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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부치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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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270회 작성일 16-06-27 22:16

본문

아들아
나는 이 말을 하고
가슴이 멘다

내일이면 군인 가는구나

아비는 오늘 기분이 좋다
네가 자랑스럽다

네가 그랬지
돈 없고 백 없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어 군인 간다고

나는 네 말에 가슴이 아팠다

그래,
이 아비는 돈 없고 백 없어
너를 군대 보내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한없이 슬펐다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싶었던 사람이
얼마나 되겠니

어쩔 수 없었다는 말에
나도 화가 났는 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우리 아들이 많이 컸구나
네가 있다면
이 나라의 국방은 든든할 거라 믿고 싶다

돈 있고 백이 있는 사람의 자식이
군대에 갔다면
어찌 됐겠니

자기만 알고 산 사람이
국경의 밤을 온전히
지킬 수 있었겠니

댐은
아주 작은 구멍하나에
무너진 수 있다는 것을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있지 않니

오늘은 네가 따라주는 술 한잔
먹고 싶어 일을 뿌리치고
일찍 집에 들어 왔다

술을 마셨는데
마음은 착잡하다

행여 네게 무슨 일이 생길까
행여 네가 힘든 훈련에 항명할까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아비 이였나 보다
적당히 눈치껏
그리고 네게 고작 한다는 말이
눈치가 있어야 밥을 먹는다

줄서기
부조리에 타협하기
나는 이 말에 항명하라 말할 수 없구나

그저 이 아비가
네게 봐라는 것이 있다면
몸 성이 잘 다녀오라는 말밖에 할 수 없구나

최전방에 밤은
별이 많이 떠 있을 거다
어머니의 노래를 부르면
눈물도 나겠지
친구도 보고 싶겠지

철책선에 서면
이 아비를 생각해다오

이 아비는
국경이 없는 밤에
외로웠다

내가 이끌고 가야 하는
가족,
돈이 삶의 전부는 아니었는데
돈이 없으면 죽는다는 마음이
어찌
변방에 장수만큼이나
외롭지 않았겠니

아들아,
네가 군인 간다고 하니
이 아비는
사막에 모래폭풍을 만난 낙타처럼
울고 싶다

세상의 길은 이제 시작인지 모르겠다

네가 가고 싶은 길을 열지 않으면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 후회를 한들
누구를 탓하겠느냐

시간은 네 편이다
이 아비는 먼 길을 돌아와
그 말 한마디는 해 줄 수 있다.

아비는 아직
여행을 끝낸 건 아니지만
우리 여행에서 돌아와 일상에 복귀했지
달라진 건 없지 않았니

집이란 그런 거다
어머니가 있는 곳이 고향이다

일찍이 네 할아버지를 잃고
네 할머니를 의지하며
이 아비도 살았다

마음고생 몸 고생
이 모든 것은 가난 때문이었으리

아비는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올 때면
가난이 가난인 줄 몰랐다

웬 줄 아니

이 아비가 지키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개다리 밥상에 앉아
밥 긋는 소리 듣고 싶었다

많이 먹어라
더 먹어라
많이 먹었어요

밥이 무엇인지 네가 나이를 들면
알게 될 거다

우리는 무심코 밥 한번 먹읍시다 하지만
곡기를 나눈다는 말은
같이 명을 늘리는 말이었다
같이 함께하자는 말이었다

아들아
나는 밥의 힘을 믿는다

네가 변방에서 별을 세고 있을 때
이 아비도
너처럼 달을 보고 있을지 모르겠다

네가 그랬지

아빠는 시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래
네 말처럼 나는 시인이 되었다
어찌 네 말을 듣고
이 아비가 밤에 발을 뻗고 잘 수 있었겠니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 것은
물의 힘이 아니란다
그 부당한 정진에 있는 것이다

이 아비는 시인이라는 것이
너도 알다시피 스물 두 번째 직업이다

나는 스물 첫 번째 직업보다
네가 그렇게 봐라고 소망했던
스물 두 번째 직업이 마음에 든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 않니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글로 옮기지는 못해도
아들을 사랑하는 맘은 똑같았을 것이다

네가 모범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네 동생도
너의 본을 받아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되었으며 한다

너도 알지
네 할아버지는 6ㆍ25
참전 용사였다

우리는 국가 유공자의 집안이다

네 할아버지가
목숨을 걸고 지키고자 했던 자유가
대한민국이라는 걸
한시도 잊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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