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개화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도일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58회 작성일 18-01-10 09:31

본문



개화(開花)


                                                                   


오늘 아침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오면서 나는 깜짝 놀랐다.

몇 안 되는 화분가운데 이름도 모르는 작은 화분 하나가 꽃을 피웠기 때문이다. 돌봐 준지 삼 년도 넘었건만 그동안 병치레라도 하듯 시난고난하기만 하던 것이 밖에는 꽃샘추위에 눈까지 날리는데 아기별같이 하얀 꽃을 한 송이 피웠다. 그 모습이 하도 앙증맞고 대견스러워 한참을 들여다보다 손끝으로 다독거려주었다. 눈송이 같이 순결하고 여린 꽃잎이 도대체 그 몸 어디서 나왔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지금까지도 줄기며 잎이 튼실하지 못한데 꽃까지 피우다니, 혹시 저 여린 것이 그동안 자신을 돌봐 준 내 수고에 보답이라도 하겠다고 힘들게 꽃을 피우지 않았나하는데 생각이 미치자 좀 더 살뜰히 보살펴주지 못한데 대한 후회가 앞서면서 애잔한 정이 더 갔다. 자그마한 것이 어느 새 내 안에까지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때 아닌 눈이 날리는 춘삼월 창밖을 내다보면서 자신이 돌아봐졌다. 

사람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식물까지도 성치 않은 몸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돌봐준데 대한 보답을 하겠다고 저렇게 꽃을 피우는데 나는 지금까지 나에게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준 사람들에게 어떠했는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보답은커녕 그것이 다 나 잘나서 그런 것이려니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참으로 가소롭고 어리석은 짓이 아닐 수 없다. 쓴 웃음이 절로 났다. 부끄러운 마음에 눈길을 줄 곳이 없어 허공으로 끌고 갔다. 살픗 살픗 날리는 눈이 먼 길을 왔음에도 불구하고 허공에 미련이 남았던지 선뜻 땅에 내려서지를 못하고 떠돈다. 날리는 눈송이를 따라 지난날 몇 사람에게 박정하게 대했던 기억이 살아난다. 못났던 자신의 행동에 마음이 아프다. 지금 생각하면 별일도 아니었는데……. 한 친구와는 지금까지도 연락을 끊고 지내고 있다. 날리는 눈 몇 송이가 그런 내 기억을 엿보기라도 했는지 나무라려는 듯 달려들다 유리창에 부딪쳐 떨어져 나간다. 

‘왜 그랬을까? 그때는… 조금 더 참을걸.' 때늦은 후회가 가슴을 후빈다. 아이들은 뒤 늦게 오는 눈을 반기며 마냥 즐겁다. 저렇게 가식 없이 마음 놓고 웃고 떠들어 본지가 언제인지. 나에게도 분명 저런 시절이 있었건만 기억조차 없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나에게 주렁주렁 매달린 이 쓸모없고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다 집어버리고 뛰어나가 저들과 함께 하고 싶다. 한해, 두해, 세상을 힘들게 살아오면서 허례와 가식만 늘었다. 그런 가운데 잃어버려서는 안 될 소중한 것들은 언제인지도 모르게 다 잃어버렸다. 가슴이 쓰리다. 모두 되찾고 싶다. 그중에서도 유년시절의 순수를 가장 먼저 찾고 싶다. 그래서 저 아이들처럼 해맑은 웃음을 갖고 싶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나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 때문에 남들에게 야박했다. 지금까지도 변변찮은 내가 그런 대로 잘 살고 있는 것도 모두 주위사람들의 관심과 애정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감사한 줄을 모르고 고개를 빳빳이 들고 건들거렸으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새삼스레 얼굴이 화끈거린다. 받은 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절반이라도 돌려주었어야했다. 내 잃어버린 순수를 되찾고 싶다, 아니 꼭 찾아야한다. 이렇게 된 모든 원인이 그것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생각이 이에 미치자 다시 작은 화분이 돌아봐졌다. 곁으로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얘야, 어찌해야 나도 너처럼 꽃을 피울 수 있겠니?" 

하얀 꽃은 말이 없다. 부끄러운 듯 고개만 숙였다. 그 모습이 하도 고와 다시 한 번 보듬어 주었다. 창밖을 보니 어느 사이 눈은 그치고 하늘은 언뜻, 언뜻, 푸른 하늘을 열어가며 다시 삼월로 돌아가고 있었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664건 11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364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 0 02-21
1363
눈꽃 산행 댓글+ 1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8 1 02-19
1362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1 0 02-19
1361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0 0 02-15
1360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1 0 02-14
1359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7 2 02-12
1358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1 02-12
1357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8 2 02-11
1356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9 4 02-05
1355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2 1 02-02
1354 친정아바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1 1 02-02
1353 시몬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2 1 01-30
1352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 0 01-29
1351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 0 01-28
1350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1 1 01-24
1349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 1 01-23
1348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8 1 01-20
1347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2 1 01-17
1346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1 1 01-11
1345 景山유영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 0 01-11
1344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3 2 01-10
1343 김하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 0 01-09
1342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4 2 01-10
1341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9 2 01-09
1340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2 0 01-05
1339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 1 01-05
1338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4 0 01-05
1337 이혜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6 1 01-04
1336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 1 01-03
1335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5 1 01-0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