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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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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안나와야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16회 작성일 16-10-1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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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아서

 

내 고향은 백마장이다. 지금은 마장이란 무슨 뜻인지? 하며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잘 사용하지 않는 용어인데 마장이라는 것은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로 예전 한양에서 백마장 거리에 있는 곳이라 하여 이름 지어진 곳이 그곳이다. 안성 칠현산에서 시작되어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바라보이는 만월산을 지나 강화대교 못 미쳐 우측으로 문수산성이 있는 곳까지 한남 정맥이라는 이름으로 산줄기가 지나는 길 아래 자리한 곳이 내 고향 백마장이다. 나이어린 초등학교 시절에는 철마산너머 석남초등학교 뒤편 키가 크고 소나무가 많은 그늘 속으로 소풍을 자주 갔었고 멀리로는 철마산너머 만월산 약사사가 있는 곳 까지 오기도 하였었다. 산마루에 송화(松花)가루 날리는 봄에는 동무들과 함께 소나무 새순의 껍질을 벗겨 먹기도 하고 잘 날지 못하는 이름 모를 새끼 새를 쫒아 다니기도 하며 여름 방학이면 철마산 너머 염전으로 수영을 하러가고 지팡이로 흠집을 낸듯한 갯벌에 구멍깊이 팔을 집어넣어 조그만 참게도 잡으며 자라났기 때문일까?

청소년기의 어린 시절부터 나는 유난히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였다.

때로는 버스 안에서 연필과 수첩을 팔아가며 다니기도 하였는데 그 당시에는 버스 내에서 그런 것을 팔면 그다지 머지 않은 거리는 무임승차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여름방학 시절과 대학을 다니지 못하고 건들건들 집에서 놀고 있던 시절에도 길을 나서 여기저기로 하여 포항까지 가게 되었었다. 항구 특유의 냄새가 나는 포항은 고교시절에 울릉도를 가고자 하여 찾아갔었는데 삼일 만에 한번 있는 배가 마침 그날 떠났다는 말을 듣고는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린 곳 이기도하여 포항을 가게된 것이다. 시내의 직업소개소 에서 울릉도에 있는 어느 술집에 취업을 하게 되었으나 집에서 나올 때 그만 신분증을 준비해 나오지 못하여 울릉도로 떠나는 배를 탈 수 없게 되었다. 꼭 가보고 싶던 곳이었는데 그때도 역시 가지도 못 하였을 뿐만 아니라 포항이란 곳은 북쪽에서 너머 오는 북파간첩이 가끔 출몰하는 지역이어서 신분증이 없으면 허름한 여인숙마저도 들어가지 못 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저녁 늦게 포항역 역사(驛舍)옆 철조망 사이로 빠져나간 후 무임승차하여 두 정거장을 지나 어느 시골 동네로 들어갔다. 때는 구 월말의 초가을 어둠이 오기 전 늦은 저녁이었다. 삼십여 호 정도 되는 시골동네의 어느 주막에 들어가 인천에서 나와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데 밥 좀 얻어먹을 수 있나요? 하였더니 들어오라 하여 주막집 마루에 올라 앉아 밥상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에는 밥상도 아닌 밥그릇도 없는 쟁반위에 한 그릇이 넘을 듯한 푸짐한 양의 보리밥과 그 옆 사기그릇에는 고추와 부추를 넣어 만든 된장국 과 함께 작은 주발에는 열무김치를 담아내어 왔는데 내가 사는 인천이라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쌀과 함께 잡곡인 보리밥을 먹기는 하였으나 가난한 사람들이나 먹는 순 깡 보리밥이었지만 하루 종일 먹은 것이 없는 날이어서 어찌나 허겁지겁 맛있게 먹었는지 공즉시색(空卽是色) 이라 하더니 이런 경우가 그런 말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었다.

밥을 먹고 난 후에 배낭 속에 남아있던 수첩과 연필 한 주먹을 잡히는 대로 초로(初老)의 주모에게 내어 주며 하룻밤 자고 가기를 청하였더니 마루에 모기장을 걸어주며 누추하지만 여기서 주무세요!” 하며 작은 이부자리를 내어주어 하룻밤을 묵고 이튿날 엊저녁 같은 아침식사를 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집을 나설 수 있었다. 나이 들어 가끔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 나도 참 넉살도 좋고 걸작인 사람 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기도 하다. 그 것은 나이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이었고 결혼 후 불혹의 나이라는 사십(四十)이 되어갈 무렵부터는 산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집사람은 차 타는 것을 겁을 낼 정도였고 남들과 달리 나 혼자 가는 길이 더 좋아서 주로 혼자 다녔었다. 산길에는 계절에 따라 우리의 두 뺨을 스치는 바람도 다르고 마음까지 와 닫는 푸릇푸릇한 냄새마저도 다른 것 같았다. 그것들은 우리가 살고있는 저 세상과도 다른 것으로서 보이는 자연의 모습은 물론 숨 쉬는 공기와 풋풋한 냄새도 말할 수 없이 참 좋았다.

초목(草木)의 숨쉬는 냄새와 함께 천연의 항생산소인 피톤치드로 인해 기분도 좋아지는 곳이 바로 산이다. 주위에 있는 동료들도 친구들도 어떻게 그런 먼곳을 혼자서 무슨 맛으로 가느냐? 하고 묻는 설악산과 지리산도 서른 번 정도를 다녀오기도 하였었다. 그러나 그것들이 노하우가 되어 공직에서 명예퇴직 후에는 곧바로 국내여행을 겸한 산악회의 길잡이가 되어 등산객들과 함께 이산 저산과 관광지를 다녀 국내에서는 궁금한 곳이 없을 정도로 다니기도 하였다. 겨울철의 등산중에는 두번의 생사를 넘나드는 사고도 있었고 너무 무리하게 다녔던 때문인가? 그로인해 두 무릅이 그 시절 같지 않아 한동안은 해외여행을 다니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여행마저도 다니기 힘들어 지고 말았다. 생각하면 모두가 지나간 옛날이 되어버렸다.

지난 해 봄이 되면서는 매주 토요일 마다 가까운 곳으로 하루길 여행을 한다. 주로 내가 가는 곳은 섬을 찾아간다. 그중에서도 자주 가는곳은 영종도의 삼목 이라는 곳에서 뱃길로 사 오 십분 정도가 소요되는 장봉도를 간다. 여름이 되면 끈끈한 습기와 함께 바다 나름의 특이한 냄새가 바람에 실려 오는 중에 배를 타고 신도라는 곳을 지나 장봉도를 찾아간다. 우리의 건강과 기분을 맑게 하여주는 산이 피톤치드 라면 바다에는 음이온이 있다고 한다.  배를 타고 가는 길에는 많은 괭이갈매기가 무리를 지어 우리를 쫒아오는데 하늘로 던져주는 새우깡을 받아먹는 모습이 참 귀엽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곳은 장봉도의 선착장에서 저 멀리 보이는 독() 바위라는 곳의 작은여(사람이 살 수 없는 작은 섬)쪽으로 걸쳐있는 구름다리가 있는 곳이 독()바위라는 곳이다. 그리고 그 뒤편으로는 뒷장술 이라는 곳이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배에서 내려 경사(傾斜)진 곳도 없어 걷기에 편하고 나무 그늘이 있는 바닷가, 그래서 내가 자주 찾아가는 곳이 그 곳이다. 가는 길에는 저 멀리 산기슭으로는 손님을 기다리는 펜션도 보이고 그곳을 지나치면 한집 건너로 생선을 끓이는 구수한 냄새나는 식당이 있다. 그리고 젊은 어부에 의해 바다에서 방금 잡아온 생물의 생선 냄새와 잡아온 생선을 방파제(防波堤)에 널어 말리느라 생선의 비린 냄새가 나기도 하는데 시중의 시장에서 풍기는 그런 냄새와 달리 싫지가 않은 것은 아마 바다가 지켜주는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몇 집도 안 되는 작은 동네가 있는 그곳을 지나 뒷장술 이라는 곳에서 바다를 보면 들물 중에는 갯고랑부터 바닷물이 소리 없이 들어오다 파도라는 이름으로 수도 없이 갯바닥을 핥듯이 앞으로 나왔다 뒤로 물러갔다하며 바다를 메우지만 어느 때는 노초(露礁.물결위에 들어난 바위)의 뺨을 때리는가 하면 태풍으로 파도가 바다를 흔들 때면 삼킬 듯이 달려들기도 한다. 그러나 거의 들물 중에는 조용한 파도와 함께 수평선이 파도가 바다를 메운 후에는 쉼도 없이 저 멀리 되돌아가 사막처럼 펼쳐진 갯벌이 들어나는 곳이다. 조용한 그곳의 나무 그늘이 있는 모래사장에 작은 자리 하나 깔고 바다와 푸른 하늘 그 위로 한가로이 떠있는 뭉게구름들.., 해무(海霧)가 오르며 하늘과 바다가 같은 모습으로 만나는 그곳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사람들도 저처럼 푸르고 넓고 시원한 마음을 품을 수는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간 마음 안에 버려지지 못해 안고 있던 무엇이 있었다면 일시적이나마 나도 모르는 사이 집착과 함께 모두를 벗어날 수 있어 참 좋다. 돌아보면 하루에 다녀올 만하 곳도 우리주변에 많이 있다. 구름과 함께 하늘이 아름답고 시원한 푸른 가을이 우리를 또 다시 찾아온다. 모든 사람이 하늘아래 살아가고 있으나 어느 때 고개 들어 하늘 한번 여유로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나? 여행길을 혼자 나선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동행자가 있으면 자연과 나 사이의 교감은 그 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연과의 교감을 느껴보고 싶다면 혼자 떠나기를 권하고 싶다. 그리고 길을 찾아 떠난다는 것은 그것이 바로 나를 찾아가는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하였다.

내 나이 어언 종심(從心70)) 시간이란 피해 갈 수 없고 모든 이에게 공정하게 왔다가 지나간다. 인생의 여정(餘情)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하느님 안에서 자신의 삶을 깊이 사랑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이리라! 하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지내며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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