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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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une pip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344회 작성일 16-08-29 19:17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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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는 가게의 마담을 찾아가 오늘밤 들장미를 통째로 빌리고 싶다고
한다. ‘뭐, 우리야 돈만 받으면 되니까 괜찮아.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봐? 싱싱한 애야.’ 다시 여동생 같은 여자의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무방비하게 앉아 혼자서 다리를 주무르고 있는 모습이
귀엽다. 너무 오래 베고 있었나. ‘정말? 그럼 오빠가 주물러줘.’
Q는 종아리를 가볍게 쓸어 올리고 허벅지의 밴드를 잡아, 뱀처럼
얇은 다리의 껍질을 스르륵 벗겨낸다. 허물은 잠시 저쪽에 놔두고.
‘응? 이거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음, 하긴. 솔직히 말하면 조금
답답하긴 해.’ 다시 처음처럼, 새살이 돋은 종아리를 쓸어 올리고,
이번에는 허벅지 위, 더 위까지 올라간다. 다리가 끝나는 곳에 입을
맞추고, 다시 위로, 작은 동산을 넘어 두 눈으로 사과의 베인 흔적을
똑똑히 확인하고, 이번에는 남김없이 먹어치운다. 그리고 허겁지겁
옷을 벗어던져 뒤에서 꼭. 끌어안는다.
‘따뜻하지?’ 한손에 여전히 시향지를 든 모습이 어쩐지 사랑스러워서,
단지 그뿐이라서 쇼핑백에 손이 간다. ‘응? 나 준다고?’ ‘내일 여자
친구 주는 거 아니었어?’ ‘음……. 솔직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어렸을 때부터 바보라는 말을 자주 들었거든.’ ‘음, 어쨌든 이걸
내가 가졌으면 하는 거지?’ ‘오빠는 정말 이상해. 그리고 다정해.’
‘지금 풀어 봐도 돼?’
여동생 같은 여자는 리본을 풀어 벗겨진 스타킹 위로 휙 던지고,
뚜껑을 살며시 열고, 조심스럽게 안을 들여다본다. ‘와, 용기도
예쁘네.’ ‘지금 뿌려도 되지?’ 손목 안쪽을 살짝 적시고 킁킁.
그 손목을 Q에게 내밀고 Q도 킁킁. 탑노트는 베르가못, 바질,
버베나 따위의 말이 떠오르지만 가느다란 손목에 나란히 코를
박고 있는 사이 몽땅 잊어버린다. ‘이런 선물은 처음이야. 정말
고마워.’
여전히 뒤에서 끌어안고 있는 Q는 좋은 냄새가 나는 머리칼에
얼굴을 파묻고, 간지럼을 잘 타는 귀에 대고 속삭인다.
‘이제 잘 살게.’
여동생 같은 여자가 까르륵 웃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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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une pipe님의 댓글
une pip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녕하세요, 처음에 1, 2부로 나눠서 올리려고 했는데 게시글당 데이터량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 같네요. 공지사항을 쭉 살펴보고 수위에 대한 기준은
따로 없어서 일단 올려봤습니다만...
혹시 외설적인 표현이 부담스럽고 삭제하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부담 없이 말씀해주세요. 자진 삭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