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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환갑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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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지명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36회 작성일 17-01-0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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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선물

김지명

 

  비행기에서 내렸다. 열두 시에 괌 공항에 도착하였는데 공기는 생각 이상으로 맑고 산뜻하다. 비행기 밖에 기온은 우리나라 여름 날씨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입국절차는 기다리는 시간이 거의 없어 순서대로 검색대를 통과했다. 공항 대기실에서 여행사직원이 내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기다린다. 다가가니 반갑게 반겨준다. 우리 가족을 승합차에 태우고 운전하는 여자가 말도 잘하니 안내자로서는 명품 같아 보였다.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면서 괌의 구석구석을 자랑하듯 말한다. 기왕에 괌에 왔으니 좋은 곳을 빠뜨리지 말고 돌아보라고 권한다.

  여장을 풀기 위해 숙소로 이동하였다. 다양한 모양의 호텔 중에서 유일하게 한국인만 몰려있는 호텔로 안내해주었다. 로비에서 계산대 아가씨와 무어라 속삭이더니 B동으로 가자고 한다. 안내원은 열쇠를 주면서 호실을 찾아가라고 하고 헤어졌다. 가족을 데리고 B31층에 올라 열쇠에 적힌 호실 문을 열었다. 방에 불을 켜고 창문에 가려진 커튼을 열었더니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여장을 풀고 베란다에 나가서 주변의 경관을 바라본다. 건물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새로운 느낌 그대로 시계가 아주 좋다.

  조망이 좋은 호텔에서 경치를 살핀다. 구름이 보이지 않아 피바다로 물들여야 하는 아름다움을 볼 수 없었다. 붉은 태양이 바다 밑으로 숨어버리자 세상은 어둠으로 젖어 든다. 바다에서 해가 뜨고 지는 것은 어디서 보아도 감동적이지만, 여기서는 특별히 좋다는 느낌이 없었다. 저녁 하늘에 엷은 구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오늘따라 보이지 않았다. 바닷물엔 은빛 윤슬이 눈을 부시게 하더니 한순간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호텔에서는 경관이 아주 좋았다. 수평선과 지평선이 맞닿는 해변을 원 없이 조망할 수 있었다. 괌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볼거리가 많고 경치가 좋다. 해안선을 따라 쭉 뻗은 푸른 바다 위로 수십 킬로미터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얕은 바다 일부가 독특하게 생겼다. 1km까지는 물속으로 지면이 훤하게 들려다 보이다가 갑자기 물의 색깔이 진한 청색으로 보인다. 더욱 이상한 것은 파도가 밀려오다 그곳에서 멈춰버리는 것이다. 절벽으로 꺾인 바다 밑은 아마도 수십 미터의 깊이가 있을 것 같다.

  호텔에는 대다수가 한국 사람이다. 뷔페에는 한국식당과 같은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사람과 언어 뿐만은 아니다. 조리도 한국 사람이 즐겨 먹는 불낙이나 김치찌개도 우리식으로 만들어졌다. 외국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웅성거리는 소리마저도 한국말뿐이다. 술을 못하는 나는 과일에만 눈길이 갔다. 소고기 육회나 갈비찜, 참치나 가오리 회가 있어도 먹고 싶지 않았다. 사과, 자몽, 바나나, 포도, 캔에 들어있는 백도 등 여러 가지 과일로 한 끼의 양을 채웠다. 몸에서 비타민C가 부족하였는지 오로지 과일밖에 당기지 않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휴게실로 자리를 옮겼다. 휴가를 즐기는 양가 가족이 휴게실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가족여행에 동참을 마련해준 조카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처조카는 이모님이 환갑을 의미 없이 보내는 모습이 안타까워 여행선물을 했다고 한다. 외국여행 시켜준 고마움에 처조카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처형은 우리가 남인가 같은 가족이라며 아들과 함께 경제적인 여유를 보인다. 동서도 기왕에 좋은 곳에 왔으니 부담 느끼지 말고 즐겁게 놀고 맛있는 것만 골라 먹자고 한다.

  처조카 덕분에 외국구경 잘했다. 환갑여행을 신랑이 아닌 처조카가 하루도 아니고 23이나 여행시켜준 고마움을 눈물로 인사하는 아내의 모습에 고개 숙인다. 산에도 능선과 계곡이 있듯이 사람도 가난과 부자가 존재한다며 이유 없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아내의 환갑여행을 외국구경 가려고 몸을 아끼지 않고 노력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다. 외국여행은커녕 일선에서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아내가 애처롭기 그지없다. 처조카 덕분에 괌에 흔적을 남긴 만큼 추억을 만들자고 아내의 기분을 돋웠다.

  마지막 날 새벽이 밝았다. 이글거리는 태양은 어제와 같은 자리에서 떠올랐다. 잡히지 않는 시간은 빠르게 태양을 끌어당긴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중천에 떠올라도 아열대성 기온은 변하지 않으므로 언제나 다양한 꽃을 볼 것 같다. 호텔 주변엔 눈길이 가는 곳마다 색다른 꽃이 유혹한다. 야생초나 나무에서 꽃은 변함없이 피고 지는 것을 꽃잎 곁에 열매에서 느낄 수 있다. 난생처음 보는 꽃도 많고 나무에서는 이색적인 꽃을 피워 독특한 향기를 풍긴다. 기온의 변화에서 자라는 식물은 엄청나게 다르다.

  호텔 밖으로 둘러보았다. 가는 곳마다 놀이기구는 아주 다양하게 갖추어져 제각기 취미대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게임 놀이나 수영, 미니 골프, 탁구, 당구, 농구 등 각가지 시설이 즐비하다. 가족들은 취미에 맞추어 놀자며 각자 헤어졌다. 동서와 함께 미니 골프로 웃고 웃으면서 즐거운 시간으로 게임을 마쳤다. 놀이가 재미있어 그런지 시간이 한순간 한나절이 지나버렸다. 반세기를 넘게 살아도 이처럼 멋진 휴양지는 처음 보았다. 풍광, 기온, 천혜의 생김새 중 어느 것 하나 나무랄 곳이 없는 괌의 휴양지다.

  바닷물에 몸을 던진 아내다. 호텔 언저리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풀장은 여행객들이 만원을 이룬다. 우리 가족들은 자연이 만들어놓은 해수욕장으로 나갔다. 수 킬로미터나 길게 뻗은 해수욕장은 천혜의 관광지답게 각가지 놀이기구와 이색적인 시설물이 즐비하다. 아내는 언니와 함께 깊은 물속으로 몸을 던져 헤엄친다. 나는 카메라를 들었기에 얕은 곳에서 물속 고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청정지역이라 물속에는 고기떼와 산호초가 훤하게 보인다. 쾌속정이 끄는 페어 글라이드에서 느끼는 기분은 어디에서도 비교할 수 없었다. 공중에서 내려다본 짧은 순간이라도 짜릿한 기분은 낙하산 탔던 군대 시절을 방불케 했다.

  의사인 처조카와 판사인 질부가 이모 내외를 외국여행 티켓을 선물하였기에 괌에 발자국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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