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학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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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86회 작성일 16-12-27 08:00본문
지난 밤
나는 솥뚜껑을 엎어놓고
질펀하게 술을 마셨다
부동산을 하는 선배는
나이가 육십 하고 넷
아니 다섯쯤 되었으리라
나는 그의 나이를 건성으로 듣고 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아들 둘이 있었다
그에게 남겨진 야무진 꿈이 있다면
세간살이 들일 전세방을 구해주는 것
그도 아니면
아파트 한 채 안겨 주고 결혼시키는 일
그것은 부모로서 의무를 다하는 일이다
겨울 한파가 목구멍까지 몰아쳤다
뚝 끊어진 발길
부부가 너무 착해서~
방 두 개에 거실
전세 오천이면 너무 싼 것 같아서~
또 다른 집은 없어요~
그 질문에 답을 주지 못하고
날아간 계약서
선배가 밤길을 걸으며 생각났던 것은
솥뚜껑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었으리
나는 그 시각
다 저녁에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복층으로 다락을 만들었으면
짐을 올려놓아도 좋고~
잠시 망설이더니
사람이 올라가 쉬어도 좋고~
전화기 저편 사람의 옹색함이 느껴졌다
장님이 문고리 잡고 코끼리를 그리는 일
그 마저 말꼬리를 흐려놓고
보여 주기도 부담스러워 하는 일
그는 왜 전화를 건 것일까
나는 분노하고 있었다
계약서에 도장이 마르기도 전에
건네준 계약금이며
건네준 집 열쇠
믿었던 게지
집을 통째로 맡겼는데
별일이야 있으려고
일요일 저녁 새참으로
라면을 먹고 있었다
가격이 너무 비싸요~
대기업 회장인가
일을 보류해주세요~
언제 일을 달라고 애걸을 했던가
네발 달린 자동차가
중형인지 대형인지 소형인지
굴러만 가면 자동차요
자동차 가격은 똑같다는 논리
그 말끝에 대뜸
비굴하리만치 아양 섞던 목소리는 간곳없고
아저씨~
나는 이 말에 분노했다
왜 아줌마~
코끼리 비스킷 같은
도배 장판 까는 월요일이 날아갔다
여주 슈퍼
아니 여주 슈퍼맨
그런 표현의 한계점이다 싶을 구멍가게
십 오 년을 문 폐도 없이 장사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찾는다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
그녀의 남편은 말수가 없고
그녀는 까칠하다
돈의 논리로 풀어내는 간판 주문
그래 돈이 없지 마음이 없을까
아크릴판에 과하다 싶을 그래픽을 접목했다
딸랑 상호네자 넣어달란 말이었는데
담배
한 수 더 나갔다
우리 동네 우리 마트
카피라이터
너무 심심하다
아이스크림 커피 인스턴트식품 술
마크 네 개를 붙여넣고
그녀의 인생역전 로또를 꿈꾸며
무지게빛 색을 덧칠했다
말수가 적은 남편은 간곳없고
그녀와
그녀의 딸은 혀를 찼다
아~
감탄사였다
두유 한 병이 돈과 같이 건너왔다
뿌듯한 마음이 민물 졌다
한 식경이 지났을까
걸려 온 전화
천막에 가려 안 보인다고 하네요~
간판이 너무 작다고 하네요~
간판이 무슨 엿 가락인가
돈을 더 줄 테니 늘려달란다
돈만 더 주면 승용차 꽁무니에
화물칸을 달아주나
이럴 땐 하늘을 본다
뭔 놈의 날씨가 날마다 우거지상인지
비는 또 잴잴 거리는 지
가진 게 없다는 것은 자존심을 지키는 일인데
쫀쫀하다
없는 놈이 더 깐깐하다
그 맘 아랑곳없고
그래서 끼리끼리 산다고 했던가
영 죄수 없는 월요일 저녁
삼겹살보다 소주보다 좋은 안줏거리
세파에 시달려도 풀 죽지 않는 기상
점점이 점철된 삶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자식에게
무엇을 물려 줄까
돈 권력 출세 그리고 알량한 명예
지뿔도 없으면 자존심
나는 자연인이다 라는 케이블 방송을 보면
답이 있다
사업에 실폐했거나
사회 부적응자이거나
시안부 인생이거나
붕괴된 가족사이거나
찌질이 못난 사람들이 숨어 드는 곳
그 곳은 산이거나 바닷가다
그들의 공통된 점은 뜻밖에
나는 행복하다
왜
왜
왜 그런걸까
그 이유를 도출하기까지
아 지긋지긋 해~
당신 산에 들어 가 살려고 해욧~
저런 곳에 살면 얼마나 외로울까~
저 사람 지난 번에 나온 사람 아니예요~
야동이예요 벌건대낮에 옷을 훌러덩까게~
아내의 잔소리가 못이 박힐 때 쯤
탁치니 어~하고 죽는 다는 거짓말처럼
머리를 스치는 생각
우리는 날마다 돈돈돈
돈
돈
또 돈
여기도 돈 저기도 돈
돈만 있으면 행복하다는 생각만 했다
왜 인간은
행복해지기위해
행복을 말하지 않는가
우리 자식들에게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말해주지 않는가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사람 만나려면
인류 대학나와
인류 직장에 들어가라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회장님들은
인류 대학을 나오고 인류 직장을 다녔던가
돈 많은 그룹의 총수는 뭐가 부족해서
전과자가 되었는가
돈 이라면 평생
쓰지도 못 할 만큼 벌었는데
그들의 행복지수도 인류여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행복해지는 법을 모르기에
행복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슨 자식 교육을 시키겠는가
산골에 무지랭이로 살아도 행복하다는 건
보리쌀 서말쯤
아니 고구마 한 자루쯤
장독에 된장묻어두었지
뒷곁에 김장독 묻었으면
처마에 마른 시래기죽만 먹어도 행복하지 않을까
상대적인 박탈과 상실이다
올 곧이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갖어 본 기억이 없다
인생은 결국 혼자 남겨지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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