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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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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지명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271회 작성일 16-06-01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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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산에서

                       김지명

 

   오월의 마지막 주말에 갈맷길 2-2구간에 걷는다. 부산의 오솔길은 갈맷길이라고 칭하는데 거리가 너무 길어 구간으로 만들어 놓았다. 갈맷길 구간 중에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 장자산 오솔길이다. 장자산은 지리학적으로 동과 남을 갈라놓은 기점에서 동북쪽으로 쭉 뻗었다. 이틀이 멀다 하고 걷는 장자산 갈맷길에서 파도 소리는 빼놓을 수 없는 자연의 소리다. 산기슭에서 유하정이 있는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재재거리는 산새 소리와 개울에서 졸졸거리며 흐르는 자연의 소리가 내 심금을 울려준다.

   지하수와 미물이 많기로 유명하다. 견성암을 지나 산 중턱 암반에서 솟구치는 탄산수의 맑은 물로 목을 축이면 시원한 맛이 온몸에 퍼진다. 발원지는 여기뿐만 아니다. 이 산에서 계곡이 시작하는 곳엔 대다수 물이 솟아 흐른다. 유하정을 앞에 두고 팔부능선 습지에 도롱뇽이 알에서 깨어나 어설프게 움직인다. 도롱뇽은 일급수에만 생존하는 미물이다. 주로 밤에만 활동하며 시력이 나빠 냄새와 촉각으로 먹이를 찾고 달팽이나 작은 물고기와 가재 등을 잡아먹는다. 습지에는 많은 미물이 공존한다. 매미의 애벌레와 작은 물방개도 보인다.

   장자산은 작지만 만물의 산이다. 식물과 조류 그리고 풍경 이 모두 어울린 부산 최고의 산으로 알려졌다. 큰 고개쉼터를 지나 계곡 언저리로 내려가면 숲 사이로 급경사를 조심스럽게 내려가다 보면 식물원을 방불케 할 정도로 다양한 나무들이 생존한다. 뽕나무, 보리수나무, 보리장나무, 상수리나무, 누리장나무, 떡갈나무, 개암나무, 예덕나무, 등나무, 노송 등 종류도 다양하다. 장자산은 야생화도 아주 많다. 계절마다 피는 꽃은 향기도 다르다. 홀아비꽃대, 갯까치수염, 남산제비꽃, 고마리, 고비, 삼백초 등 약 삼백 여종이 존재한다.

   조류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끼룩거리는 갈매기의 여유로운 모습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넓은 나무이파리 사이로 노란 주둥이를 들어내고 먹이를 달라고 재재거리는 새가 딱따구리 새끼다. 벌써 둥지를 떠나 어미 따라 나들이 나온 모양이다. 이것뿐만은 아니다. 때까치와 꿩, 까마귀와 까치, 무당 새, 조롱 발이, 크낙새, 산비둘기 등 다양하게 볼 수 있는가 하면 뻐꾸기의 울음소리가 온 산에 메아리친다. 바닷물 위에서도 조류의 종류도 보인다. 갈매기와 가마우지, 기러기, 바다제비 등이 있다.

   장자산은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농바위 쪽으로 내려오면 기암절벽과 계곡이 운치를 가미한다. 깎아지른 절벽과 해안선에 넓은 바위가 있는 곳으로 갈맷길이 핏줄처럼 여러 갈래로 뻗었다. 산과 바다가 접하는 해안선 따라 파도 소리 밟으며 걸어갈 때 갈맷길로 걷다 보면 누구라도 비경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여기에 처음 왔을 때 감동을 주는 경관에 놀라 찬탄을 아끼지 않았다. 아득한 수평선이 펼쳐진다.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는 계절에 따라 높낮이가 다르다. 낮은 파도는 낭만적인 소리를 연출하지만, 높은 파도가 바위에 부딪칠 때 우렁찬 소리는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호수의 물처럼 바다가 고요한 날이라도 해변에서는 잔잔한 물결이 소리 없이 오르내린다. 동풍이 불어오니 은빛 윤슬을 부수며 일렁거리는 파도가 바위를 애무한다. 바위틈에서 들려오는 낮은 소리는 잔잔한 배경음악으로 분위기를 더한다.

   바다 언저리에 앉았다. 해변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밀려오는 바닷물의 움직임을 본다. 파도가 알몸으로 앉아있는 바위를 얼싸안을 때 곁에서 지켜보던 자갈이 질투한다. 자갈은 바닷물이 물 밖으로 밀었다 다시 끌어갈 때 간지럽다며 웃음소리 흘린다. 자갈이 포옹해 달라고 와르르 소리 내며 치맛자락 잡는다. 파도가 육지에 접할 때 다양한 물체의 모양에 따라 각가지 소리를 연출한다. 물체의 모양에 따라 부딪치는 소리가 다르게 들려온다. 소리는 물결의 높이에 따라 달라지고 밀려오는 속도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 잔잔한 파도 소리는 들어서 기분이 좋아지지만, 태풍처럼 강한 바람이 몰아칠 때는 공포감을 느껴 스트레스를 받는다.

   물과 바위는 연인 같다. 그리워하며 밀려오던 파도가 물 위에 솟은 벌거벗은 바위를 만져보고 문질러보기도 한다. 파도가 철썩이며 바위와 입맞춤하는 소리가 내 귀에는 감미롭게 들려온다. 작은 소리로 속삭이며 잠시도 멈추지 않고 만지작거리는 모습이 너무나 애절하게 느껴진다. 호수처럼 물의 움직임이 없으면 그리움도 맛보지 못할 것인데 바다는 밀물과 썰물이 사랑을 파괴하는 주범이다. 사랑을 나누다가 썰물이 지나가면 다시 밀려올 때까지 그리움은 계속된다. 물거품으로 사라져 버리는 파도지만, 지면과 부딪칠 때 자연이 연출하는 소리에 매력을 느낀다.

   소리와 경관은 이기대공원을 살찌운다. 비경을 자랑하는 갈맷길로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듣기 위해 관광객은 몰려든다. 바다에서도 연출자가 되려고 어깨를 맞대고 줄지어 밀려오는 파도가 물보라를 흩날린다. 물안개가 햇빛의 방향에 따라 무지개를 만들어낼 때 동화 속으로 여행 온 느낌이다. 계곡에서 떨어지는 작은 물줄기도 폭포처럼 시원한 소리를 날린다. 익어버린 봄이지만, 바람은 싱그러운 이파리로 미세한 소리가 리듬을 연출한다. 바다와 접하는 산에서는 새소리가 파도 소리에 뒤질세라 재재거리고 뻐꾸기도 산이 떠들썩하게 울어 젖힌다. 이 모든 소리가 화합의 일치이다. 해변에 앉아 자연의 오케스트라에 취한다.

   부산 주변에는 많은 산이 있다. 높낮이와 관계없이 내가 오르지 않은 산이 한 곳도 없다. 산마다 살피고 관찰하였으나 장자산 만큼 다양한 식물을 품은 산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부산 주변의 명산을 자랑한다면 장자산을 말하고 싶다. 해변을 끼고 있어 그런지 염분에 강한 생명을 가진 야생화도 많고 다른 산에서 볼 수 없는 나무가 아주 많아서다.

   산과 바다에서 들리는 소리가 다르다. 산으로 걸으면 미물들의 소리가 계절에 따라 다르게 들리고 밤낮에도 차이가 크게 나지만, 파도 소리 밟으며 해변으로 걸어가면 바다에서 일어나는 각가지 소리는 계절에 따라 엄청나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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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지명이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지명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노정혜 작가님 반가워요
읽어 주시고 흔적 남김에 고맙습니다.
흔적은 우정의 밑거름이지요
좋은 정보 부탁합니다.
건필하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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