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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형, 장모님의 화분에 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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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08회 작성일 16-10-30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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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 주는 이가 없어도
해를 보고 자란 화분은 꽃을 피웠습니다.
꽃의 이름은 알지 못하였기에
꽃이 내게 던진 아름다움은
이 가을을 보내는 아쉬움만은 아닐 겁니다.

종이상자에 차곡 차곡 쌓은 여섯 개의 화분을
내일이면 영하로 떨어진다는 창가에 둘 수 없어
빈 처가의 집에서 우리 집으로 옮겨놓았습니다.

베란다에 즐비한 화분 속에
주인은 먼 이국땅,
미국에서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리라 믿습니다.

'처형의 병색이 깊어
세상과의 인연을 내려놓을까?'
저는 밤마다 가슴 졸여봅니다.

우리가 늘 답답한 가슴에
마당 하나 드려놓고 싶은 마음은
작은 화분에 들여놓고 싶은
하늘은 아니었을까요?

매일 물을 주고
관심을 쏟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지친 일상에 잠시
여유를 찾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세상은 우리가 알지 못한 곳에서도
생명이 꿈 트고
희망의 줄기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니
이보다 좋은 세상이 또, 있었겠습니까?

조급한 마음,
시기와 질투에 눈먼 생각,
남을 배려하지 못 한 편협함에
우리는 날마다 조금씩 시들고 있습니다.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옷 한 벌 사 들이지 못한 궁색함이
늘, 가족의 안녕과 평화를 지켜주고 싶은
이 시대의 아버지, 어머니들 이었습니다.

인도의 어느 거리에 누워
변변한 신발 한 켤레 얻지 못한 걸인이
찢어진 종이에 연필로 그린 그림을 보았습니다.

누구의 관심을 끌어내지 못한
보도블록 사이에 핀 앙증맞은 파란 들꽃,
저는 그 사진 속에 걸인이
저와 다른 세상을 보는 눈을 가졌음을
깨달았습니다.

그의 연필 속에는
흑과 백의 소묘만 그려졌겠지만
우리가 시를 사랑하고
시를 읽는 것처럼
그의 그림 속에 어떤 꽃의 채색을 그려놓는 건
낭만에 대한 질문일 거라 생각합니다.

하물며 구멍이 난 양말,
밑창이 입을 벌린 운동화가
창피한 일이겠습니까?

한 달이면 죽는다는
대장암 말기 환자가
어느 날, 그를 잊었던 나를 환기 시키려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그는 날마다 출근을 하면
저의 사무실을 찾아와 모닝커피를 즐기던
이웃 사장이었습니다.

생전 이름도 듣지 못하던
차가버섯이 좋다.
말린 우엉이 돼지감자가 좋다.
도라지가 산삼보다 더 좋다더라.
토마토를 많이 먹으면 좋다는데

'그해 겨울,
토마토가 어디에 있었을까?'

그 마음을 내려놓고 저는 사무실을 이사했습니다.

지금, 그가 이년이 지나
제게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남양 알프스,
포항에서 밀양을 넘어가는 산맥에
반듯이 거쳐 가야 한다는 가지산,

해발 천 미터가 넘는 보기드문 산들이
티벳 고온의 신들이 모여산다는
세상의 지붕처럼

우리 나라 저기 남쪽하늘아래
즐비하게 모여 있는 곳이 있답니다.

눈이 내리면
완만하게 굽이치는 산맥의 설경이
한 장의 엽서에서 보았지만
스위스의 알프스 산맥을 닮았다고
남양 알프스라 부른답니다.

한 여름에도 얼음이 얼고
그 냉기에 간담이 서늘하다기에
꼭, 한 번
어느 여름
가족들과 여행차 잠시 머물렀던 곳 이었습니다.

-죽은 줄 알았는데
죽으려니 너무 억울해서 혼자 못 죽었나 보네.

-죽는 게 그리 쉬운 줄 알았더니
그도 뜻되로 되지 않네.
아무래도 돌팔이 의사를 만났나봐.

-제발~~~
돌팔이 의사를 만났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는 죽음을 앞 둔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일찍이 아들, 딸을 두고
아내와 이혼을 했습니다.
그가 돌봐 주어야 할
노모가 지병으로 거동을 못 하고
암 선고가 내려진 그 해에
서울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산골 요양원에
모셔두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내 처지가 그래
형제들이 가끔식 전해주는 소식을 듣고 있어.
이제는 치매가 와서
누워 지넬때가 많은데
가끔 정신이 돌아 오면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해.

-그래도 딸이 있으니
좀, 잘해 주겠어

-그러게, 아들들은 잘해 주어도
소용이 없나봐.
노인네, 약 수발 든다고
새벽이면 응급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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