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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맷길 2-2구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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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장자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05회 작성일 19-01-0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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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맷길 2-2구간에서

  김지명

  스카이워크에 간다. 동남의 경계선을 밟고 바다를 바라볼 때 오른발은 남해를 밟았지만, 왼발은 동해를 밟았다. 더 높은 곳에서 바다를 보려고 동쪽 계단으로 한 걸음씩 올라섰다. 동남해의 경계를 지나 스카이워크 전망대에 다가가서 사방으로 둘러볼 때 어둠 속에서도 끝없이 펼쳐진 바다는 수시로 변한다. 이른 아침이면 바다를 찢어놓고 치솟는 붉은 태양은 한순간 하늘 높이 떠오른다. 붉은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온 바다는 일렁인다. 아침을 헤치며 고기잡이하려고 떠나는 통통배는 찢어진 바다를 마사지하듯 오가면서 상처를 없애는 데 일조한다.

하루를 여는 노해 사람들은 온종일 갯냄새 맡으며 해초류와 건어물을 손질한다. 육지의 동남 끝에서 바다를 보면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위에 파도마저 잠들었는지 너무나 고요하다. 요란한 소리는 내는 무역선은 태평양으로 달려가고 고요한 바다를 가르며 달려오는 유람선은 유행가를 흩날리며 지나가지만, 통통배는 푸른 텃밭에 내려간 선주를 기다리며 지나는 선박의 물결에 흔들거린다. 바다 위에는 은빛 윤슬이 눈을 부시게 하지만, 물속에는 수많은 생명이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천적이 없는 곳에서 한가롭게 먹이 찾아 활동한다.

오륙도 선착장에서 해녀를 태운 통통배는 수심이 얕은 곳에 한 명씩 심는다. 현존하는 해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이하여 그녀들의 행동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둥근 부레의 일면에 고리가 있어 끈으로 망태기를 묶어놓고 바다 깊숙이 들어간다. 깊은 곳까지 산소통을 짊어지지 않고 오로지 배속에 바람을 가득 넣어 수십 미터까지 내려가서 해삼 전복 멍게를 잡아 올린다. 활동은 재미가 아닌 생업에 의존하면서 날마다 반복하는 모습이 지루함보다 자부심을 느낀다.

오로지 그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으로 푸른 텃밭에 노다지를 캐러 간다. 젊은 해녀가 없어 그 숫자가 점점 줄어들어 몇몇 노인들만 보인다. 한참을 기다려 바다 위에 나타난 해녀들은 휘파람을 불면서 자신의 건강한 모습을 과시하며 숨을 몰아쉰다. 물개처럼 헤엄치며 물 위로 올라온 해녀는 망태기에 바다의 돈을 담아놓고 다시 물속으로 내려간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며 잡아 달라는 부탁이 없어도 수심 깊은 바다에 혼자서 오르내리며 망태기에 황금 같은 보물을 담는다.

멍게와 해삼, 전복 등 다양한 어패류를 그날에 소비할 양만큼 잡아 올린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통통배는 다시 해녀를 태우려고 달려간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그들의 조직은 오륙도 선착장에 좌판을 펼쳐놓고 수산물 판매하는 어민들이다. 그들은 방금 잡아 온 어패류를 넓은 고무대야에 담아놓고 관광객들에게 판매한다. 스카이워크에서 해녀를 지켜보던 관광객이 발바닥에 연기가 나도록 달려가 보기 드문 큰 전복을 가장 먼저 구매한다. 해삼과 멍게는 회로 한사라 맛보았다.

오륙도는 대여섯 개의 섬이 있지만, 그중에서 굴섬은 불잉걸 같은 바윗덩어리 위에 배설물이 하얗게 덮였다. 수천 년 동안 쌓아온 가마우지의 배설물이 섬의 색깔을 바꾼다. 가마우지는 독수리를 피해 살아남기 위해 어둠이 사라지기 전에 해변으로 흩어진다. 독수리는 태종대와 신선대를 오가면서 장끼든 까투리든 가마우지든 보이는 대로 낚아챈다. 수없이 당하던 가마우지가 천적을 피하려고 새벽에 어둠을 이용하여 활동하였기에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으로 보였다. 천적이 없는 곳으로 찾아다니며 머물다가 어둠이 짙어지면 다시 가장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굴섬 봉우리로 몰려든다. 밤을 새웠다고 배설물로 흔적을 남기는 가마우지다.

이러하듯 바다를 다 읽기엔 하루가 모자란다. 바다에 붉은빛이 비치면 하늘엔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어 하루가 저물었다고 알리지만, 겨울 소식 전하려는 배달부는 끼룩거리며 줄지어 날아온다. 미물도 삶의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고 온몸이 지칠 때까지 날갯짓하는 모습은 삶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함으로 보인다. 철새는 국경선도 없으나 계절에 민감하여 어디든지 머물고 싶은 곳을 찾아 날아간다. 사람도 직장 따라 고향을 떠나듯이 미물도 활동하기 좋은 계절을 찾아다닌다.

먹물이 세상에 카턴을 치더라도 자주 다니던 길은 쉽게 찾아 집으로 간다. 오솔길은 거미줄처럼 엉켜있어도 걸림이 없는 안전한 곳으로 발걸음 옮긴다. 맑은 공기 마시며 숲속으로 걸어갈 때 계절에 따라 엄청나게 다르게 느껴진다. 여름에는 산마루에서도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지만, 겨울엔 거울같이 고요한 바다라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미물도 겨울잠에 취했는지 보이지 않으니 조류들도 흔하게 보이지 않는다.

동해의 시작인 승두말에서 해파랑길은 명파리 해수욕장까지 해국과 함께하는 오솔길이다. 부산을 벗어날 때까지 갈맷길과 해파랑길이 겹쳐져 있고 울산은 어울길과 경주는 블루로드와 겹쳐졌다. 이처럼 지역마다 특색을 살리려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오솔길 이름을 독특하게 만들어 사용하면서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갈맷길 중에 가장 유명하다는 2-2구간은 연예인 부부가 삼십 년 전에 방송에서 두 번이나 자랑하여 국내는 물론 동남아를 넘어 유럽까지 관광안내자의 소개로 알려졌다.

바다 언저리에 넓은 바위는 파도에 애무 당하면서 사랑에 빠졌다. 물침대에 홀랑 벗고 누운 바위는 오랜 세월에 잠시도 쉬지 않고 마사지 받는다. 파도 소리와 미물들의 잡다한 이야기는 자연으로 흩어지면서 배경음악을 연출한다. 바다 언저리로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산에서 재재거리는 새의 울음소리가 내 심금을 울려준다. 갈맷길로 걸으면 젊은 시절에 데이트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외국인도 가족끼리 여행 오더니 꼬맹이가 있어 한가하게 걷다가 쉬었다 가기를 반복한다. 농 바위 전망대에서 서서 지나는 관광객들의 모습을 바라볼 때 오솔길이 좁아진 곳을 비껴갈 수 없어 지나는 사람이 없을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이 안쓰럽다. 옛것을 보존하듯 자연 그대로 살려놓으려고 수십 년이 흘러도 손대지 않았다. 누구나 보는 시각에서 다르게 느끼는 것이 각자의 생각이겠지만, 이 지방의 특성을 살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갈맷길 2-2구간은 인기가 좋은 곳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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