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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제게 관심좀 갖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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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67회 작성일 16-11-15 10:49

본문

나는 왜,
대장암 말기 환자의 전화를
부재중 전화로 남겨 놓았을까?
이웃 가게 남자의 전화였는데
도무지 알 수 없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이웃의 모친상에 다녀왔다.
그는 어찌하여
제 죽음을 앞두고
세상의 끈을 놓지 못해
문상을 오겠다는 전갈을 해 왔는지
모를 일이다.
누구도 기다리지 않는 눈치였다.

빈 들판에 나뭇잎들은
떨어질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생의 폭풍이 지나가고
일요일이 지나가고 있다.
아이들의 방에 들려
내일을 기약하며 소등을 강요했다.
이 물 없이 시간이 흐르고 있다.

텅 빈 아파트 계단에 앉아
익숙한 풍경들을 마주하고
갈등과 소요의 시간이 지나면
너무도 보잘것없는 집착이었다.
찾잔 속의 폭풍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처형은 자신의 묘지 계약을 하고
태평양 건너 먼 미국땅에서
산소호흡기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었다.
폐암 말기가 간으로 전이 되었다는 것 이외엔
어떤 소식도 전해 듣지 못하고 있다.

아내의 절박한 심정은 매사 날을 세웠다.
설거지를 하다가도 이성을 잃었다.
음식에 간이 너무 짜거나
싱거울 때가 많아졌다.
어쩌다 마주 앉은 밥상머리에
웃음이 사라졌다.

일상의 일이 끝나고
나주로 향해 밤길을 밝혀 문상을 가는 중이었다.
휴대전화에 신호음이 꼭 한번 들리고
아내의 전화가 끊어졌다.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급기야,
어머니와 아내의 갈등이
오래된 고름을 짜내듯이 터졌다.
이미 되돌리기에는 너무 멀리 달려가고 있었는데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다.

와이셔츠에 목 단추가 채워지지 않았다.
그 많은 넥타이 중에 유독
검정 넥타이는 하나뿐이었다.
어느 이의 문상에서
밤색 넥타이를 메고 있었을 때
친구는 문상 끝에
자신의 넥타이를 벗어 주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검은 넥타이를 사고 싶지 않았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데
장롱에 걸린 많은 넥타이 중에
검정 넥타이는 빛이 발해 윤이 났다.
검정 넥타이는 슬픔의 반을 이어주는
세상의 유일한 끈이었다.
부동산 사업으로 한때는 잘 나간다던
그 친구는 지금, 연락이 끊어진 상태다.
짤 록 헤진 허리춤이나
뱃살을 감출 수 없는 단추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 먼 길을 달려왔는데
배춧국이라니
그나마 먹을 수 있었던 건
덜 삭힌 홍탁에
묵은지가 아닌 겉절이 김치.
모양을 보면 정성이 부족했다.
막 썬 삶은 돼지고기 한 점을 보태
삼합이라 부르고 있었다.
쓰린 속을 달래 부은 잎새 주,
무료한 시간을 떼우려 술잔을 세다가
뚫어져라 보던 소주 병에
붉은 물이 든 잎사귀 그림 하나를 보다가 문득,
술병속에 가을이 깊었다.
이 밤을 밝혀 다시 서울로 달려가야 했다.

아내의 가출,
따라나선 둘째 아이의 안부는 묻지 않았다.
새벽 네 시에 집을 나섰다는데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은 때때로
집을 떠나면 맞다 뜨리는 낯선 시간과 풍경이
인생의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동력이다.
그것이 여행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어머니는 배추를 쪼개고 있었다.
동치미의 멀건 국물을 국자로 떠 주었을 때
소금에 절인 무가 동치미가 되기까지
'처음 맛은 이런 맛이구나!' 생각을 했다.
한 계절을 삭혀두면
눈 내리는 겨울 밤에 청량감을 주는
똑 쏘는 국물맛에
무는 아삭하니 곰삭은 맛을 네 주었다.
이십 여년을 함께 삭혀도
시 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곰 삭지 않는
갈등이라니, 아이러닉했다.

아내는 일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점점 커 가고
가정 주부의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사춘기의 아이들의 방문은 닫혀 있을 때가 많았다.
저마다의 인생을 살고 있었으리
그럴때마다 느껴지는 자신의 존제와 고립은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없는 일이였다.
아이들의 학부모 모임에서
미싱사를 따라나서더니 미싱사 보조,
그 일은 시급도 않되는 노동력 착치였다.
일주일에 한번
주말이면 나가는 부페 알바는
하루 벌이가 심심치 않은 표정이었다.
알바몬, 알바천국, 벼룩시장
이름도 낯설은 구인광고지에 목줄을 태우더니
말쑥한 정장에 면접을 본 모습이었다.
회계학 전공은 살릴 수 없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비정규직의 나라다.

출 퇴근은 왕복 세시간,
마을버스에서 지하철로 환승을 하고
다시 지하철 환승.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는 모습이 낯설었다.
하루 열시간
때로는 여덜시간의 노동을 하다보니
아내에게 주어진 하루의 반은
목줄에 메여있는 삶이었다.

딸이었다면 그랬을까?
어머니는 아내의 퇴근을 기다렸다는 듯이
딸랑무를 버무릴 양념을 강요했다.
아내의 일진도 사나웠다.
바코드 실수로
배송 해야 할 물건이 잘 못 포장 되어
다시 뜯었다가 포장을 해야 했다.
모두들 시간을 아껴야 할 시급인생이었다.
관리자의 눈총은 얼마나 따가웠을까?
지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있었는데

'네 살림은 네가 살지 누가 살아 주냐'

뒷방 늙은이로
일선에서 물러선 어머니의 화두라면
팔순에 노인이 김장을 하는 일은
당신을 알아 달라는 서운함이었다.

급작스레 내린 첫 서리가
이상기후로 보름이나 당겨졌다.
해마다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
처 숙모님의 경기도 이천의 밭에는
산 거름이 내려 앉고 있었다.
풀 죽은 벳춧잎이 가을 걷이를 기다리고
무청은 벌써 낙엽처럼 말라있었다.
땅에 뿌리를 박은 무만이 성한 모양이었다.

'욕심껏 많이 차에 실어라, 한 해 농사가 겨울을 난다.'

부랴부랴 승용차에 가득 체우고
저녁을 굳이 사양하며 출발했는데
가을 나들이 차량에 밀려
서울까지 오는 고속도로는 6시간이 꼬박 걸렸다.
새벽 한시에 비가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했다.
다음 날도 비가 내리고
삼일차 되던 밤에 부랴부랴 배추를 들였다.

어머니의 눈총은 따가웠다.
주말을 기다리기에는
서리 맞은 배추며 무가 진 무를 수 있었다.
어머니는 눈만 뜨면 나가시던 복지관을
당분간 쉬시기로 하셨다.
노래교실도 태권도 당구도 마다시고
겨울이 오기전에 김장을 서둘렀다.
아내는 휴가를 넬 형편이 아니였다.
나도 또한 일 때문에 거들 입장은 아니었다.

막걸리 한 잔이면
세상을 다 갖으신 것 같던분이
이제는 하루에 막걸리 한 병을 거뜬히 비우셨다.
막걸리 두 병을 사 들고 퇴근했는데
어머니가 따라주는 막걸리 맛은 시큼했다.
주름진 손 등에 낙엽처럼 앉은 저승 꽃이
얼굴에도 들불처럼 번져 있었다.
부쩍 자주 들려주시는 시큰한 옛 이야기는
들어도 들어도 새롭다는 것이 고맙다.
어쩌다 말 시늉이라도 들라치면
어느 대목에서 목이 메여 눈물을 흘리셨다.

쪽진 배추를 소금에 절이셨다.
아내는 미국의 처형 간병으로 빈 처가에서
결혼하고 처음 낯선 밤을 절이고 있었다.
아파트 마당에 은행나무는 올해도
열매를 맺지 못 하고 낙엽을 떨구고 있었다.
철 모르는 막내는 고부간의 싸움에 무심했다.
부쩍 감수성이 마른 둘째는
싸움을 말리려다가 마음에 상처를 입은 모양이었다.
그나마 아들이 하나 곁을 지켜 줄 수 있어
다행스러웠다.

조롱박에 물 떨어지는 소리가
간간히 거실 화장실에서 끊어질 듯 들리고
이내 들려오는 어머니의 한 숨소리는
애간장을 녹였다.

'이 난국을 어찌 풀어야 할까?'

조선시대의 가사집에서
'요즘 젊은 것들은 싸가지가 없다."하던데
나이를 들면 젊은 것들이 싸가지가 없는 것인지
젊은 것들이 늙은이의 마음을 알지 못해 그런것인지
늙어보지 못 하면 헤아릴 수 없는 일이었다.

생각은 행동으로
행동은 말로
말은 인격으로
인격은 습관으로
습관은 인생이다
간디의 말이다.

우리가 마음먹은 일들이
생각에서 비롯 되었다면
말과 행동을 조심하지 않는다면
그 것은 결국 내 인생의 오점이 될 수 있는 일.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관심이 없다.
관심을 끌어내고 싶은 마음은
따뜻한 눈빛 말 한 마디 였는데
아내의 무뚝뚝한 성격은
너무도 사소한 듯 보이는 일에 화를 내고 있었다.

'아빠, 쌀도 없고 보일러도 나오지 않아요~'

분이 삭히면 돌아 오려니 했던 마음이
아들의 문자 앞에 여지없이 문어졌다.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처가에 가려는데
군인 아들이 안부를 전해왔다.

'시국이 혼란한데
이럴때 일 수록 말조심 행동 조심해라!'

당부에 당부를 하고 있었다.
301호에 초인종을 눌렀지만
빈집이라는 듯 인터폰에 댓구가 없었다.
이내 걸려 온 둘째 아들의 전화

'아빠, 지금 어디세요.'

302호였다.

아내와 아들과 함께 간
해장국집에 사람은 한산했다.
양선지 해장국을 두 그릇 시켜 주고
늦은 아침을 먹었다는 핑계로 자리를 떴다.
커피와 담배로 해장국집 앞에 앉았다.
밥 한끼 먹는 일인데
서로가 면목없기는 매반인데
따뜻한 국물에 상처받은 마음을 풀었으면 했다.

어머니의 해장국 한 그릇을 포장하고
가게 문을 나서는데
인생의 새 출발선에 선 모습처럼
모든 것이 낯설었다.
낯에만 생겼다 사라진다해서
도깨비 시장이라 했던가~
지금은 상설시장이 된 도깨비시장으로 갔다.

김장 재료를 한 아름 안고 돌아 오는 길에
사찰에 올랐다.
늦은 햇살이 가을에 물든 나뭇잎들 사이로
땅에 내려 앉았다.
시원스레 펼쳐진 먼 계곡 사이로
안개에 쌓인듯한 도시는
내가 다시 돌아 가야 할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더 늦기전에 집에 돌아가리라 했는데
그 옛날, 데이트를 하려 들렸던 포장마차가
아이 얼굴만한 석굴을 팔고 있었다.

미래를 알 수 없던 시절의 한 순간이
주막등처럼 머리에 켜졌다.
부쩍 키가 자란 아들을 앞세워
아내와 함께 석굴 한 접시를 시켰다.
운전 때문에 마실 수 없는 소주 한잔,
김장을 끝네고 나면 보쌈으로 풀꺼라 생각했다.

어머니의 눈물과
언제 샀는지 모를 아내의 쌍화탕과
만병통치약 알약으로
가족들이 나누워 먹고
해 마다 격는 김장을 끝넸다.
어차피 해야 할일
가족들이 똘똘뭉쳐 축제같이 즐기려 했던 일이었다.
산 하나를 넘겼다.

정말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싸울일이 있었을까?
우리는 저마다의 고립속에 SOS를 타젼하고 있다.

'제발, 제게 관심 좀 갖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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