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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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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장자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8회 작성일 19-01-02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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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친구

김지명 

  고향을 떠난다. 청년 시절까지는 독신자로 있으면서 부모 밑에서 가르침을 받으며 뼈대 있는 집안에서 자랐다. 서씨 마을에서 성인 되어 가정을 이루자 세월에 끌려 삶의 행로 따라 부산으로 이사했다. 고향을 등지고 40년이 되도록 뒤돌아볼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꼬치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지 못한 이 심정 안타깝기 그지없다집안에 우안이나 경사스러운 행사가 있을 때 고향으로 가면 행사장에 모인 일가친척보다 먼저 생각나는 친구가 있어 항시 마음은 제사보다 제삿밥에 있다고 하고 싶다. 이처럼 젊으나 늙어나 우정이란 멀리하면 그리워지고 함께 할 땐 호시절로 되돌아가는 느낌처럼 가벼운 동동으로 즐긴다.

  집안 친지들과 함께 어울릴 생각보다 친구 정현이가 그리워진다. 대방 곡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정현과 지준이가 생각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세 명이 또래라서 함께 다니면서 겨울철에 잔디밭에 불을 질러 추위를 녹이곤 했다. 그때 갑자기 바람이 불어 불이 번지자 상의를 벗어 두드렸는데 잔디에 붙은 불티가 튀면서 옆으로 넓게 번져 걷잡을 수 없었다. 불이 번지자 마을 앞 둑에 지붕을 덮을 재료를 몇 달간 일해서 쌓아놓은 둥지에 불이 옮겨붙었다. 세 명은 불꽃을 쳐다보다 놀라서 산에 깊이 파인 계곡으로 도망쳤던 추억이 잊히지 않는다어린 시절이었지만, 너무나 놀라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울산에 가면 반갑게 맞아주는 형님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도 정현 친구와 놀다가 저녁에 들곤 한다이처럼 혈육보다 더 가까이 지내던 소꿉친구였는데 노년이 되어도 그 정은 변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진다. 너무나 만만하게 지내왔기 때문에 만날 때마다 당구나 탁구로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친구 정현은 볼링에 대하여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하지만, 함께 하자며 삼산 볼링장으로 데리고 갔다. 처음 느껴보는 스포츠라 생소하다고 하지만, 조금만 연습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체질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볼링에 빠져있을 때 정현에게 유인하듯 데려가 즐거움에 취하도록 노력했다어프로치에서 레인 위로 굴리는 방법을 가르쳐가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정현은 당구장에서 코치가 되어 스리쿠션에 대해서 자상하게 가르쳐주기도 했다. 당구공의 우측이든 좌측이든 상단에 당구봉 끝을 찍듯이 강하게 밀어주라고 한다. 배우고 가르치면서 두 친구는 못 하는 스포츠가 없다. 방에 앉으면 고스톱이나 훌라, 바둑 장기 등 다양하게 하지만, 정현에게 한 가지는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스포츠댄스다. 오십 년이나 한 곳에서 일하다 보니 배우고 연습할 시간이 없었기에 생소한 운동이다. 춤이란 상대와 함께해야 하는데 그럴만한 시간적인 여유와 맞서 잡아줄 여인이 없다는 것이 가장 아쉬운 점이다.

   고향 친구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다. 효경아 너는 스님이 되어야 제대로 팔자가 늘어질 친구 같다. 가야 할 길을 제대로 찾아가지 못해 속세에 머무니까 자꾸만 방해하는 병세가 몸에 끼어들어 불편하게 하는 가보다. 지금도 세파에 시달리면서 살아가는 것이 편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내 삶도 그렇다 세간에서 남을 가르치면서 살아야 하던지 스님이 될 팔자인데 교수가 되지 않고 스님이 되지 못해 삶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고생하는 느낌이다. 지금이라도 가출할 용기를 내어 고요한 산사에서 속세에 쌓아놓은 추억을 모두 지우고 싶은 심정이다. 오욕을 버린다는 심정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야 탐욕을 버리지 못해 그렇다 하더라도 지준이의 삶에 의의를 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지준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급장을 시켰는데 부끄러워 못 한다고 울면서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얌전한 성격이 어떻게 건설업으로 길을 걷게 되었는지 아주 궁금하다. 지금 생각해도 희귀한 삶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나와 함께 부산에서 건설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너무나 기이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다른 업자가 주변 주민에 의해 공사를 하다가 포기한 곳에서 대수롭지 않게 해내는 과정을 보고 놀란다. 그것도 두 번이나 실패하고 돌아갔는데 지준은 아무런 의의도 제제도 없이 순조롭게 해내는 공정을 지켜보던 이웃 빌라에 살던 주민이 참으로 기특하다고 말한다.

   부산시 동래구 사직동 어느 주택을 공사하고 있을 때 인근 빌라에서 경찰공무원이 대화하자고 하여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곳에서 집을 짓던 업자가 두 번이나 실패하고 그만 돌아갔다는 말을 하면서 이 업자는 신통하다고 했다. 이것뿐만은 아니었다. 남구 용당동에서 원룸을 지을 때도 같은 말을 들었다. 어려움 없이 순조롭게 해내는 과정에서 인간은 삶의 행로가 정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만남에서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사실도 체험으로 깨달았기 때문에 사람은 행로 따라 가지 않을 수 없으며 만남에서 달라진다는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하는 일마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사람마다 가는 길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노년에 견문과 체험으로 느낄 수 있다. 절대로 다른 길을 걸을 수 없다는 사실도 견문에 의해 깨달았다사람의 운명이 길고 짧은 것은 유전적인 인자에 의하기도 하지만, 시대가 달라지면 음식에 의해 치유되고 편안한 생활에서 얼마든지 늘어난다. 우리의 삶이 좀 더 고령으로 접어드니 학식과 견문에 의해 다른 길을 걸을 수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느껴진다. 친구와의 거리도 그렇다정현은 혈육처럼 진한 우정으로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살아온 지도 어언 일흔이 넘었다. 지준이도 정현이 못지않게 다양한 취미를 가졌지만, 거리가 성격상 어울림을 싫어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여 자주 어울리지 못했다. 자주 만나지 못했기에 즐거운 추억을 쌓아놓을 수도 없었다.

   정현과 효경이 게다가 지준은 범서면 사연리 곡연 마을에서 수십 년을 함께 자란 친구들이다. 모두가 도시로 이사하여 각자 삶의 행로 따라 머물 곳에 자리 잡고 각박한 세상에서 세파를 헤쳐 나가면서 더욱 경고한 가정을 영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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