달려갔을 때는
이미 숫자는 일 층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상추를 한 아름 뜯은 봉지를 내미셨다.

"일요일이라 오늘은 집에서 쉬나."

썬 돼지고기 봉투를 함께 내미시는데

"상추에 싸 먹으라고
일 킬로 샀네"

"저희를 다 주시면 뭘 드시려고요."

"우리 것도 따로 있네."

커피라도 드시고 가라는데
한사코 집으로 가시겠다는 장모님,

"명이 나물로 짱아치를 담았는데
맛이 꼭 들었어요."

"짱아치를 만들어 오나
얘는 왜 이렇게 오래 걸리냐"

꿈트기는
자식낳고 살았지만
낳고 기른 장모님 만큼이나 답답하다.

아침에 먹었던 카레와
명이나물을 건네드렸다.

딸 여섯 중에
가까이 산다는 이유로
이 십 년을 푸성귀라도 얻어먹고 살았다.

서울에서 이천을 오가던 차가
벌써 네 번째 바뀌었는데
어느새 손주들을 여럿 거느린 호호 할머니다.

미안하고 죄송하고
늘 고마운 분들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부모 그늘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며 생각했다.

"자기야, 쌀 떨어졌어!"

아내는 20kg짜리
쌀 봉투를 탈탈 털었다.

"애고, 오늘은 떨어지기 전에 말도 하네"

겨울이면 연탄을
쌀가마니를
밀가루를
쇼티닝을
김장김치를 준비해야
한 시름을 놓으시던
아버지,
지지리 복도 없어 일찍 돌아가셨다.

요즘 같은 세상에
동네 마트에 전화하면
총알같이 20kg 한 포대도
취향과 구미에 맞게 배달을 해 주는 세상에

생활비에서 쌀 한 포대 더
받고 싶은 아내의 애교였겠지만

'쌀 떨어졌다!!'는 말은
종갓집 아궁이에 불씨가 꺼졌다는 말처럼
나는 억장이 무너진다.

"당장, 두 포를 사."

오대산에 오대미,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랐다. 임금님표
녹차를 먹여 키웠다 녹차 쌀,

쌀은 단순한 밥의 그 의미를 넘어섰다.
기능과 환경 그리고 밥맛의 순으로
소비자의 선택은 변했다.

"아들, 수박 화채는 듬성듬성 썰어야지
이건 화채가 아니라 수박을 삐져놓았다."

"타박하지 말고 먹어,
그나마 아들 군데 가면 그리울 때가 있어."

아내의 말처럼
아들의 손맛이 그리울 때가 있을 것이다.

"할머니는 드렸어."

"네"

어머니 방문을 열고

"할머니, 화채 묵었나"

어머니는 딸네 집에 다녀 오셔서 피곤하신지
침대에 누워,

"그래, 화채 묵었다."

그러면 됐다.
내리사랑이라 하지 않았나.
아침에는 아들과 함께 카레를 만들었다.

화채 한 그릇 쭉 들이킨다

주방에 압력밥솥은
부으오 욱~
기차 화통을 발산하고
일요일은
내 일상의 피안 길에서 돌아와
전쟁 같은 삶을 일깨운다.

시는 언제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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