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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964년 겨울 수기5 -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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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교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9회 작성일 19-02-2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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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종삼으로 가자는 얘기였습니다.라고 안 형이 그렇게 말을 했습니다. 저는 안 형이라는 그 사람에게 미소에 경멸을 섞어 보냈습니다. 그리고 바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우리는 어딘가 갈 곳을 잃은 채 거리를 헤매다 화재가 난 곳에 도달했습니다. 우리는 갈 곳도 없고 화재가 난 곳에 페인트 든 통을 하나씩 깔고 앉아서 불구경을 했습니다. 저는 불이 빨리 꺼지지 않고 좀 더, 길게 하루 종일 타기를 바랐습니다.

 

그때 안 형이 말했습니다. 화재는 자신의 것도 아니며, 김 형의 것도 아니며, 나를 보며 아저씨의 것도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더니 다시 고쳐서 말을 했습니다. 안 형은 잘 못 말했다며 화재는 화재 자신의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때 갑자기 일어나서, 내 아냅니다. 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날름거리는 불줄기는 저의 아내였습니다. 불줄기가 바람에 이리저리 막 흔들리는 것이 제 아내의 모습이었습니다. 아내가 머리가 아파서, 골치가 깨질 것 같은 고통에 머리를 이리저리 마구 흔드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은 나를 앉히며 진정시켰습니다. 내가 실성한 사람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저는 아내를 만나기 전에 교류를 하던 몇몇의 동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동무들에게 저의 본 모습을 보이기 싫어했던 것 같습니다. 나와 나의 동무들 사이에는 위트가 숨어 있어서 나의 모습을 교묘하게 가려 주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변변찮은 집에 동무들이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아내는 잘 웃기에 동무들에게도 잘 웃어 주었습니다. 그 웃음을 보는 동무들의 눈빛에 그들처럼 여자들의 특징만 중점적으로 내보이는 여자들을 찾는 깊은 어둠의 음란한 웃음을 보았습니다. 어쩌면 동무들 역시 나를 위트로 자신을 숨기고 대했을지도 모릅니다.

 

동무들 중 한 놈은 귀가 곪아서 고름이 곧 터지기 일보 직전임에도 아내가 앉아 있는 나의 집 방에서 마다하지 않고 술잔에 술을 부어 마셔댔습니다. 그럴수록 아내는 더욱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것이 아내의 특징이었습니다. 언제나 잘 웃는다는 것 말입니다. 저는 그때 아마도 몹쓸 마음을 먹었드랬습니다. 동무들이 내일 죽었으면 좋겠다, 집으로 돌아가다가 서울의 전동차에 끼여 죽었으면 좋겠다,라고 말입니다. 저는 죄악의 인간입니다. 후에 전보를 받았습니다. 곪은 귀를 가진 그 동무는 부산에서 뱃일을 하다가 곪은 귀를 치료하지 않아서 후유증으로 비참히 죽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지 않았습니다. 동무와 저 사이의 위트가 사라진 것입니다.

 

화재는 점점 거세져 불기둥은 미. 용. 학. 원 간판의 학에 옮겨붙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불이 번지는 걸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불구경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순수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괴롭힐 때 호기심이라는 순수한 감정으로 괴롭히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불이 누군가의 삶을 망가트린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불을 구경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 불속으로 집어던졌습니다. 전부 집어던졌습니다.

[내일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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