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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여보, 사랑해! / 함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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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199회 작성일 17-07-1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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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여보, 사랑해!  /   함동진

 

 


(수필)

        

 

여보, 사랑해!

        

 

                                    함동진




D:\2014.07.28 만석공원  2014.07.28 만석공원 005  사진/함동진

        

 

   옛부터 마누라 자랑, 자식 자랑하는 녀석더러 팔불출(八不出), 팔불용(八不用), 팔불취(八不取)라 부르고 있다. 그 어원과 까닭은 잘 모르겠으나 아마도 나 같은 사람에게나 이르는 말일 것 같다.

   나의 아내는 미인에 속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에게 상냥하기로 말할 것 같으면 일등에는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동리의 사람들에게는 호감을 주는 인상을 간직해 모두들 가깝게 지내고 있다.

   어느 책에 인용된 러시아 문호(文豪)의 말을 빌리면 자기의 아내는 쉰 막걸리요. 남의 아내는 백조와 같다.’고 한 구절이 생각난다.

   내년이면 내 나이 60 이 가까워서인지 느는 건 주름살 뿐이요. 이마의 머리털은 나날이 벗겨져 전등 빛에서조차 반사되어 마치 등대처럼 번쩍이는 대머리가 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아내도 약간의 할멈 티가 배어 나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나의 아내가 백조로 보이는지 친구들과 부부동반 모임 놀이에서는 짓궂은 녀석들이 꼭 나의 아내와 짝지어 놀이하려고 의도적으로 손까지 매만지기도 한다. 물론 친구지간에 허물없는 손장난이겠지만 속으로 은근한 질투심이 부풀어오르기도 한다. 나는 본래 선천적으로 태만하고 가계(家計)에 무관심하여 가정경제에 소홀함으로 큰 일이 터지기만 하면 아내가 나서서 처리한다. 아이들을 기르랴 넉넉지 못한 살림살이 채우느라 쪼들리다 보면 가끔씩 나에게 쉰 막걸리가 되어 도전해 오기도 한다.

   그러나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나와는 달리 내 아내는 아리따운 백조로 보아주고 나에게 부인 잘 얻었다고 늘 칭찬만 늘어놓는다.

   아내는 그 동안 고생의 누적인지는 몰라도 어깨, 허리, , 다리가 쑤시고, 손가락 발가락의 마디마디가 쑤시어 견디기 힘겨워할 때가 많다.

   결혼생활 30년이 되는 지난날들을 돌이켜보면 너무나 많은 짐들을 아내에게 지워주어 왔다. 그 동안 살아온 세월이 아내에게는 고생스럽고 모질기만 하였을 것이다. 결혼기념일과 생일날을 제대로 챙겨서 축하하여 주지도 못하였고, 더더구나 선물 따위는 할 엄두도 없었다. 최근에 와서는 그 흔한 자가용 자동차 한 대도 굴려주지 못하니허영과 사치의 눈높이로 본다면 딱하기 짝이 없는 처지이다.(현재는 자가용이 일반 보편화되었지만 이 글을 쓸 때만 해도 자가용 보유는 재력과시용에 가까웠다.)

   아내의 나이로 보아 그녀의 친구들은 거반이 부유한 터라 몸치장과 장식이 모두들 사치스러울 정도다.

그리고 생활하는 방식이나 여가 활용과 취미활동이 호화스럽기까지도 하다.

   아내는 각급 학교별 동창회다, 고향친구들의 친목회다, 계모임이다 하여 이것저것 모임과 나들이의 통지가 번잡하게 날아오지만, 불가분의 사정이 아니고서는 대부분 불참을 하고 있다. 이러한 처지의 아내를 바라다보는 나의 마음은 쓰리기만 하다.

   더욱이나 여인네들은 부의 축적과 사치하는 일에 얼마나 민감한가? 모이기만 하면 자랑하고 과시하며 시샘하는 것이 거의 모든 여성들의 속성인 듯하지 아니한가? 그것뿐만이 아니다. 오늘날의 세태는 부()로서 가치를 가늠하지 않는가? 그 부의 가치 가늠은 친척과 형제들 간에도 깊은 골로 박혀있는 것이 오늘날 세태의 모습이다. 부를 나누어주지 않는 족장(族長)은 알아주지도 않는 것이 예사가 되어 있다.

   아내는 종손의 종부로서 일가와 형제들로부터 비롯된 관혼상제 대소사를 막론하고, 성심성의껏 치르거나 돌보아 왔지만, 받아들이는 쪽은 늘 부족하고 소홀한 것으로 치부되어 왔다. 그야말로 죄 없는 아내까지 기를 죽이는 것 같아 몸둘 바를 모르겠다.

   어려운 세월과 함께 길러온 아이들이 장성하였으니, 지금쯤은 한 시름을 덜고 호강을 하여 봄직도 한 나이이지만, 살림살이의 쪼들림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이다.

   아내의 얼굴에는 나날이 주름살만 늘어가는데 언제쯤이나 여유 있게 힘을 펼 수 있겠는지 미안한 마음만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예쁜 새색시가 시디신 쉰내나는 막걸리가 되도록 부려먹으면서 가장의 구실을 제대로 못하였다. 그러한 나의 실책들이 주마등처럼 하나하나 지나가면서 마음속으로 뉘우쳐 오는 흐느낌이 아내를 향해 뜨겁게 끓어오른다.

   그러나 나는 겉으로 표현을 잘할 수가 없었다.

   마침 대문밖에 피어난 분꽃을 보면서 문득 생각난 것이, 저 분꽃에 나의 마음을 빗대어 한 수를 지어 바쳐야지 하면서 를 써내려 간다.

              

[ 분 꽃 ]

          

이글거리던

태양이

노을을 덮고

서산에 드러누울 때

어김없는

분꽃은 활짝 피었지

 

당신은

분꽃 색깔이 곱다고

진분홍 루즈 바르고

대문 밖서 기다리다가

퇴근하는 내 볼에 키스자국

분꽃을 찍어 주었지

여보 사랑해!

 

나는

분꽃 향내 마를세라

성스러운 촛불 밝히고

여보 사랑해!

도란도란

만리장성 쌓다가

잠이 들었지

 

은혜로운

아침 태양은

분꽃 세수시키며

날더러 빨리빨리

출근을 재촉할 새

당신은 차마

내 볼에 키스자국 못 찍고

분꽃 한 송이

입술 사이에 물려주었지

여보, 사랑해!

 

한낮

분꽃이 잠들 때

당신도 잠들어

고된 시름 다 털고

분꽃녀() 태몽을 꾸다가

태양이 노을을 덮고

서산에 드러누울 때

또다시 피어나

내 볼에 키스자국

분꽃을 찍어 주겠지

여보, 사랑해!

 

   나는 이 한 편의 를 예쁜 글씨로 써서 아내의 경대 위에 살며시 올려놓고 대문을 나선다. 그리고 하나님께 기도를 드린다.

   ‘백조 같은 아내를 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1998. 3. 1 계간<오늘의 문학>봄호 제43. 오늘의 문학사.

1999. 6. 21 <언제나 아침같이> 함동진 회갑기념문집 (함동진 편집).

깊은산골(長山)

함동진

http://hamdongjin.kll.co.kr/

http://cafe.daum.net/ham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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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대기와 환경님의 댓글

profile_image 대기와 환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함동진 시인님!..
아내의 사랑과 미안함이  이곳까지 전해 옵니다.
대부분의 이 나라 남편들의 모습이지요!..
그래도 분 꽃처럼 붉은 사랑의 싯귀를 표현하며
사랑을 고백 했으니 시인님은 훌륭한 남편입니다.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 간다면 분 꽃향기 영원히 머물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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