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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살아 숨쉬는 곳 안면도/임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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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55회 작성일 18-03-1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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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살아 숨쉬는 곳 안면도

임두환

설레는 마음이었다.
64년지기 죽마고우 다섯 명은 오래전부터 여행을 계획했지만 마음뿐이었다.
무엇이 그리 바빴던지 만나기조차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 사는 L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여행하기로 약속한 지가 언제인데 머뭇거리고 있느냐며 나무랐다.
이번엔 첫모임이니 만큼 본인이 추진하겠다며 무조건 따르라고 했다.
이렇게 서두는 친구가 있어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58년 만에 2박3일
일정으로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도 여행길에 나섰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서해안지방에 20cm안팎의 폭설과 함께 한파주의보가 내린 것이다.
참으로 난감했다.
TV뉴스에서는 실시간으로 천리포수목원 소나무와 아기동백에 소복이 쌓인
눈과 꽁꽁 얼어붙은 고깃배의 모습을 방송했다.
보기 드문 폭설과 한파로 여행이 가능할까 조바심까지 들었다.
제일 걱정은 안전운행이었다.
갑론을박 끝에 계획대로 추진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렇게 하여 서울에서 3명(김갑동, 소남호, 이종근)과 전주에서
2명(양재근, 임두환) 등 5명이 안면도 리솜리조트에 여장(旅裝)을 풀었다.

안면도에 도착해서 처음 찾아 나선 곳은 꽃지해변이었다.
이곳에는 5km에 이르는 꽃지해수욕장과 드넓은 해안공원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안면도의 백미(白眉)라 할 수 있는 곳이다.
푸른 바다 가까이에는 할배할매바위가 자리를 하고 있어 풍광이
너무 아름다웠다.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랐다.
정면에서는 금슬 좋은 노부부의 모습이지만, 조금 비껴서면 토라진 듯
등을 맞대고 있는 형상이 아니던가. 해질 무렵이었다.
어디서 모여들었는지 할배할매바위 사이로 곱게 물드는 일몰광경에
모두들 탄성을 지르며 사진 찍기에 바빴다.

꽃지해안에는 하루에 두 번씩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
우리에게 행운이 따랐는지, 때마침 바닷길이 열렸다.
죽마고우 다섯 친구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할배할매바위로 달려갔다.
절호의 기회였다.
이를 놓칠세라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L친구는 이를 배경삼아
‘찰칵~ 찰칵~’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도 노점상 아주머니들은 있었다.
갓 잡아 올린 해물이라며 호객행위(呼客行爲)에 바빴다.
그렇지 않아도 군침이 돌던 참에 잘됐다 싶었다.
술이라면 누가 무어라 해도 임 장군이 아닌가!
내가 먼저 쪼그리고 앉아 해물을 고르는데 친구들이 모여들었다.
갈라진 바닷길에서 해삼과 낙지를 안주삼아 소주잔을 기울이니,
이것 역시 또 하나의 추억을 담는구나 싶었다.

안면도는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큰 섬이다.
태안반도에서 남쪽으로 뻗은 남면반도의 끝자락이다.
어찌 보면 섬 모양이 길쭉하여 베트남을 닮았다.
북쪽에 솟은 국사봉(107m)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해발 100m 이하로
구릉지와 평지를 이루고 있었다.
안면도는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리지만 여름이면 은빛모래밭 14개의
해수욕장과 자연휴양림이 있어 많은 관광객들의 쉼터가 된다.

안면도는 자연휴양림으로 유명하다.
울창한 소나무 숲 가장자리에 산림전시관, 산림휴양관, 숲속의
집(황토방, 통나무, 한옥)이 들어서 있다. 자연휴양림 초입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우리를 반기는 것은 등산안내도였다.
한눈에도 알아볼 수 있도록 정교하여, 찾는 이들의 길잡이로 손색이 없었다.
산책로는 A코스에서 E코스로 나뉘는데, 우리는 일정상
A코스와 B코스를 택했다.
A코스를 따라 걷다 보니 스카이워크(sky_walk)산책로가 나왔다.
그곳 출렁다리는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다리를 건너는 기분은
짜릿한 재미였다.
주변에는 100여 년이 넘어 보이는 아름드리 안면소나무가 빼곡했다.
그들에게서 뿜어 나오는 피톤치드(Phytoncide) 향기는 속세에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을 금세 씻어주지 않는가.
B코스에는 탕건봉, 바지락봉, 새조개봉, 모시조개봉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찌하여 봉우리마다 조개 이름을 붙였는지 아리송했지만,
이곳 역시 쭉쭉 뻗은 안면소나무가 울창했고, 저 멀리 넘실대는
푸른 바다 위에는 서너 척의 고깃배가 유유자적(悠悠自適) 한가로웠다.

금강산도 식후경(食後景)이라고 했던가.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면 먹는 즐거움일 게다.
2박3일간 안면도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세 끼를 횟고기로 하였다.
군산, 통영, 대천, 부안에서도 횟고기 맛을 보았지만 안면도에서는
무언가 달랐다.
1단계로 수산물센터에서 물고기를 골라서 2단계로 전문횟집으로
가져가 회를 떠서, 3단계로 음식점으로 가져가면 맛깔스러운
음식으로 나온다.
그들만의 분업적노하우로 가격이 저렴하고, 신선도가 있으며,
먹음직하게 담아내온 횟고기는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식감(食感)을 자랑했다.

안면도에서 보낸 2박3일은 우리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의 한 장면이었다.
지난날의 이야기는 한도 끝도 없었다.
우리네 인생길에 어찌 평탄한 길만 있었겠는가?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고, 내리막길이 있으면 오르막길도 있기 마련이다.
모두가 어린 시절의 배고픔을 생각하며 열심히 살았다는 이야기였다.
시간을 더하다 보니 마누라, 자식, 손자들 이야기까지 나왔다.
지난날 삶의 실타래는 밤이 새도록 끝날 줄을 몰랐다.
모두들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았다는 눈치였다.
하늘만 빤히 바라보이는 곳, 진안(鎭安) 산골에서 태어나 어렵사리
자수성가(自手成家)한 친구들이다.
건강한 모습으로 자리를 함께하니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58년 만에 처음 만난 친구들이었지만,
스스럼없이 웃고 반기며 추억을 더듬을 수 있던 여력(餘力)에
얼마나 감사한지 몰랐다.

솔향기 가득하고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곳, 안면도는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안면도는 자연휴양림의 향기와 시원한 바다 내음에
또다시 찾고 싶은 곳이었다.
2018년 하반기쯤에는 충청남도 보령시 대천항과 태안군 안면도
영목항을 잇는 연륙교(連陸橋) 14.1Km가 개통된다고 한다.
지금은 대천에서 안면도까지 1시간30분이 소요되지만,
개통하면 10여분 거리라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전주(全州)에서 안면도(安眠島)까지 당일치기여행이
가능하겠구나 싶으니, 내 마음이 왠지 뿌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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