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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술탄(회교군주)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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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광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84회 작성일 16-12-16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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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술탄을 위하여

김광한

프란치스코는 전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마음이 가난하고 물질로부터 일탈된 형제들을 모아서 이 세상을 진정 평화의 한 마을로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이탈리아 해안에 바닷바람이 천천히 불어오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벌써부터 벅차오르고 있었다. 미지의 형제들을 만나보겠다는 생각이 그를 들뜨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탄 배는 잔물결에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배의 잔잔한 진동은 언젠가 술탄(회교 군주) 앞에 나섰을 때 그의 심장의 고동을 연상하게 했다. 술탄 앞에 나섰을 때 이교도인 자기를 대하는 눈총이 어떻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떨리는 가슴을 억지로 진정시켰다. 술탄에게 자신의 복음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시련에 부딪쳤을 때 옛날 성인들은 어떻게 대답 했는가. 그들의 가슴은 떨리지 않았는가. 아무래도 성인들의 평정함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술탄은 움푹 패인 볼과 커다란 귀, 한쪽을 집중시키는 상대를 주눅 들게 하는 눈초리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그가 회교 군주라기보다 아버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도 비슷하게 생겼었다. 프란치스코가 다가오자 그는 아주 재미있다는 듯이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작은 키의 프란치스코가 그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곁에는 무서운 얼굴을 한 부하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술탄의 한 마디에 그들은 당장 프란치스코의 목을 칠 그런 기세였다. 프란치스코가 더 가깝게 술탄에게 다가갔을 때, 술탄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말했다.

"자네의 용기에 탄복 하네 발걸음은 불안한 것 같지만 눈매가 단정해. 흐트러짐이 없네. 나와는 종교가 다르지만 자네가 마음에 들었네. 내 주위에 있는 겁쟁이들과는 분명히 다르네."

프란치스코는 듣기만 했다.

"자네 같은 사람을 내 궁전에 두고 싶네, 그러나 자네가 허락할 것 같지 않네."

그는 프란치스코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자네는 예의범절도 제법 알고 있군 .그 점도 내 마음에 와 닿네."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다. 술탄의 부하들이 어색한 분위기 때문인지 자주 헛기침을 했다. 술탄이 프란치스코에게 물었다.

"그런데 꼬마 성자여. 자네의 생각은 무엇인가? 우리의 율법에 위배되지 않는 한 들어 주고 싶은 생각이네."

프란치스코가 거침없이 대답했다.

"임금님, 당신에게 평화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자 술탄은 껄껄 웃었다.

"성자 같은 말이로군. 그런데 불행하게도 나는 전쟁을 좋아 한다네, 나는 평화를 위해서 전쟁을 하는 걸세. 우리 알라신의 명으로‥‥ 전쟁 뒤에는 평화가 오기 때문이다. 안 그런가?"

"제가 말씀드리는 평화는 반드시 전쟁의 반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금님, 임금님 마음속의 평화를 의미하는 겁니다. 향기로운 술처럼 마음속으로부터 넘쳐흐르는 깊은 만족감과 기쁨 입니다."

"우리 같은 전사(戰士)로서는 오직 전쟁에서의 승리만이 내면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일세. 전쟁에서의 패배란 굴욕과 마음 속의 불안한 공포만이 남게 되는 것일세. 나는 이것을 여러 번 느꼈네. 전쟁에서 패배했을 때 말이야. 마음속의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서 전쟁에 서의 승리 말고 또 무엇이 있다고?"

"있습니다. 알라신의 아들이여. 그것은 기도입니다."

"기도? 기도라면 매일 알라신에게 바치고 있지 않은가?

"물론입니다. 그리스도 신자들보다 더 열심히 알라신에게 기도하고 있죠."

"그 기도 말고 또 있나?"

"있습니다."

"그걸 가르쳐 주게, 성자여."

"제 마음 속의 악마를 하나하나 때려눕혀 가는 동안에 배운 기도를 임금님과 함께 바치고 싶습니다. 임금님의 기도도 물론 훌륭하시겠지요. 그러나 제가 새로운 기도를 가르쳐 드리고 싶습니다."

"좋아. 그럼 당장 이 천막 안에서, 여기 모여 있는 전사들 앞에서 자네의 기도를 배우고 싶네."

술탄은 프란차스코의 기도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술탄의 기도는 늘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한 기도였다. 그것이 그는 기도의 전부인 줄 알고 있었다.

프란치스코는 무릎을 꿇고 앉아 천막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_푸른 하늘 쪽을 바라보면서 기도했다.


주여, 나로 하여금

당신의 평화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

나로 하여금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심게 하소서.

싸움이 있는 곳에 용서를

어둠이 있는 곳에 빛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게 하소서,

주여, 나로 하여금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해 주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해 주고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우리가 아낌없이 줌으로서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를 받으며

죽음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게 됨을 알게 하소서."

 

프란치스코의 기도가 끝나자, 술탄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감동이 된 것 같았다. 그의 기도는 향기로운 술과 같았다.

술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프란치스코에게만 들렸다.

"꿈을 좆는 작은 거지여, 평화의 사도여. 이 세상의 증오와 평화가 균형을 이를 만큼 자네와 같은 마음씨가 착한 사람의 수가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나도 마음속으로 원하고 있네. 작은 거지여. 마음이 가난한자여, 자네의 가난한 마음에 평화를 주고 싶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세상에서 이해가 되는 일은 두 가지밖에 없네. 권력과 폭력이지. 폭력이 있어야만 권력이 유지가 되는 거라네. 기도를 듣고 있자니 나도 언젠 가는 자네처럼 거지가 되어서 마음 안으로 평화를 받아들이는 삶을 살고 싶네, 단식도 하고 걸식도 하면서 말이야. 이까짓 치장한 옷과 칼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칼을 드는 일보다 죽는 사람의 편을 들어 그 사람들로 하여금 세계에 평화를 심는 일을 하고 싶네. 그러나 그 때가 오기까지는 하느님의 작업은 나와 같이 힘센 자를 통해서 나타날 걸세. 그때까지는 말이야‥‥‥“


술탄은 다소 우울했다. 그는 작은 거지 프란치스코를 부러운 듯이 쳐다보았다.

“임금님께서는 그날이 오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그것보다 더 확실한 선물을 자네에게 주지. 자네가 그날을 위해서 기도할 수 있도록, 또 이 진지로부터 안전하게 떠날 수 있도록 허락을 하겠네. 내 사나운 부하들을 피해서, 부하들에게 일러두겠네. 작은 거지, 프란치스코 성자에게 손을 못 대도록 내가 이 세상을 떠난 후 알라신이 마음이 변해서 자네같이 마음씨 고운 도구를 써 주시게 되어 증오와 폭력을 막을 수 있는 만큼 평화를 사랑하는 거지들의 수를 늘려 주시도록 기도하겠네. 자네의 꿈을 들어주게. 자네같이 마음씨 좋은 거지는 그 꿈을 알라신께서 선사할 것이네. 그리스도나 알라신이나 결국 마음은 같은 것이 아니겠나, 평화, 바로 그것이겠지. 용감한 거지여! 프란치스코여!"

그리고 그는 소리 높여 외쳤다.

"나의 용감한 전사들이여! 이 더럽고 작은 거지를 데리고 가라. 그러나 이자의 패거리들이 있는 곳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주도록 하라. 임금은 더러운 거지나 해충, 벌레나 짐승 더구나 기독교 신자를 손수 다루어 임금의 명예를 훼손할 생각은 없느니라. 이자의 더럽고 초라한 몰골을 보면 누구나 우리가 기독교 신자보다 훨씬 더 훌륭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니 어서 데려가라. 거지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어서 가라!"

술탄이 프란치스코를 보고 한쪽 눈을 찔끔했다. 프란치스코는 술탄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도 한쪽 눈을 찔끔해 주었다.

프란치스코는 임금 앞에서의 예절, 뒷걸음을, 몇 번 치고서 접견실을 물러나왔다.


배가 점점 육지에 가까워짐에 따라 물결의 리듬이 깨어 졌고,프란치스코도 깊은 상념에서 깨어났다.

그는 수평선 위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가까이 고향 이탈리아 땅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졸저 로만칼라의 한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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