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불난 집에 사시나요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당신도 불난 집에 사시나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도일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41회 작성일 17-12-14 09:02

본문

당신도 불난 집에 사시나요



탁발을 나온 중이 마을에서 사납고 인색하기로 소문난 부잣집 문을 냅다 두드렸다. 다급한 발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리더니 주인이 공손히 얼굴을 내 밀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어느 높은 댁 양반이 찾아온 줄 알았더니 고작 동냥을 나온 중이 턱하니 버티고 서있지를 않는가 집주인은 기가 막혀 잠시 입을 다물지를 못하고 서 있다가 펄펄 끓는 목소리로 사지가 멀쩡해 가지고 무슨 동냥질이냐며 욕을 퍼부어댔다. 욕이 끝나자 중은 실성을 했던지 집주인을 보고 빙그레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집주인은 

"어허, 이게 웃어!" 하고는 아예 뒤집어졌다. 길길이 뛰며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해 얼굴이 붉다 못해 검어졌다. 심정 같아서는 몽둥이로 흠씬 두들겨 패서 쫓아버렸으면 속이 시원하겠으나 차마 중을 팰 수는 없는 일 사지를 펄럭대며 욕만 퍼부어댔다. 이번에도 여전히 싱글대며 듣고만 있던 중이 욕이 끝나자 정색을 하고 물었다.

“소승 시주님께 한 말씀 여쭤도 되겠습니까?”

씩씩대며 버둥대던 집주인이 소리쳤다. 

“시주는 무슨 얼어 죽을 놈의 시주! 그래, 물어봐라!”

“이 댁에 소승 말고도 손님이 오십니까?” 그 말에 집주인은 “이놈 봐라, 점점 더!”하고는 이번에는 아예 중을 잡아먹기라도 할 듯이 시뻘건 얼굴을 중의 면전에다 들이댔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 벽력 치듯이 소리를 질렀으나 중은 미동도 않은 채 태연히 서서 받았다.

“그럼 오시는 손님 중에 혹 선물을 가지고 오시는 손님도 있습니까?” 

“어허, 이런 고얀 놈이 있나! 너 같은 놈이나 벌건 대낮에 빈손으로 와서 손을 내밀지 누가 남의 집에 빈손으로 온단 말이더냐.”하고는 소리를 꽥 질렀다.

“그렇다면 시주님께서 손님이 가져 온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안 받으면 그 선물은 누구 것 입니까?”

“누구 거라니? 내가 안 받으면 그 손님거지!” 그 말에 중은 기다렸다는 듯이 낚아챘다.  

“그럼 아까 시주님께서 소승에게 한 욕을 제가 안 받았으니 그건 누가 먹은 것이 되옵니까?”

그 말에 집주인의 입이 굳게 닫혔다. 중은 집주인을 뒤로하고 너털웃음을 웃으며 돌아섰다.  


불가에 나오는 일화다.

이 글에서 우리는 두 가지의 교훈을 얻을 수가 있다. 하나는 성냄으로 해서 인심 사나운 집주인처럼 스스로 자신을 욕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스님처럼 상대가 그 어떤 짓을 해도 마음에 담지 않으면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던 마음에 담지 않으면 흔들릴 까닭이 없다. 

흔들리지 않으니 항시 고요하다. 이를 일러 옛사람은 달빛에 대나무그림자 마당을 쓰나 흔적이 없고 날아가는 기러기 호수에 어리나 그 자취가 없다고 했다. 

스님은 탁발은커녕 집주인에게 욕만 실컷 얻어먹었지만 마음에 담지 않았다. 욕은 스님의 마음에 어떤 흔적도 남기지를 못했다. 그러니 화를 낼 까닭이 없었다. 오히려 그 욕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그 이치를 친절히 일러 주었다. 

나의 마음 또한 스님의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나 인격수양이 안 된 탓에 누가 내 험담이라도 하면 발끈해 화를 내며 얼굴을 붉히고는 한다. 그러니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이런 모습을 일러 불가에서는 중생(衆生)이 멀쩡한 집에 불을 질러 놓고 갇혔다고 한다. 불붙는 집에 갇혔으면서도 그 안에서 뛰기만 할뿐 뛰쳐나올 줄을 모른다. 안타까운 일이다. 나야 내 전생의 과보로 어쩔 수없이 이러고 산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멀쩡한 집에 불을 질러 놓고 쩔쩔매는 일이 없기를 소망해 본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664건 11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364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 0 02-21
1363
눈꽃 산행 댓글+ 1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8 1 02-19
1362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1 0 02-19
1361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0 0 02-15
1360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1 0 02-14
1359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7 2 02-12
1358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 1 02-12
1357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8 2 02-11
1356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9 4 02-05
1355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2 1 02-02
1354 친정아바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1 1 02-02
1353 시몬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2 1 01-30
1352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 0 01-29
1351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 0 01-28
1350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 1 01-24
1349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 1 01-23
1348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8 1 01-20
1347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3 1 01-17
1346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1 1 01-11
1345 景山유영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 0 01-11
1344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3 2 01-10
1343 김하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 0 01-09
1342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4 2 01-10
1341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0 2 01-09
1340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2 0 01-05
1339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 1 01-05
1338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5 0 01-05
1337 이혜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6 1 01-04
1336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 1 01-03
1335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5 1 01-0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