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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먼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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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542회 작성일 16-10-14 02:34

본문

처형,
사람은 그리움의 대상인가 봅니다.
늘 보고 있어도 그 안에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타성에 젖어드는 속물이었나 봅니다.
저는 때때로 묻곤 합니다.

'사는 게 뭐지?'

그럴 때마다 한숨을 배워버린 나이,
결코 내 삶이
녹녹지 않아 그랬다기보다는
내 꿈을 잊고
브레이크 없는 전동차처럼
내 달려왔기 때문이라 생각하기에
내가 나를 잊고 살아온 나날이
더 많았습니다.

어느 덫 중년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저는 가끔,
엘리베이터를 타고 퇴근길에 마주하는
거울 속에 내가 너무 싫었습니다.
귀밑머리에는 하얀 새치가 늘어가고
푸 성한 얼굴에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풀죽은 모습이
제 손톱 끝에 때가 낀 것처럼
손가락을 말아쥐고 감추고 싶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나에게는
세상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가족이 곁에 있었습니다.
제가 지켜주어야 할 자식이 있었습니다.

신은 이 세상 구석구석
사랑을 베풀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들었다지요.

누구의 아버지,
누구의 아들로 살아가는 수식어들이
삶의 굴레는 아니었을까요?

저는 매일 꿈 꾸고
매일 떠나가고 있습니다.

그래, 바다로 가자!
그래, 어느 이름없는 섬으로 가자!
그래, 이번 주에는 산에 오르지 뭐,
낚시를 배워볼까?
기타를 배워볼까?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달려보고 싶다.

너무 소박한 생각이
너무 풍요로운 상상을 불러주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실천한 것은 없는데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이
여행은 아니었을까요?

아무리 좋은 곳도
아무리 좋은 음식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없다면
용기가 필요할 듯합니다.

늘 그러했듯이
먼 여행에서 돌아와 그려보면
그저 그렇고 그런 세상살이,
그래서 신은 지구를 둥글려 놓았을까요?

지금 불어오는 바람은
저기 태평양을 건너온 바람입니다.
고기압과 저기압으로 먹고사는
기상청의 바람은 모르겠지만,
지금은 낙엽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꿈꾸는 자유,
그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시간이란 걸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속을 숨기고
아파도 아플 줄 모르고
슬퍼도 눈물을 흘려서는 안되고
외로워도 고독마저 사치스러운 나이,
그래서 어른이 되었습니다.

저는 가끔, 인테리어 공사를 하며
느낍니다.
여자는 주방과 화장실에 관심이 있고
남자는
자기만의 공간을 호젓이 즐길 수 있는
구석진 베란다나
골방에 관심이 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여자는 가족 안에서 살아 있음을 느끼고
남자는
자기 생각 속에 몰똘할 때
문득 가족을 생각합니다.

생각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남자나 여자, 그들 모두는
행복한 가족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심코 던지는 말,

'언제 밥 한번 먹자!'

이 말 속에는
단란한 한 때를 같이 하고 싶다는 말이지만
밥이란, 같이 생을 늘리는 말입니다.

그래서 가족을
우리 선인들은 굳이 식구라는 말을
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처가에서 처음 맛보았던
배추전이나
국물 없이 졸인 매운탕,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간 고등어가 있었다니
안동 고등어,
붉은 안동 식혜.

안동소주는 정말이지 독주였다는 생각입니다.

고등어로 생선가스를 만들었던 내가
어느 날,
곱창전골을 처가에서 만들었을 때,
가족들의 혐오스러운 반응은
첫 수저를 뜨고
앞 접시에 담겨 사라질 때
알 수 없는 흐뭇함을 느꼈습니다.

한번은 처형을 보내는 것이 아쉬워
제주도의 명동에서 꼭 한번 먹어봤던
단호박 해물 찜을 만들었던 기억을
지금도 기억하시나요?

호연이를 낳고
산후조리차 친정에 들렸을 적에
경동시장에서 펄펄 뛰는 가물치를 샀는데
들통 크기는 생각지 않고 산 것을
후회했습니다.

참기름은 펄펄 끓고 있었는데
도무지 가물치를 넣고
뚜껑을 닫기가 힘들었습니다.

우격다짐으로 꿍쳐넣은 가물치가
세상에~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찌 된 일인가
호기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궁금해지고
참다못해 들통을 열었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뛰어올랐습니다.

가슴으로 낳은 아들이
인큐베이터에서 애간장을 끓였는데
지금은 부쩍 커서
건장한 미소년이 됐을 것 같습니다.

저희 방에 걸려있는 결혼사진 액자
귀퉁이에 걸려있는 아가씨,
혜연이의 사진을 가끔 볼 때면
아들만 셋을 키우는 제게
너무도 이쁜 딸이었습니다.

처형을 많이 닮았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
고향을 떠나면 타향살이라지요.
어머니가 계시는 곳이 고향이란 생각이
불쑥 들고는 합니다.
하물며 먼먼 이국땅,

'태평양 건너 미국이라는 나라는
얼마나 먼 곳입니까?'

오랜만의 해후가
한번은
수척해진 모습에
거친 손등을 보고 가슴이 아픈 적이 있었습니다.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이
돈을 벌려고
접시닦이라도 했나?' 하는 의구심이 들어
말로 표현은 못 하고
애처롭게 느껴진 적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많이 외로웠을 것인데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
늘 입에 물렸을 한국의 음식 맛은
얼마나 그리웠겠습니까?

저는 명절에 전을 부치면
간도 하기 실턴데
본인이 만든 한국 음식이 맛있었을까요

처형,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무엇인 줄 아시나요?'

저마다 손을 꽂아 보는 음식은 있겠지만
저는
어머니가 끓여주는 김치찌개가
참, 맛있었습니다.

집집이 장맛이 다르듯
김치맛도 다르고
된장찌개도 다르겠지만
맛에 길들지 않은 입맛에
처음 맛을 들인 어머니의 손맛이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은 아니었을까요?

그것은 너무도 익숙한 맛이며
길든 맛이며
어머니의 자식 사랑이 뜸 북 담긴
맛이기 때문일 겁니다.

너무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결별은
어쩌면 우리가
부모로부터의 독립이며
어머니의 맛에 대한 사랑의 답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먹는 이야기만 하면
이렇게 주책없이 주절주절 늘어놓으니
허리와 엉덩이의 경계를 허물다가
배가 나오는가 봅니다.

저는 가끔 시를 읽다가
제 거울을 보는 듯합니다.
가난하고 배고파야 쓰이는
시,
그게 뭐라고
제게도 아픔이 있었나 봅니다.

어느 늦봄, 우이천에서
사는 게 힘들어 소주 한잔이 그리운 저녁
지인을 기다리다가
강변에 가지를 늘린 오동나무를 보았습니다.
초롱꽃 방울방울 늘어트린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아~, 봄이 왔음을 문득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제 몰골을 보았습니다.
실리콘이 잔뜩 묻은 작업복에
깡통만 얻에 차면 영락없는 노숙자였습니다.
하물며 철모르는 겨울옷,
저는 그 순간
한없이 떨어지는 나락을 느꼈습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고
무엇보다 당당했는데
저는 참, 슬픔 봄이었습니다.

'봄은 왔는데 나는 왜,
봄을 잊고 살았는가?'

휴대전화기를 꺼내
생각 그대로의 심성을 글로 써 보았습니다.

한 줄,

'오동나무에 꽃이 피었는데
봄이 온 줄 이제 알았네.'

그리고 시 한 편을 쓰는데
열흘이란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알 수 없는 후련함은
제게도 꿈이 있었던 젊은 날의 문학도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배달음식을 시켜놓고
둘러앉은 가족들에게 제시를 낭독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사람이 말했습니다.
큰 아이가 아빠는 시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부단히 정진했던 두 해를 넘기고
시인으로 등용했습니다.
문인들이 모여 시집도 출간했습니다.

처형,
저는 긍정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시절이 오더라도
꿈이 있는 사람은 늙지 않습니다.
죽지 않습니다.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디에 삶의 가치를 두었느냐가
나로부터의 혁명이라 믿고 싶습니다.

암,
우리 인류가 극복하지 못 하는
불치병입니다.
하지만 가능성을 열어 두었기에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신약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꼭, 정복하리라 믿습니다.

우리 인간에게는
희망이라는 신약을 몸속에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설령, 오늘 죽더라도
결코 희망이라는 이름은 놓지 마세요.
제게 어느 날,
끝없는 나락을 안겨주었던 늦봄의 애상이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을 안겨주었듯이
우리는 어떻게 죽을까가 문제지
오늘 죽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닙니다.
천상병 시인의 시처럼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우리는 홀연히 떠나가는 겁니다.
제가 처형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픈 건
지금 이 순간에도 가족을 걱정하고 있다는 겁니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어머니 아버지의 딸이기에
어린 자식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것이
어찌 인간의 도리에 어긋나겠습니까?
하지만 지금은
나로부터의 시작이며
이 세상은
나로부터의 맺어야 할 때입니다.
부디 좋은 기억 좋은 사람 좋은 풍경을
가슴에 품어야 할 때입니다.
지금껏 수없이 많은 술자리를 찾았지만
오늘도 열심히 살아주었던
나를 위해 소주 한 잔 사 주지 못한 것이
저는 늘 아쉽습니다.
고독은 홀로 있어 고독한 것이 아니라
진정, 나를 만나는 시간이어서
고독합니다.
누구도 되신 해 줄 수 없기에
사랑합니다.

처형,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내 이름을 잊고 살고 있습니다.
사회가 붙여 준 수식어나
친구가 붙여준 별명이나
가족의 구성으로서 메겨진 숫자들.
우리는 서로의 가슴에 깊이 새겨진
이름 하나,
잊지 않겠습니다.
부디 씩씩한 모습으로 다시 볼 거라 믿습니다.
이 세상 소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저는 믿고 싶습니다.
긍정의 힘을 믿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언제 밥 한번 먹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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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베르사유의장미님의 댓글

profile_image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님 잘 보고 가옵니다  감사드리옵니다
그댈 만난 기쁨에 아름다운 세상을 시로 써 보듯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나듯 세상을 온통 사랑의 향기로 가득 채우듯 그렇게 잘 보내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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