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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라,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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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27회 작성일 16-09-30 16:33

본문

아들아,
너는 지금쯤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이 나라의 최전방
철원을 향해 달려가겠지.
아비는 네 안부를 묻고 있었다.
부쩍 마른 네 얼굴을 보고
군 생활이 요즘 편해졌다고는 하지만
얼마나 고되냐.
너도 부모 되면 알게 될 거다.
네 엄마의 극성이나
네 할머니의 잔소리가
얼마나 너를 향해 있는지.
이 아비는 그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어제가 오늘같이
그리고 내일도 그저 그런 평범한 날 중에
여느 하루처럼
너를 맞이하고 싶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날마다 특별한 일이 있을 것 같지만
살아보면 안다.
폭풍이 몰아치기 전날 밤처럼
모든 것이 무너지고
바다가 뒤짚 흴 것 같다가도
지나고 보면
폭풍이 쓸고 간 상흔보다
그 맑고 드높은 하늘을 기억하게 된다.
오늘 걱정이
성장통은 아니었겠니.
네가 뜬금없이 내민 용접기능사 책에
나는 참, 어이가 없었다.
선임이 주고 간 책이었다지.
직업에 귀천이야 있겠냐 만은
네가 메여 있는 고삐가
어쩌면 큰 굴레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역한 네 선임은
이등병이었던 네게 책을 줄 때
용접 기능사 자격증을 땄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너도 나처럼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뜻있었을 것이다.
누구나 인생에 한 번쯤은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 것인지
고민하기 마련이다.
그 선택은 언제나 네 몫이란다.
무엇이 될까 생각하면
그 건 그저 관념 속에 사상누각일 수 있다.
일어서지 않으면
행할 수 없는 것이
안개에 젖은 오솔길을 찾는 것이다.

"인생은 즐겨라,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된다."

아비의 카카오톡에 들어오면
볼 수 있는 문구다.
아비의 자우 명이다.
인생의 선배로서
네게 하고 싶은 말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 물음을
네가 마음속에 다시 되묻고 있다면
너는 아직 인생을 시작하지 않았거나
이제 막 인생의 시작 선을 출발한
사람 일 거라 생각한다.
그 건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고
아직 젊다는 말이지 않겠니.

내년이면 팔순을 바라보는 네 할머니가
어느 날, 한 말이 생각난다.

그 날은 가족들이 교외로 나들이를 가던 봄날이었지.
하늘은 맑고 푸르고
산은 이제 막 겨울옷을 벗고
개나리며 진달래가 봄소식을 전하고 있었지.
수락산역 건널목에서 잠시
신호대기 중이었다.
사람들의 옷차림은 한결 가볍고
형형색색의 옷들이
거리에 넘쳐나고 있었지.
가죽 옷 차림의 한 무리 사람들이
길옆에 오토바이를 즐비하게 세워놓고
라이딩을 준비하고 있었다.
신호는 이네 녹색 신호로 바뀌고
우리 차도 앞 무리의 차량 행렬을 따라
길을 밝혀 가고 있었지.
그때,
네 할머니가 그런 말을 했다.

"나도, 십년만 젊었으면
저 사람들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보고 싶다."

이 아비는 네 할머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네 할머니는 자전거조차 탈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하물며 오토바이라니~
무엇보다
세상에
칠순 노인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충격이었다.
그래서 물었지.

"어머니,
오토바이를 타면 어디로 가고 싶으신데요?"

"어디면 어떠냐,
산이 끝나면 강이 있고
강이 끝나는 곳에 바다가 있다.
어디면 어떠냐
발길 닿는 곳이면 어디라도 좋다."

이 아비는 그 순간 너무 슬펐다.
네 할머니가 살아온 삶은
인생은
오직 자신을 내려놓고
자식을 위해 살아왔던 것이었다.
일찍이 남편과 사별하고
홀 시어미를 모시고 살았던 세월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갔다.
당신을 위한 생이 아니라
오메불망 자식의 앞날을 걱정하며 살았는지
알 수 있었다.

네 할머니는 말끝마다

"나는 너희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
매일 걷고 산에 가고
내가 건강한 게 너희들 힘을 들어 주는 거다."

차로 15분 거리의 복지관을 걸어 다니시며
어느 날은 몹시 힘드셨는지
얼굴이 수척한 모습을 보면
이 아비는 짜증이 나곤 했다.

버스비가 뭐라고
차 한번 갈아타는 길이
뭐라고~

의사가 그러더라,

"할머니,몸을 아끼시지 마세요.
많이 걷는 게 건강하게 사는 겁니다."

네 할머니의 자우 명이 되었다.

우리도 언젠가 나이가 들면
네 할머니처럼
그런 날이 오겠지.
하지만 피가 뜨겁다면
긍정의 힘을 믿어보고 싶다.
그 피가 어디 가겠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좌절이라 생각할 때는
이미 지난 일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후회가 자색이 깊어
내 흉금에 트라우마를 만들겠지만
떨쳐 일어나길 부탁한다.

영어단어 몇 마디
수학 공식 몇 개 외우는 것보다
인생은
인문 서적이나 자서전
소설책 한 권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네 가슴에
늦은 밤에 길 모퉁이에서 부르는
유행가 가사처럼
시가
네게 말을 걸어 온다.
책 읽기를 게을리하지 마라.
그리고 홀로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마라.
네 삶의 이정표는
사색을 통해 찾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시간을 탓하지 말고
지금 무엇을 이루지 못하였음에
기죽지 말고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하는 것이
인문학의 첫걸음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사람처럼
살기를 바라지 마라.

너는 진열장에 잘 만들어진 인형이 아니다.

네가 어디에 있든
돌아올 곳이 있다는 걸 한시도 있지 마라.
아비가 그랬듯이
어머니가 있는 곳이 고향이다.
사랑이다.
네가 돌봐 줄 가족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네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지
생각해 주길 바란다.
넘어지면 일어서는 오뚝이도
그 중심에
나를 반듯하게 세우는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를 미워하는 마음보다
누구를 더 사랑하지 못하였음에
안타까워하는 사람이기를
사람을 잘라 넬때는
내 수족을 잘라 낸 것처럼 아파해라.
친구는
내가 얻는
제2의 가족이다.
네가
인생의 롤 모델로 생각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의 선배를 가까이 둘 수 있다면
네가 가고자 하는 삶에
친구 그 이상의 힘을 보태줄 것이다.

누구보다 내가 돋보이는 것은
네가 그 사람의 배경에서
바람이거나
구름이거나
노을이거나
그 사람의 말벗이 되어라.
때로는 침묵이 열 마디의 말보다
그 사람의 이야기에
웅변을 한다.
사람과 사람의 친밀감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면
생긴다.

부디 잘 가라.
다시 만날 날이 있기에
지금은 이별이 아니다.
네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너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늘,
변한게 없다.
몸 건강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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