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도력"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단편 소설 "도력"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청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92회 작성일 16-09-13 21:18

본문

"도력"

  글/청산

대구행 고속버스가 막 동서울 고속버스터미널을 조용히 떠나간다. 한강 다리 위를 지날 때 장신대학원에 다니는 김 전도사는 푸른 강물을 바라보며 왜 물은 파란색일까..?
너무나도 쉽지만, 그러나 어떤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해보며, 자신은 이제 종교인으로서 저 푸른 물과 푸른색을 닮아 가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버스가 다리를 건너자 웬 사나이가 일어서더니 작은 쪽지 하나씩을 승객에게 나누어 준다.

"행운권입니다.자 받으세요."

'뭐 행운권이라고? 장삿꾼이구먼. 흥, 누가 속을 줄 알아..'

나이가 40이 넘은 전도사, 사업도 해보고 이것저것 살면서 경험을 많이 해 본 김 전도사는 저 꾼들이 인생의 도사가 다 된 자신은 결코 속일 수 없을 거라고 코웃음을 친다.

'벌써 몇 번째야 저런 잡상인들, 허 이제 별짓을 다하네 행운권까지 나눠주며..내 저들의 수법을 다 알고 있지.

아마 분명히 원가만 받겠다고 하겠지..회사가 부도나 땡처리한다고 하던지, 신상품인데 직접 소비자를 찾아와서 TV 광고비로  대신 싸게 공급한다고 하겠지..?'

김 전도사는 늦깎이 신학생이다. 여러 가지 사업도 해보고 나름대로 세상 경험도 해봤다.


  그는 버스 안을 둘러본다. 빈자리가 거의 없이 차 있다. 머리가 희고 허리가 굽은 시골 할머니도 있고, 여고생으로 보이는 앳된 학생도 보인다. 양복입은 젊은 신사도 보이고 저 뒤에는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은 스님도 보인다.

과연 누가 저들의 수법에 걸려들 것인가?
아마 가장 순진하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이 걸려들거야.

김 전도사는 자신이 믿는 신을 체험해보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해봤다.  
금식기도, 통성기도는 기본이고, 심지어는 자정이 넘어 대구의 기독교인들에게는 성산이라고 알려진 주암산 꼭대기에 홀로 올라간 적도 있었다. 한밤중, 산꼭대기에 올라가 '주여..' 큰소리로 외치며 기도를 했다. 그 덕인지는 몰라도 어느 날부터 그는 하나님의 음성도 듣게 되었다. 사실 기독교 역사를 보면 수많은 영적 능력자들이 많았다.

성 프랜시스는 늑대나 새와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한국의 능력있는 목사들도 치유나 예언으로 유명한 분들이 많았다.

불교도 예외는 아니다. 수많은 고승이 있었고 영적 능력자들이 많았다. 어떤 스님은 아침에 그 날 절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숫자까지 미리 알고 식사준비를 시켰는데 정확히 그 숫자대로 왔다는 기록이 있다.

사실 김 전도사도 비슷한 능력이 있다. 어느 날 아침에 환상을 보았는데 7명의 여집사가 자신의 교회 문 앞에서 기웃거리는 모습이었다. 정말 똑같은 숫자의 여집사들이 상담하러 방문하였다.

김 전도사는 세상일에 달관한 도사처럼 여유있게 두 눈을 감고  과연 누가 이가운데서 저 장사꾼들에게 속아 넘어갈까 궁금해하며 결과를 흥미있게 기다린다.

"자 받으세요.행운권이예요. 공짜로 선물을 드릴거예요."

행운권을 거부하는 처녀의 무릎위에  억지로  올려놓으며  장사꾼은 수작을 부린다.

"오늘 여러분 놀라지 마세요.고급 카메라를 나눠드리겠습니다. 다 드릴수는 없구요.몇 분에게만 나눠드립니다."

장삿꾼이 장황하게 카메라를 선전한다.
저이가 선전하는대로만 기능들이 있다면 괜찮은 카메라 같기는 하네..흠..

아뿔사, 어느새 끌려들어갔네,
그러나 다시 생각을 고쳐먹으며 정신을 바짝차린다.

'허, 저놈들보게 고급카메라를 몇 분만 나눠드린다 이거지. 정말로 웃기고 있네...'

김 전도사는 저들의 수작을 다 꽤뚫고 있다는 듯 두눈을 지긋이 감고 속으로 비웃는다.



"자 오랫동안 기다리셨죠. 드디어 이제 행운권 추첨을 하겠습니다."

김 전도사는 눈을 슬그머니 뜨고 버스안의 사람들을 슬쩍 둘러보았다.

자는사람,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듯는 청년,
거의가 관심이 없는듯한 모습이다.

자신의 행운권 번호도 슬쩍 보았다.
77번 이었다. 

"33번 입니다. 33번 손들어 주세요."

그런데 아무도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장삿꾼은 살짝 당황하는 눈치를 보이다가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듯 다시 번호를 부르기 시작한다.

"22번, 27번, 18번 ,77번 당첨입니다."

허, 많이도 당첨시키는군, 허기야 여기 버스안에 타고있는 사람들 다 당첨시키면 더 수입이 많아지쟎아..놀고있네..

김 전도사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수작을 계속 지켜봤다.

그 때 였다.

"저요.저 당첨됐습니다. 22번이요.맞지요?"

첫 당첨자가 나왔다.  
순진한 사람, 아니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김 전도사는 생각하였다. 

할머니 였다. 시골 할머니로 보이는 온통 허연머리의 할머니가 벙글벙글 웃으며 행운권을 내민다.

"저기 할머니가 첫 당첨되셨습니다. 김대리 카메라 한 대 갖다드려요."

같은 패거리 하나가 얼른 카메라 한 대를 갖다 할머니에게 주었다.

"아니 그런데 정말로 공짜지유? 돈 안받는 거지유..."
"네.할머니 걱정마세요. 카메라 값은 단 한푼도 받지 않습니다.
더 없습니까? 당첨 되신 분들..그러면 이제 추첨은 접겠습니다."

장사꾼이 추첨을 접겠다고하는 순간 저 뒤쪽에서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저요. 저도 당첨 됐습니다."
소리가 얼마나 크던지 잠자는 사람들은 깨고, 버스 안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소리나는 쪽을 바라 보았다.

바로 그 스님이었다. 
그 스님은 자리에서 벌떡일어나 앞으로 나가더니, 행운권을 보이며 건네주는 카메라를 덥썩 독수리가 먹이를 잡아채듯 받아들고 의기양양하게 자기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김 전도사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내 그럴줄 알았다. 땡중이고만. 저 스님이 도력이 조금만 있어도 속지 않았을 텐데. 산에서 수도는 안하고 저렇게 세속을 돌아다니니 무슨 도력이 있겠는가..?"



"네. 두번째 당첨자가 나오셨습니다. 이제 추첨은 접겠습니다. 자 그만 김대리 마칩시다."

김대리라는 사람은 내어놓은 카메라를 주섬주섬 담기 시작 하였다.

갑자기 사람들의 눈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정말로 저들 말대로 홍보를 위해서 나눠주는가 보다. TV광고 대신 그 광고비를 직접홍보에 쓴다더니 진짜 맞는가 보네..눈 빛들이 변해갔다. 

한 사람이 더 손을 들었다.
잠바를  걸친, 마치 부도난 중소기업 사장같은 초췌한 중년의 사내였다.

"저도요. 27번이요. 저도 주세요."
"늦었는데요. 안되는데요... 에라모르겠다. 어이, 김대리 그냥 한대 드려..이제고만 3대 다 나갔어요. 3대 이상은 안됩니다."

이 때 조금 전부터 가슴이 고동을치며, 얼굴이 붉어지는 한 사내가 있었다. 아마도 마음속의 투쟁이 심한것 같아 보였다. 그러더니 드디어 그 사내도 손을 번쩍들었다. 

"잠깐, 잠깐 저도요. 저도 당첨됐습니다. 77번입니다.여기 보세요. 여기.."

그의 목소리는 약간 쉰듯 하였다. 직업이 목을  많이 사용하는듯한 사람이었다.
아니면 기도를 많이하는 종교인의 목소리 였다. 옆에는 성경책이 자리에 놓여져 있었다. 
바로 김 전도사 였다.



장삿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에라 모르겠다.오늘 기분이다. 홍보부장이 카메라 한 대도 맘대로 못줄까, 김대리 그냥 드리세요."

김 전도사의 얼굴에는 안도와 득의의 미소가 스쳤다. 카메라를 받아와 포장상자에서 꺼내더니 이제 내꺼라는 듯, 이리저리 기능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네. 감사합니다. 약속대로 저희들은 카메라 값은 단 한 푼도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해말고 들으시기 바랍니다.  그냥드립니다. 다만, 다만 세금만은 어쩔수 없읍니다. 세금은 국가에 내야되는 것이라 그것까지 저희가 대신 내어드릴수가 없어서 세금으로 카메라 대금의 10프로인 부과세 5만원만 받겠습니다."

갑자기 김 전도사의 심장이 쿵하고 멎었다.
얼굴은 화끈 달아 올랐다.
아니 그러면...아뿔싸, 또 당한거야..?

도로아미타불...


할머니는 돈이 없다고 카메라를 반납하였다.
중년의 사내도 말없이 도로 갖다준다.
개척교회 김 전도사는 벌개진 얼굴로  슬쩍 카메라를 건네주며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아, 이거 현찰이 없어서.."

스님만 지갑을 꺼내더니 5만원을 지불한다.
스님은 조금도 겸연쩍은 얼굴이 아니다.꼭 필요해서 사는 사람의 표정이다.

김 전도사는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돈은 스님이 많아..그런데 그러면 도력은 누가 더 쎈거야?'



김 전도사가 주일 날 설교를 하고 있다.

"성도 여러분, 바닷물은 무슨색입니까? 한 번 대답해보세요."

"푸른색이요."
집사 하나가 대답했다.

"확실합니까? 그러면 비오는 날이나 흐린 날 바다를 보셨습니까? 그런 날도 바다가 푸른색이던가요?"

성도들은 고개를 젓기도하고 갸우뚱거리기도 한다.

""아니지요. 회색이지요. 왜 그럴까요? 그것은 바다는 하늘을 반사하기 때문입니다. 창세기에 하나님이 처음 우주를 창조하실 때 윗물과 아랫물을 나누셨죠. 마치 거울이 마주보고 있듯이 서로는 바라봅니다. 그리고 아랫물은 윗물을 반사하고 닮게되는 것입니다. 아랫물은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계의 모든것을 의미합니다. 윗물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것들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우리 인간을 창조하실 때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하신것입니다. 우리는 영적인 하나님을 닮아가야 합니다.  성품, 능력 모두가 선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을 닮아가야 합니다."

'아멘.'

성도들은 큰 은혜를 받는 눈치였다.
그러나 설교를 끝내고 내려오는 김전도사의 눈에는 자꾸 그 카메라가 밟혔다.

혼자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이구 이 땡전도사야. 넌 아직도 멀었어..'


        끝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665건 8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455 김광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6 0 11-10
1454 시몬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2 0 01-15
1453 시몬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2 0 08-26
1452 가을의 바다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0 0 10-30
1451
자연예찬 댓글+ 2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8 0 10-21
1450 김광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5 0 09-18
1449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2 0 10-28
1448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8 0 09-04
1447 가을의 바다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8 0 09-09
1446 景山유영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6 0 04-07
1445 짭짤ᄒᆞᆫ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5 0 12-22
1444 몽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0 0 11-19
1443 배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9 0 08-17
1442
길을 찾아서 댓글+ 1
안나와야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8 0 05-26
1441 김광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7 0 12-31
1440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7 0 10-02
1439 몽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6 0 09-24
1438 景山유영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6 0 06-06
열람중 청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3 0 09-13
1436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2 0 10-08
1435 양승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9 0 08-30
1434 가을의 바다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9 0 11-08
1433 purewat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9 0 12-01
1432 김광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8 0 12-19
1431 몽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8 0 08-19
1430 시몬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4 0 05-15
1429 이혜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2 0 08-02
1428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1 0 10-22
1427 몽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1 0 11-01
1426 울프천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1 0 11-0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