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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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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광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529회 작성일 16-11-10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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掌篇

 時間의 나그네

김광한

 

 

나이가 어지간하게 들면 오래된 시간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가 몇은 남게 마련입니다.오랜 세월 생존경쟁의 다툼

속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의 인과에 얽힌 아야기 말고도 가끔씩 아, 그때 그일은 참 잘한 것같다면서 추억에 젖는 그

시대의 어느 시간속이 이야기가 한두개 쯤은 남게 마련입니다.이 이야기는 그 중의 하나입니다.


청량리 역에서는 중앙선 열차가 종점이 됩니다.퍽 오래전의 이야기라서 요즘의 세태와는 조금 맛이 덜할 것입니다.80년대 
초, 군부 사람들이 정권을 탈취했을때 그분들이 눈에 가시같은 언론출판을 모조리 없앴습니다. 제가 근무한 잡지사는 그런 
것도 아닌데 덤으로 없어졌지요. 그래서 한동안 실업자 생활을 이골나게 한적이 있습니다.그때 저는 가끔씩 청량리 역으로가서 중앙선 완행열차를 타고 목적지 없는 여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목적지 없다는 것은 열차안에서 만나는 사람, 말이 통하고 정이가는 사람과 술잔을 나누다가 마음이 맞으면 아무역에서 
내려 또 한잔 걸치고 미래가 불확실한 만남 속에 정담을 나누다가 또 거슬러 올라가는 중앙선열차를 타고 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굳이 여행이라고 할것도 없지요.완행열차에는 경제적, 학식적 중하 사람들이 많이 타고 내리는데 잘만 하면 진국되는 사람과 대폿잔도 기울이는 행운을 잡을 수가 있기 때문이지요.서울,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등 여러 도를 골고루 통과하는 중앙선 열차는 무수한 굴을 빠져 나가는데  이때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면 그 기분이 말할 수가 없지요. 곁에 말 상대가 되는 사람과 주거니 받거니 객기있는 말을 호기 있게하는 말들은 그리 생산성은 없지만 참 시간이 아깝지요.완행열차의 잡상인들도 남같이 보이질 않고요.삶은 달걀 한개만 더 달라고 하면 언제든지 내줄 수 있는 충청도, 경상도 사람들, 그들에게 가진 것은 없지만 물건보다 더 소중한 마음 씀씀이가 있지요.
그해 가을이었습니다. 안동에서 청량리 까지 가는 중앙선 열차를 타고 오는데 바로 제 옆자리에 어떤 늙수구레한 아주머니 (한참 늙어가는)가 앉으셨습니다. 그리고 삶은 계란 한개를 제게 주면서 신세타령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럴때 서방이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꼬, 이년의 신세도..."
하면서 제게 슬슬 말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그 아주머니의 이야기인즉, 외동 딸이 하나 있는데 서울로 돈벌이 간다더니 원주에서 술집 접대부하다가 어떤 군인과 눈이 맞아 오늘 결혼식을 올린다고 기별이 와서 부랴부랴 간다는 것이었습니다.아마도 작부노릇을 하다가 근처부대의 하사관과 정분이 나서 부대내에서 간단한 결혼식을 올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말이오,누구하나 그년 손잡고 데리고 나갈 화상단지 없으니...."
하면서 제 아래위를 유난히 훑어보는 것이었습니다.그 아주머니는그것이 걱정이었던 것이지요.그래서 제가
"원주라고 그랬지요.원주는 제가 군대시절 있었어요."

60년대중반 원주 1군 사령부 근처의 통신부대에 근무한적이 있었지요.
그러자 그 아주머니가 반색을 했습니다.
"그럼 아주 잘됐네유.사람하나 살려주는 셈치고 딸년 좀 데려 나가주세유"
"그러시죠"

제가 선선히 답하지 그 아주머니가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습니다.아마 그 딸이 무단 가출을 해서 동리에서 젖혀둬 누구하나 올 사람이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두어시간 후인 오전 12시에 원주역에 도착했습니다.그런데 제가 입고 나갈  옷이 문제였습니다.그래서 부대 근처의 세탁소에가서 세탁이 끝난 옷을 빌려입고 결혼식이 있다는 부대의 장교식당으로 갔습니다. 옷이 맞질 않아서 금방이라도 뒤가 터질 것같아 여간 불안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체구가 왜소한 사람의 옷이라서 제게는 기장도 짧고 아주 우스운 꼴이었습니다.결혼식은 오후 3시, 토요일이었습니다.남의 옷과 남의 맞지 않는 구두를 신고 저는 그 아주머니의 딸 삼촌 행세를 했습니다.마침내 오후 3시 정각, 주례는중대장이고 신랑은 육군 하사, 물론 직업군인이었습니다.신부의드레스가 어쩐지 어색해서 잘 보니 한군데가 뚫어져 있었습니다.장교식당이라 구두를 벗고 신랑이 먼저 입장을 했는데 제법 체구가 늠름해서 믿음이 가는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의 양말 뒤꿈치를 보니 구멍이 나있었습니다.

양말이나 기어 신거나 아니면 새것으로 갈아신지...

저는 생전 처음 보는 신부를 삼촌인양 팔을 낀채 부대의 유일한 나팔수가 부는 트럼펫 연주를 들으면서 입장을 했는데 엉덩이 쪽에서 실밥터지는 소리가 빠지직빠지직하고 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신랑신부 양옆으로 착검을 한 사병 둘이서 허니문을 만들고 있었고 그 사이를 빠져 나오는데 이번에는 북!하는 엄청난 소리가 엉덩짝에서 났습니다. 땀이 솟더군요. 이러다가 대망신을 당하는 것이 아닌가, 
저는 마치 뒤마려운 사람처럼 엉덩이를 배배꼰채 간신히 위기를 넘겼습니다.빨리 끝났으면 싶었습니다.중대장이 절도있게 주례사를 간단히 마치고 신랑은 대답 대신 씩씩하게 충성!하고 벽력같은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결혼식은 끝났는데 중대장이 제 곁으로 오더니 귓속 말로

"옷이 적지요?"
하며 빙긋이 웃는 것이었습니다. 알고보니 그 옷은 중대장의 사복이었습니다.저는 빨리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

 그러나 신랑과 신부에게 한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제 책임을 완수해야하니까요.
신랑인 하사를 불렀습니다.

"나도 군대시절 하사였네. 비록 일반 하사지만, 그리고 월남도 갔다왔어.앞으로 내 조카 고생시키지 말게. 술 좀 덜마시고..."
그러자 그가 큰 소리로 복창을 했습니다.
"잘알겠습니다!충성!'


이번에는 신부를 불렀습니다.

"네 어머니가 신신당부를 하는데 제발 딴 마음 두지 말고 잘 살아."
딴마음이란 속된 말로 고무신 바꿔신지 말라는 뜻이지요.
"예, 삼촌."
그리고 예식장을 바쁘다는 핑계로 얼른 빠져 나왔습니다.이때 그 아주
머니가 따라오면서 
"선상님 이렇게 고마울데가...뉘신지 알면 한번 이 은혜를 갚아야하는데..."
하면서 속곳에 꼭 묻어둔 만원짜리 두장을 제 손에 쥐어주는 것이었습니다.그 돈에서 생선 비린내가 났습니다.시장에서 좌판 생선장사를 하는 분 같았습니다.

"얼마 안되지만 여비에 보태고 남는건 소주값이나 히시소"
저는 도로 들릴까하다가 성의로 생각하고 받아 넣고 6시 열차를 탔습니다. 그때 비가 내렸습니다.부슬부슬 가을비가 내리는 저녁, 웬일인지 무척 기분이 좋았습니다.곁에 또 이런 분 없을까 두리번 거리다가 마음속으로 여러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제가 뭐 잘못한 것은 없지요?'
열차는 서서히 청량리 역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지금 그 친구들 잘 사는 지 궁금합니다. 잘 살겠지요.그 늙수구레한 아주머니도 아직 살아계신지...

아마 돌아가셨겠지요.시간의 한 개인의 역사를 함몰시키는 무서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그 개인에게 작은 에피소드를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1944년 서울 용산출생

중앙대 문과대 국문학과 69년졸업

한국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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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베드로(김용환)님의 댓글

profile_image 베드로(김용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와~
진솔하고 재미있습니다~
먹걸리한잔하시죠~ㅎㅎ
추워져가는세월 초입입니다
몸단디하시고 감기걸리지마시고
싱싱한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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