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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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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03회 작성일 16-12-02 18:35

본문

아들아,
온 산을 불 지르고 타는 저녁노을을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산마루에 서서 굽어보던 풍경에
기염을 토하듯이 감탄사를 던져 본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도시는 별빛조차 찾지 않는다.
그 많던 별들은 다 어디로 갔니.
외로움이 깃든 골목마다 가로등 불빛이
잠들지 않는 도시의 별이구나.

금방 비라도 내릴 것 같던
오늘 하루는
차라리 눈이라도 내려주었으면 좋으련만
마지막 장을 남긴 달력에
이틀을 지우고 있다.
이제 두 밤만 지나면
네가 그토록 달려오고 싶던 가족 곁으로
휴가를 나오겠지.

네 엄마는 네가 오는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벌써 가스레인지 위에는
곰탕이 첫 물을 버리고
재탕, 삼탕 끓고 있다.
쌀 뜬물같은 말갛고 뽀얀 국물에
그리움이 농하다.

동부전선 어느 하늘 아래
고래 등과 같은 등고선이 북으로 북으로 치 다르고
철책 근무를 하는 늠름한 내 아들의 모습을
이 아비는 떠올려본다.

서울은 벌써 첫눈이 내렸다.
첫눈은 늘 그렇듯이
먼 산에 달빛 머문 박꽃같이 민낯을 보이고
싱겁게 녹아버렸다.
네가 맞이할 첫 겨울은
얼마나 혹독할지 상상이 간다.
눈이 오는데 비질을 해야 하다니
산마루에 오른 흙길을 다시 되돌아
발자국을 찍는 기분이 어떨지 알 것 같다.

인생은 동치미 국물 같다.
그 알싸한 맛이 청량감을 주는구나.
오이지는 어떻고.
짠물을 적당히 뺀 아삭한 맛이
추워야 맛보는 군고구마 맛 같은 정감이다.

네 할머니의 장독에는
동치미와 오이지가 익어가고 있다.
맛이 덜 들었지만
손주가 오면 익어있겠지.
올 김장김치는 아직 맛보지 못했지.
왠지, 심심한 것이
젓갈을 많이 넣었는데 빛깔만 붉다.

김장을 끝내고
돼지 보쌈에 굴을 듬뿍 넣은 무속
그리고 노랗게 숨이 죽은 배추 한 쌈 가득
볼때기가 터질 듯이 씹던 맛은
네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아할까를
생각했다.

그 흔한 초코파이의 맛에
목회자가 되었다는 선배의 말이 생각나
쓴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
몰래 먹는 사발면 맛은 참 좋지.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까닭은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멀리 있기 때문이다.
그리움을 알아버린 까닭이지.

주말이면 시청으로 광화문으로
내자동 거리를 지나
효자동으로
4.19 민주 열사들의 불같은  함성이
억압의 총탄에 흔적으로 남긴
동십자각으로
촛불을 든 국민들이 시위를 한다.

이 아비는 그저 먼 발치에서
먼 나라 이야기처럼 TV에서 보고 있다.
네 이모와 이모부들은
눈으로 다시 쓰는 역사의 부름에
촛불을 들고 참여한다는데
이 아비는 네 엄마의 핀잔 소리를 들으며
소주를 마셨다.

이 아비는 보수 꼴통이었나 보다.
사람을 믿었던게지.
그 아비가 독재자의 길을 걸었지만
그 딸은 아비의 '잘살아보세!'
그 정신을 완수해주길 진심으로 바랬다.
저 발바닥에 잡초처럼
밟아도 피는 민들래같이
소외받고
시급과 비정규직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희망을 꽃으로 피워줄거라 믿었다.

대구 서문시장에 큰 불이 났다.
정치인으로 산지 18년,
대통령이 되기까지
숫한 고비를 넘길 때 마다
서문시장의 상인들이 그 아비의 향수에 젖어
그녀를 열열히 환영을 했다.
정치인보다 한 인간으로서의 연민으로
다시 찾았다고 하는데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이제는 국민들의 분노를 깨닭고
하야를 했어야 했다.
정치가와 위정자들의 권력욕은
철웅성 같을 것 같은 권자에서 내려서지
못 하는 구나.

죄는 미워하데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했는데
그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죄를 지워서는 않되는
천심을 받드는 자리였다.
세월호의 참상을 보았다.
저 홀로 살 궁량을 했던 못난 한 인간의 판단에
꽃처럼 피지도 못한 이 땅의 딸과 아들들이
죽어가지 않았니.
아비는 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초 한자루 들고 나섰을 뿐인데
십 오만명이
삼십만명이 백만이
이백만이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며
우리 국민들의 의식은 선진 민주주의였다.

많이 맞아 본 놈이 아픈데만 골라 때린다더니
무식한 놈들아~ 돈 번개무섭구나.
없는 놈 하나를 빼앗으려고
아흔아홉 갖은 놈들아~ 몹쓸짓을 하는구나.
미친놈 칼든 것 보다 무섭구나.
그 놈이 정치를 한다지.
나라를 팔아먹을 놈들이다.

흑수저, 금수저
태어난 것에 선택이 있었겠느냐.
그저 사람은 주어진 되로 사는게지.
누구를 원망하고 싶었다면
자신의 무능을 탓하지 말고
게으름과 약빠르게 살려는 자신을 탓해야 한다.

우직하게 살면 어떠니
묵묵하게 제 자리를 지켜주었을 때
이 사회는 성장하는 것이다.
정치에 야합하지 않고
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준다면
이 나라의 제벌들은 욕먹지 않았을 것이다.

부자가 존경받고
가난한 자의 인격이 무시당하지 않는 사회는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대한민국이다.
외유와 야합과 당리당략으로
젊은 소장파들이 철학을 갖지 않는다면
재목으로 쓸 나무가 아니다.
뿌리가 썩었는데
나라에 환란이 오면
먼저 도망갈 놈들이다.

이 아비는 욕심이 삶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
말하고 싶구나.
재물에 눈이 어두우면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는 것이다.
권력을 탐하는 것은
내 가족과 내 이웃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왕능에 가봐라.
어느 왕조의 무덤이 더 화려하더냐.

사람은 베푸는 사람을 기억하는 법이다.
사람은 따뜻한 사람의 온기를
잊지 않는 법이다.
사람은 동정이 아닌
사랑을 행하는 사람의 죽음을 애도한다.

아들아,
산 노을이 도시의 촛불에 불게 물들고 있구나.
아들아,
백악산의 높은 촛대바위처럼 앉아
굽어보는 강줄기는 없고
사람들의 개탄이 물결치는 구나.

아,
감탄사가 탄식으로 바뀌어버린 세상
이 나라는 권자에 앉아 굴림하려는 사람은 있는데
민초들의 탄식에 귀 기울여 주는 인재가 없구나.

관악산, 등고선마다 일어선 모닥불의 형상이
경복궁 뜰에 미치더니
불의 화기를 누르려고 팔부능선에 연못을 팠다는데
나라의 환란이 오면 밤마다 울었다는데
그 우물터는 마른지 오래고
역사의 뒤안길에 다시 선 오늘이다.

오늘, 우리가 약속하자.
흑수저, 금수저 이편 네편 편가르지 말자.
소주값을 오늘 내가 먼저 내는 것은
관계를 소중히 생각하는 것이고
누구에게 안부를 먼저 전하는 것은
그 사람을 소중히 생각하기로.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그리움으로 남겨둬야 살맛나는 것으로.
내가 지키지 못 할 약속은
하지 않기로.

아들아,
그리움이 농하게 익어가는 12월이다.
우리, 언제나 그러했듯이
무던하게 가슴 한 우듬지에 담아두자.

사랑한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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