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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타임 해제, 그 첫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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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성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33회 작성일 16-11-0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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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타임 해제, 그 첫 날

 

 


어젯밤 10시에 잠든 몸. 깨어 보니 2시였다. 4시간이라는 부족한 수면시간으로 오늘을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단잠을 잔 느낌이 좋아서 벌떡 일어나 컴퓨터를 제꼈다. 컴퓨터는 이미 서머타임 해제를 자동으로 인식하여 1시로 맞추어 놓은 상태. 이게 왠 떡. 아니, 떡이라기 보다는 피(Blood). 피같은 한 시간. 우선 컴퓨터 언어인 자바스크립트 진도를 나갔다. 이쪽 분야가 붐이 일어나서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여 과연 이걸로 먹고 살 수 있을지 불안하나 딱히 내 처지에 할만한 공부는 이것이니 하는 수 밖에.

 

어느덧 컴퓨터의 시계는 3시를 가리켰다. 잠은 오지 않으나 불 끄고 스마트폰으로 잔잔한 인디음악을 틀어놓고 누었다. 2시간이 흘렀을까. 잠은 잔듯 하나 그 소리는 계속 들리는 그런 애매한 잠. 4 5락이라 했나. 이 나이에 시험 볼 일은 없으나 4시간 수면? 이 정도 잤으면 충분하다는 합리화를 하고 자리를 털었다. 미국에서 듣는 요즘 한국의 소식은 참담하기만 하다. 언제쯤 북한의 위협없이 그리고 불평등한 환경을 뜯어 고치고 살만한 나라가 될지. 이 미국도 살기 힘들다고 남의 나라 간섭 않고 고립주의로 가려는 형편이다

 

속이 비어 뭐 좀 먹을까 냉장고를 여니 얼마 전 애틀란타에서 사온 헛개차 힘찬하루가 있어 한 컵 들이켰다. 위장이 시원해져 왔다. 삶은 달걀 두 개 먹고 커피도 마시며 아침을 때웠다. 조카들도 부시시 일어나 시리얼을 우유에 타 먹는다. 아침 9. 성가대 연습이 있어 20마일 떨어진 내쉬빌 한인교회로 향한다. 머리 상태는 그런대로 괜찮으나 그렇다고 썩 개운한건 아니다. 발성연습을 시작으로 한 시간이 넘는 찬양연습을 하고 2부예배를 드린다. 순간순간 울컥하게 만드는 찬양속 노랫말. 작지만 아멘이 절로 나오는 목사님의 설교. 찬양의 출력은 눈물. 말씀의 출력은 아멘소리. 기도의 출력은 무릎이다

 

우리 교회에는 기도의자가 있다. 장시간 기도할 때 다리가 아픈 사람들을 위해 장만한 것이다. 무릎꿇음에 아픔이 동반하지 않아 처음엔 이렇게 편하게 기도해도 하나님이 들으시나 의문이 들었는데 이렇게라도 무릎을 꿇음으로써 하나님 앞에 낮아진다는 생각이 든 이후로 그 기도의자를 애용한다. 예배가 끝나고 친교실로 간다. 점심은 비빔밥. 하지만 1시에 베드로 선교회에서 회식을 하면서 선교회 회장님이 의료선교팀도 함께 먹자고 하여 교회 근처 하나비 일본식당으로 갔다. 찌라시 하나를 어머니와 나눠 먹고 스시가 잔뜩 나와서 오랜만에 실컷 먹었다.

 

올해 마지막 의료봉사로 Iglesia Evangelica 히스패닉 교회로 간다. 앞에 여자 집사님 NMY의 차를 뒤 따라 가다 신호대기에서 “Homeless Hungry(배고픈 노숙자)” 푯말을 들고 쩔뚝거리는 50대 나이즈음의 한 아줌마가 차도를 서성인다. 앞에 가던 여자 집사님이 경적을 울려 그 노숙자를 부른다. 돈을 건낸다. 그 바로 옆의 백인 아저씨가 잘 포장된 음식을 건낸다. 곧 겨울이 온다. 눈물이 핑 돈다. 그 순간 신호가 바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교회에 도착하고 의료장비와 약을 부린다. 순박한 라티노의 얼굴들이 미소로 반긴다. 아이들에게 풍선을 불어 주고 비타민을 나눠준다. 차례로 혈압과 당을 체크하며 독감예방 접종도 하고 의사인 S 권사님이 진료를 한다.

 

시간 여유가 있어서 나도 당을 체크해 보니 172가 나온다. 아까 과하게 먹은 스시 때문인거 같다. 언제 제대로 공복에 측정해 봐야 겠다. 진료를 다 끝내고 헤어진다. 집에 와서 저녁 먹을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 아침에 마신 헛개차로 대신한다. 5시 반. 졸음이 쏟아진다. 양치질도 하지않고 양말을 신은채 잔다. 깨어보니 7시 반. 일요일인데도 직장에 불려간 동생은 아직 오지 않는다. 공부를 할까 하다가 또 글을 쓴다. 내 머릿속 산재해 있는 오늘을 끄집어 내어 글자로 옮긴다. 인터넷이라는 바다에 쏟아 붓는다. 지금 이 시각은 밤 9 21. 하지만 서머타임이 해제된 오늘 이 시간 이 몸은 10 21. 헷갈린다. 스산한 11월 가을이 옆구리를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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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1. 6 [21:26]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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