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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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童心初박찬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23회 작성일 17-12-29 15:55본문
강씨
박찬일
딩동
'그나마 오늘부터 실업자 됬습니다'
날아온 문자가 한숨을 담아왔다.
전화를 거니 한 숨은 폭폭하다.
":어찌된 겁니까?"
날선 물음에 여관 임대사업자가 오늘부로 바뀌었단다.
한달 오십만원의 용돈 벌이.
원 주인은 따로 있고 임대한 사람끼리 전매한 거래.
사내녀석이 남이 싼 뒷치닥거리를 하고 싶냐고 욕을 먹으면서도
그럼 어쩌냐고, 자식놈들 모두 외면한 조건으로 기초생활 수급자되어 월 이십삼만원의 수급비를 받으면 쪽방 고시원의 방세 이십삼만원 내고 한 푼도 안남는데 핸드폰값,담배값이라도 벌어야하지 않겠느냐고.항변하던 강씨.
그나마 며칠 전까지 줍던 폐지는 고작 하루오천원 벌이라 , 한 다리 저는 자신 한테는 어느 년놈들 쓰레기 치우는게 따뜻해서 낫다고, 이 겨울철 이나마도 다행 아니냐고 말하던 강씨.
어제는 제과점에서 내가 사다준 빵을 이틀에 걸쳐 먹었다고 피식거리던 그가, 삶이 뭐 이렀다냐?고 실죽인다. 뭐라 해줄 말이 없다. 이혼 한지 수십년이고 제멋대로 살아온지는 더 오래된 이야기인걸.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전설처럼 내려오는 그 말을 붙여보아도 현실은 나아지지 않을테고 자조만 쌓일테니, 지난 달과 지지난달 쉼터를 전전하던 이야기 해줘야 소용이 없을것이고 더 먼 날 거슬러 올라봐야 후회만 첩첩일테니.상처에 고추가루 뿌리기나 연고 발라주는 일은 그만이다.
"정산은 받았어요?"
"가불 십만원 빼고 반달 일했으니까 십오만원 받았어"
"아직 일 들어 갈려면 한달이나 더 있어야하는데 ...버틸려면.. 일거리 찾아봐야겠네요."
"그래야겠지."
"난 돈 들어갈까봐 움직이지를 않는데"
목소리에 맥이 없다. 대책이라도 있는가보다가 아니라 한 숨을 들어달라는 것일거다.
통화가 끊기고 없던 별이 보인다.
'젠장할. 지금 정신 차린 것처럼 지난 날을 살지.'
보나마나 강씨.오늘은 소주 한 병 구해서 나발불고 고시원 방구들 잡고 뒤비져 잘거다. 노숙자 닮은 며칠인가 빨지도 않은 고랑내나는 양말을 신은 채.
2017.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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