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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964년 겨울 수기1 -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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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교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19회 작성일 19-02-20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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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964년 겨울 수기1

 

그들을 만난 건 저에게는 어쩌면 행운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저는 하고자 하는 말을 내뱉지도 못하고 그대로, 그대로 죽어 버렸을 겁니다. 영원히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묶인 채 소멸한다는 것은 몹시 서글프고 슬픈 기분입니다. 그들과 같이 술을 마신 술집 벽 달력 속의 아가씨는 ‘그러니까’하며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제 아내와 달력의 여자와 매치되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지만 저는 여자의 형태만 봐도 아내가 떠오릅니다.

 

결론적으로 그들을 만나서 기뻤던 것은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개념이 다른 모두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과 다를 거라는 불안이 저를 불면의 세계 속으로 이끌었는데 저의 불행이 다른 이들의 불행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을 때 드는 좌절을 그들에게 털어놓을 수 있어서였습니다.

 

저는 워낙에 가난하게 자랐기에 먹는 것에서 오는 괴로움이 제일 큰 것이라 여기고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벗어나면 괴로움은 없는, 그런 하등의 인간이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그렇게 큰돈은 그만 내가 가지고 있는 사고나 생각을 할 수 없게 해버렸습니다. 그렇게 세브란스 병원에서 돈을 받고 병원을 나왔을 때 비로소 나는 내가 아내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그만 깨닫고 말았습니다.

 

다시 병원으로 들어갔을 때에는 시체인 아내를 돌려받을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렇습니다. 낮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들이 밤이 되면 내 시선 앞에서 자기들의 벌거벗은 몸을 송두리째 드러내 놓고 쩔쩔매는 꼴을 저는 알 수가 있습니다. 저의 죄악은 세상에서 가장 큰 것이며 무릇 속죄할 수 있는 방법은 이 많은 돈을 다 써버리는 것입니다. 그것으로 끝내겠습니다.

 

그들의 웃음 속에 깊은 어둠과 음란함이 서려 있는 것은 받아들일 수는 없으나 이해는 합니다. 그들 역시 가난한 자들로 그들 서로는 오늘 처음 만난 모르는 이들입니다. 이 거리는 모르는 이들이 한두 푼 끌어모아 한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저는 그들에게 아내의 시체를 판, 이 많은 돈을 다 써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들은 마침 술집에서 나와 여관의 따뜻한 방에서 한 잔 더 요량이었을 겁니다. 그런 얼굴은 대낮처럼 환하게 드러나는 것입니다. 저는 저의 죄악으로 인해 모르는 이들이 한데 모일 때 주로 하는 식의 높고 밝은 톤의 목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아주 지쳐있었습니다. 힘없는 음성으로 말을 건넸습니다.

 

먹고사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워낙 잘 먹지 못하며 컸기에 먹는 것에 대한 식탐이 컸습니다. 먹는 것에는 개처럼 달려들었습니다. 아내를 만나고 달라졌습니다. 아내 역시 없는 집안에서 못 배웠고 어렵게 나란 티가 어깨에 내려앉은 여자였습니다. 그런 여자입니다.

 

[내일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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