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쫑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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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지명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15회 작성일 17-03-12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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쫑파티


      김지명

 

  모임에 간다. 함께 공부하던 문우들이 쫑파티 하는 모임이다. 만나는 장소는 이름도 고상한 시실리 음식점이다. 토속적인 분위기로 꾸민 음식점 안으로 들어서니 조용한 방으로 안내해준다. 약속 시각이 가까워 문우들은 속속 들어온다. 방은 좁고 길었지만, 함께한 문우들이 앉으니 안성맞춤의 크기다. 방으로 들어올 땐 두서없이 들렀는데 앉을 땐 남녀 문우들은 물과 기름처럼 분리하여 자리 잡는다. 주류와 비주류가 분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남녀가 분리하여 앉는 것은 평등 시대에 맞지 않은 느낌이다.
  음식점에서 미각을 느낀다. 막걸리로 주류들의 잔을 채우고 비주류들은 음료수로 잔에 무게를 실었다. 여성작가들도 함께하겠다는 뜻으로 파이팅을 외친다. 헤어짐보다는 다음 학기에 다시 만나기 위함이다. 술잔이 오가는 동안 푸짐하게 음식이 차려졌다. 식재료가 좋아서인지 요리 솜씨가 독특해서인지 음식 맛이 아주 좋다. 해변의 도시라서 흔하게 보이는 어패류와 해초류도 빠뜨리지 않았다. 피조개, 꼬막, 고동 등이 시선을 잡는가 하면 미역과 다시마, 톳도 눈에 들었다. 모두의 시선은 음식에 집중하였다.
  영광스러운 시간이다. 문인들은 쫑파티로 즐기는 시간이 더없이 행복하게 느껴진다. 한 학기를 보내고 그냥 헤어지기 섭섭하여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다. 스무 명도 안 되는 인원이 얼굴과 이름도 기억하기 전에 헤어져야 하는 게 안타깝기만 하다. 한 학기 동안 단체로 문학기행도 없었기에 더욱 거리감은 좁아지지 않았다. 여름에 알알이 맺힌 열매가 가을에 결실을 보아 빨갛게 익듯이 배움터에서 잦은 강의와 질책에 학식을 얻었다. 빨갛게 변해가든 열매가 토실하게 익어가듯이 문우들과 잦은 만남에서 우애가 두터워지기 전에 이별의 시간이 밀려왔다.
  음식 궁합도 다양하다. 찬의 종류에는 서로 궁합이 맞는 것이 있는가 하면 삼각관계도 있다. 주방장이 만들어준 음식이 눈에 거슬리는 것도 있고 빛깔 좋고 향기가 독특하여 군침이 생기는 찬도 있다. 육류와 된장을 함께 자주 복용하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장어와 복숭아를 같이 먹으면 설사로 이어진다. 이런 상식도 잊은 채 다양한 요리로 배를 채우려고 수저를 잡을 때 눈동자는 부족한 영양을 찾는다. 조금 특이한 찬에 눈길이 꽂힌다. 충분히 발효한 김치가 새콤한 향기를 풍겨 군침이 생긴다.
  식욕도 체질에 따라 다르다. 체질은 보편적으로 태양인과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 사상체질이다. 체질마다 음식의 미각을 느끼는 성향은 다 다르다. 주객들은 대다수가 다혈질이므로 양인체질이라 육류와 회를 좋아한다. 비주류들은 주로 음인 체질이라서 채식주의자들이다. 육십 대라 시속 60km의 속도로 세월에 끌려가다 어느새 이별이라는 아쉬운 순간이 밀려왔다. 애주가들은 술잔을 부딪치며 이별의 파이팅을 외친다. 내 몸은 술을 받아주지 않아 미역 요리로 배를 채웠다. 요오드와 티록신 같은 영양분이 부족했던 것으로 느껴진다.
  파티는 술자리다. 어느 연회석이라도 단체 모임은 반드시 주류와 비주류가 혼합되었다. 파티장소에서 화합을 다지기 위한 파이팅을 외칠 때 동참하려고 알코올이 아닌 사이다로 잔을 채웠다. 주류들은 소맥으로 목을 축이더니 카~ 좋다고 하면서 입맛을 다진다. 주객들이 말문을 열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주석에서는 배경음악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한 애주가가 파티에 참석한 모두를 끌어안고 독자적으로 대화한다. 나도 분위기 있는 자리에서 얼큰하게 취해보고 싶지만, 알코올을 섭취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음식에 궁합이 있듯이 문우도 궁합이 있다. 문우들의 궁합은 장르 별로 분리하지 않으면 창작할 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참석한 문인들은 내향성과 외향성의 성격이 모였으므로 체질도 다양하다. 외향적인 사람은 곧 다혈질의 성격인 대다수가 남성이다. 외향적인 성격만 모이면 은연중에 주석에서 싸움이 일어날 수 있다. 모임에는 서로 다른 체질을 만나야 평형을 이루며 폭발의 위험이 없어진다. 문우들이 모이는 장소는 웃음이 넘쳐나므로 외향적 보다 내향적인 성격의 소유자가 많은 것으로 느껴진다.
  성향에 따라 다르다. 음식도 손맛에 따라 달라지듯이 문우 간의 대화에서 창작의 소재가 구체화 될 것으로 느껴진다. 퇴고를 더 하고 덜 하는 차이는 독자들과의 거리를 말해준다. 이처럼 어렵고 까다로운 과정을 논평하는 작가가 함께한다는 것은 행운의 파티 자리가 된다. 무엇이든 질문하여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을 때는 잔에 술을 가득 채우면 상상 이상으로 좋은 답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질문하기 어려워하는 이유는 대화가 부족했다는 뜻이다. 내가 술을 싫어하는 만큼 질문도 어렵게 생각한 탓으로 느껴진다.
  문우들과의 이별이 아쉽다. 매주 한 번은 강의실에서 만나지만, 대화하지 않아 친근감이 부족하다. 잦은 만남에서 남매처럼 친구처럼 대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뒷문으로 살며시 들어와 수업을 마치면 말없이 떠나버려 얼굴마저 보지 못할 경우도 있다. 대화를 어려워하고 자존심을 대나무처럼 꼿꼿이 세우면 거리감은 줄어들지 않는다. 시골 동네 친구처럼 허심탄회하게 자신을 털어놓고 대화하는 문우를 바랐다. 다음 학기에 반드시 만나자는 뜻으로 파이팅을 외치며 술잔을 부딪쳤다.
  쫑파티에 모두 모였다. 문우들과의 우애를 다지기 위하여 집에도 가지 않고 한곳에 모였다. 문우를 친구처럼 가까이하려고 화목한 가정도 잊은 채 주석에 둘러앉아 잔을 부딪친다. 주류들은 알코올의 정도가 심해지면 말이 술술 나오지만, 비주류들은 애주가들의 숱한 이야기를 인내로 들으면서 술병이 비워지길 끈기 있게 기다린다.
  문우들의 우애를 다지는데 쫑파티가 아주 좋은 역할이 되었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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