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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964년 겨울 수기2 -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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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교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0회 작성일 19-02-2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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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술을 마시면서, 독하디 독한 술이 약한 위장에 차곡차곡 쌓이면서 저는 그들에게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아야 한다고 강하게 생각했습니다. 아내는 저와 지내면서 급성 맹장염 수술도 받았습니다. 저를 만나기 전에는 급성 폐렴을 앓은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별문제가 없었습니다. 모두 괜찮았는데, 괜찮았었는데 이번의 급성은, 급성 뇌막염이라는 것은 아내를 그대로 시체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손을 쓸 수도 없었습니다.

 

아내는 죽으면서 나에게 개처럼 달라붙어 있던 식탐을 가지고 갔습니다.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것만 같았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아내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으면 영영 속죄하지 못하고 지옥으로 갈 것입니다. 아내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저의 죄악 10 중에 2가 그들에게 나눠 갈 것이라면 저는 그들을 위해 오늘 밤 이 돈을 다 써버릴 것입니다.

 

돈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돈에 눈이 멀어 아내의 시체를 팔았습니다. 유일하게 살을 부비던 아내를 팔아먹을 만큼 돈이라는 게 중요할까요. 갑지가 울컥하며 욕이 튀어나올 뻔했지만 저는 조용한 성격이라는 소리를 들고 자란 덕분인지, 아니면 정말 조용한 성격 탓인지 그걸 눌러 참았습니다.

 

들어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오늘 낮에 제 아내가 죽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는데.......까지 말을 하고 나니 내가 정말 슬픈 건지 어떤지, 저의 감정에 대해서 주체할 수 없는 깊은 늪을 느끼고 말았습니다. 그들이 저의 첫 마디에 나의 등에 곰처럼 앉아 있던 재난 덩어리가 그들에게 조금씩, 이처럼 옮겨 붙는 것 같은 얼굴을 했습니다. 이해합니다.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해의 문제입니다.

 

목숨을 연명[延命]한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요. 제 아내는 목숨이 연명[捐命]했습니다. 동의어인데 연명하지 못해 연명해 버린 제 아내의 얼굴이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아내의 얼굴은 늘 어딘가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그늘이나 고단함 같은 것들에 말입니다. 또는 웃음에. 그런 그늘 따위 제가 열심히 더 일을 했다면 치워버릴 수도 있었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저는 그들에게 제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행히 그들은 도망가지 않고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도 해주었습니다.

 

무슨 병환이셨던가요?

 

아아 이 질문을 들었을 때 저는 또 열심히 기뻤습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병원의 시체실에서 부패되지 않게 속이 텅 빈 다른 시체들과 나란히 누워있는 저의 아내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준 사람입니다. 무릇 모르는 이들이 저에게 관심을 가집니다. 저를 잘 알고, 저와 관계를 맺고 있는 인간관계 속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복잡한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내일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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