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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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urewat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89회 작성일 16-12-01 09:27본문
경주에서 웍샵이 있어서 1막 2일의 일정으로 다녀왔다.
예전 같았으면 청주에서 경주는 먼 곳이었는데 KTX로 가고 오는 길은 너무나 짧았다
난 평상시엔 책을 읽지 않다가도 여행을 가거나 출장을 가게되면 꼭 책을 챙겨든다
매번 다 읽지도 못하면서 그 욕심을 아직 버리지 못해서 이번 여정엔 두 권의 책을 집어들었었다
한 권은 "최인호의 인생' 다른 하나는 별 생각없이 집어 든 수필집이었다.
돌아오는 날 최인호의 인생을 호텔에서 공항으로 데려다 주는 리무진에서부터 읽기 시작했다
신경주역에서 나의 종착역인 오송역으로 가는 KTX를 탔다.
도착할 때까지 책을 다 읽어야 했다
열차는 금세 동대구역, 그리고 한 숨 돌리나 했더니 대전역이고 그 다음에 곧 오송역에 도착할 판이었다
읽어 나가면서도 원고 마감시간에 걸린 것처럼 초조하였다.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이는지, 또 삶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였다.
거기엔 죽음을 앞 둔 다른 사람들이 맞은 죽음이 있었다: 법정스님, 김수환추기경, 이태석신부.
건강한 상태에서 생각하는 죽음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내지는 당하는 것일텐데
말기암환자의 입장이 되고 나면 죽음마져 무엇이라 규정짓고 싶어지는 모양이다
자기 머릿속에서 정의 되는 거라면 죽음도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현상으로
인식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인간은 그 숙제를 풀을 수 없으니 결국 죽음은 절대자의
몫이라며 영혼을 내 맡기는 건는지도 모르겠다.
죽음이 임박한 상황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어할까 궁금했다
최인호 작가는 죽는 순간까지소설을 쓰고 싶어하였었다.
환자로서 죽는다는 건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고 작가로서 죽고 싶다고 생각한 거였다.
그리고 또 한가지의 소망은 걷는 것이었다
늘 다니던 산, 늘 걷던 길,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었는데 그걸 못하게
된 상황을 이기고 싶어 하였다.
한치 앞을 모르게 설계된 인간의 수명 앞에 환자끼리 누가 누구보고 잘 가라고 먼저
인사할 수 없어 아무 말 없이 포옹만 한 채 헤어지는 모습이 그 속에 있었다
다시 만나자는 말도 서로 하지 않았다.
병원, 중환자실은 삶의 마지막 여정인 곳이었다.
살면서 수없이 드나들 던 그곳에서 다시는 걸어 나가지 못하게 되고 나면
명의나 점쟁이나 매 한가지가 되고 만다.
그저 몇 개월 정도 남았다는 점괘나 귀띔해 줄 뿐 언제 낫는 다는 말은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시간'이었다
시간이 담보되지 않는 꿈은 그저 꿈일 뿐일텐데, 나는 시간이 영원히 남아 있는 것처럼
꿈을 꾸고 있다. 누구라도 언제든지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는 거다.
오늘 아니면 내일이 될테고 그게 아니면 다음에 만날 수 있으리라 여기며 살고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 서운하게 했어도 다음에 마나면 잘 하리라 마음만 먹으면 실행되는 거라 믿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조차도 그랬었다
지금, 내년, 그리고 몇 년 후까지 아니 노인이 된 모습으로도 만날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다.
마치 가진 재산이 엄청 많은 부자인 것처럼 대하였다
정말 내가 재벌이었으면 좋겠다.
그럼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 주고 싶은 거 다 해줄 수 있을 테니 그렇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내가 가진 전 재산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모른채 산다.
내 전 재산은 '앞으로 살아갈 시간' 뿐인데 가늠할 길이 없다.
당신은 부자이신가요? 옆 자리 여행객에게 묻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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