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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을 두고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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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556회 작성일 16-11-29 11:41

본문

어제는 온종일 앓았다.
뼈와 살이 갈가리 찢기는 아픔보다
이승의 삶에 어떤 조사도 없이
홀연히 떠나간 처형의 죽음 앞에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어린 남매를 두고
먼먼 미국땅 어느 하늘 아래
눈을 감았을 한 여자를 생각하면
그 여자를 사랑했던 한 남자의 생각하면
상실이 얼마나 컸을까를 생각했다

"박 서방입니다~"

"그래, 자넨가~"

장모님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전화기로 전해오는 아픔을 감당할 수 없어
'자식을 잃은 슬픔이 얼마나 컸을까?'를 생각하니
가슴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이럴 땐 어찌해야 합니까, 어머니~"

"내가 너무 오래 산 것 같네~"

차마, 다음 말은 이을 수 없어
한참을 말없이 울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모두가 무탈하고 소박한
살 비비고 사는 세상이라 생각했다.
잘살고 못 사는 것이 너무도 원수 같았다.
꿈을 좇는 삶이 허무했다.

어제는 내 생일이었다.
미역국을 먹으며 왠지 죄스러운 마음에
아내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아내의 상심이 저처럼 큰데
밥 한술 입에 드는 것이 참, 모질었다.

출근길에 보았던 식탁 위에는
시금치 한단,
당면 사리,
붉은 홍당무,
분명 까만 비닐봉지에 잡채용 돼지고기가
담겨 있었을 것이다.

'자네 맘, 나도 알아~
혈육의 정을 끊어 내는 것이
수족을 잘라내는 아픔일 텐데 그 아픔을
어떤 위로의 말로 대신하고 싶지 않네.
화장실에서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우는
당신을 보았네.
내 가슴도 안개에 쌓인 듯 답답한데
꺼내놓지 못한 그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부탁이네.
내 생일상은 차리지 말게.'

사무실에 앉아 일을 미뤄놓고 보니
아내의 심정을 헤아려 문자를 보냈다.
띠동갑 처형의 삶을 생각하면
이승에서 못다 한 사랑이
부디 사랑하는 이들의 마지막 손을 잡으며
그 온기 잊지 않았기를 바랠 뿐이었다.

'전화를 해야 할 텐데~
어쩌면 마지막이 될 줄 모를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는데~
그러면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불쑥불쑥 고개를 드는 생각에
전화번호를 찾아 놓고 망설였다.
끝내, 전화통화는 못 하였는데
그것이 두고두고 잘못한 일이 되고 말았다.

점차 병색이 깊어
마지막에는 산소호흡기로 연명했다는데
고통이 얼마나 컸으면
앉아서 잠을 잤다고 했다.
대 소변을 받아내며
간호를 했을 장모님을 생각하면
찢어지는 아픔이었다.

이 년 전,
담배를 피우지 않던 처형이
뜻밖에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을 때,
처가 자매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

모두들 참담한 심경이었다.
순번을 정해 미국으로 가자는 둥,
어린 남매의 등교를 돌봐 주어야 한다는 둥,
미국에는 신약이 많다는데
한국보다는 났겠다는 둥,
침묵을 지키고 있던 내가 한마디 했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나도 내키지 않지만
물설고 낯설은 미국땅에서 고생하느니
차라리 고국으로 돌아오는게 좋겠다.
미국보다는 의료보험이 잘 되어있고
본인의 삶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 후에 아내를 통해 핀잔을 들었다.

모두들 어찌하면 살릴 수 있을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괜한 소리를 해서
자매들의 실망이 이만저만 큰게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일년이 지났다.
처형은 평소처럼 "다녀간다.'는 표현을 했다.
오자마자 평소 알고 지네던 지인들을 만나고
안경점에 들려 안경을 맞추고
치과에 들려 치료를 하고
시댁이 있는 충청도에 다녀오는 눈치였다.

그리고 요양차 들린 것처럼
어느 사설 요양원에 한달 남짓 머문듯이 보였다.

아내의 질타 이후에는
괜한 말을 한 듯 하여 처가의 일에
무심했다.
어느 날, 무뚝뚝한 아내가 처형의 소식을 전했다.

"내일, 미국으로 돌아 간데요."

왠지 모를 서운함이 머리를 스쳤다.
먼 타향살이에 지친 삶은 이해가 갔지만
승용차로 삼십분 남짓 떨어진 처가에서
전화 한 통 없다는 것이 섭섭했다.

처형이 왔다는데
전화 한 통 없는 사위가 미운 마음은
똑같았을 것이다.

곰곰히 생각다 못해
처가집에 전화를 걸었다.

"재부, 오랜만이네요.
동생 얼굴은 보았는데
제부 얼굴을 못 보고 가네요."

숨길 수 없었다. 서운한 마음은
하지만 병자에게 너그럽지 못했다.
그 많은 시간중에
다녀간다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 하는
처형의 심사에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었다.

짧지만 웃으며 반겨주는 안부에
언제 그랬던가 눈 녹듯이 내려앉은 마음은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가족이었다.

처형이 오늘 밤을 넘길 수 없다는 말을
아내에게 듣던 날 밤은
잠을 설쳤다.

근심이 있으면 꿈에 뱀이 났타난다더니
뱀을 잡는 꿈을 꾸었다.
몇 일째 새벽마다 아내와 나는
잠을 설치고 있었다.
미국과 한국의 시차는 10시간이 났다.

지금 생각하면
그 여행이 마지막 여행이었다는 생각이다.
자신의 생을 돌아보며
마지막으로 고국에서 한달 남짓 살았다.
머리도 하고 치과에도 들리고~~

'내일 죽더라도 화장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여자의 마음이었을까?'

많은 가족들 중에
친 할머니의 임종은 나만 지켰다.
돌아 가시기 몇일전에는
누워서 지내신지 오년이 넘었는데
머리를 감겨달라시더니
비녀를 풀어헤친 가늘고 긴 머리를
참빗으로 빗겨 내렸다.

어린 마음에는
깡마른 모습이었지만
병색이 호전되시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갈하게 빗어 올린 쪽진 머리에
비녀를 꽂으시고
환하게 웃던 모습이
할머니의 긴 병수발에 지친 가족들에게
잠시나마 위안을 주었다.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받아 들여야 할 때가 있다.
표현하지 않아도
내색하지 않아도
지극정성으로 간호를 했던 어머니는
할머니가 계시던 건넛방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치시는 걸 보았다.

아들 둘은 어려서 병으로 잃어버리고
막내아들에게 의지하고 사셨는데
그 아들마져 생일 날 아침에
친구를 구하려다가 전기 감전으로 돌아가셨다.
그 마음의 병에는
백약이 무효였다.

소주 한잔 드시고 나면
신문지를 말아 꽂아 놓으시고
'술이 달콤하다.' 하시던 술맛이
할머니가 사는 유일한 낙이었다.

늦은 밤, 술에 단풍이 든 얼굴로
품에서 꺼내놓던 아들의 사홉들이 소주 한 병은
이제 다시, 만날 수 없는 날들의 아픔이었다.

여자들은 찬장깊숙한 곳에
소주 한 병 숨겨두고 마시는 것이
삶의 고락을 아는 나이가 들었다는 말이다.

술에 취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 취하는 날이 있다.
보여줄 수 없고
내색할 수 없는 삶~

나는 술을 배우기 시작하고
점점 나이가 들수록 술에 취하지 않는다.
'왜, 그런 것 일까?'
그 것은 술을 마시는게 아니라
그리움을 마셔버렸기 때문이다.

채워도 채워도
마셔도 마셔도
결국 채울 수 없는 것이 그리움이라는 걸~

나이를 먹는 것은
그리움에 병세가 깊어 가는 것만 같아
술을 마시다가도 술잔을 엎어놓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지금, 우리가 돌아 갈 곳이 있다는 것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족곁으로 돌아 가는 길 이다.
언젠가 때가 되면
우리는 아무도 같이 갈 수 없는 길을
혼자서 가야 한다.

그 것은 고독한 길이 아니라
이 세상에 그토록 채우려해도 채울 수 없는
그리움을 두고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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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의 슬픔은



아무르박



저 산이 노을의 우듬지에 앉아
굽은 강물을 보고
저 강물은 산을 안고 흘러간다.

나의 슬픔은 저 붉은 태양에 물들지 않는
저 저 바다에 목놓아 울고 싶다.

태평양 건너 또, 다른 대륙에
처형이 운명했다.
오늘은 나의 생일이다.

나는 지구라는 어느 횡성에 불시착 한 건만 같아
나의 슬픔은
모든 대륙을 이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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