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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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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06회 작성일 19-03-0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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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가는 날 / 부엌방

 

두 살 많은 형을 두고 항상 소장가는 길에는 내 소관으로 아버지는 어린 나를 데리고 가려고 하셨는지 궁금했었다. 지금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덩치도 작고 겁이 많은 나를 왜 이리도 힘들게 하셨는지 지금도 잘 모르지만, 나의 유년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돈이 황급히 필요하셨는지 아버지는 급한 마음이 역력한 얼굴이 나에게도 비치었다. 그날도 **소장에는 덩치도 작은 나를 데리고 황소 한 마리를 끌고 아버지는 가셨다. 소는 가기 전에 한참을 울었다. 나는 미안해서 등긁개를 빡빡 밀어 털을 골라주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소와 나는 눈을 마주 보며 지난 추억을 말없이 서로 주고받았다. 나와 비슷한 나이를 먹은 소의 털은 거칠고 어깨 등 쪽은 굽어서 살은 마르지 않았으나 거죽이 쭉쭉 늘어나는 노인이나 다름이 없었다. 한참을 생각에 빠지더니 소는 한걸음 물러서서 마지막 영역표시를 하고 이십여 리의 **소장으로 향했다. 처음으로 울어대는 황소와 나는 가기 싫은 길을 떠나야만 했었다. 발길은 천길 같았고, 마음은 마치 소장으로 내가 끌려가는 듯했다. 이렇게라도 먹고 살아야 하나 아버지께 물어보고 싶었지만, 차마 말이 밖으로는 나오지 않았다. 가는 길에 황소는 들판을 바라보다가 멈추길 여러 번 개천을 넘으면서도 발을 물에 담그고 한참을 서 있다가 소피를 보았다. 마치, 자기의 꿈을 물에 담가 보내는 것처럼 말이다. 퇴물로서 사라지는 누렁이의 말로가 나는 너무나 보기 힘들어 잠시 쉬었다가 가기로 하였다. 아버지는 빨리 가자고 말씀을 하셨지만 나는 황소의 눈을 보고 빨리 갈 수도 없었다. 빨리 해결하고 집에 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소장가는 길은 어찌나 길은 좁고 지나가는 자동차를 가끔 비켜주는 것이 아주 살벌할 정도로 위험하였다. 두어 시간에 걸쳐 당도한 소장에서 아버지는 매매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에 이미 막걸리를 한 사발 드셨는지 얼굴이 벌게져서 소장 귀퉁이에 모래판이 서 계시다가, 거기에서 아는 지인을 만나서 무슨 성사가 있으셨는지 웃으시면서 내게로 오셔 말씀하였다. 바로 지인의 아들과 씨름 한판에 술 내기를 약속하셨다. 나는 안 한다고 단번에 거절하였지만, 점심은 먹어야 하고 해서 눈물을 글썽거리며 다시 한다고 했다. 나보다도 두 살쯤 더 먹어 보이는 키가 크고 덩치도 컸었다. 바로 시작하였으나 모랫바닥에 내동댕이쳐서는 모래가 입에 가득 들어갔다. 이런 창피하고 망신스럽기도 하고 농사꾼의 자식으로 조금 화가 나 있었다. 그래도 내 친구들하고는 지지 않는 힘을 가졌건만 여하튼 져서는 아버지가 음식 대접을 하시는 것이었다. 아버지와 지인은 국밥집에서 소주를 마시고 나는 국밥으로 분을 삭이고 고개를 한 번도 들지 않았다. 그날은 소가 왜 이리도 많이 쏟아져 나왔는지 한참을 기다리다 못해 아버지는 이발소로 나를 데리고 가셔서 머리를 빡빡 밀어 십 문도 안 걸리게 깎아 버렸다. 머리를 밀고 나니 면도를 해야 한다니 참 어이가 없었다. 솜털도 안 나온 어린놈 면도하자고 면도칼을 가죽에 시퍼렇게 갈아대는데 그 소리가 그렇게 싫었는지 바로 살 떨리게 하는데 마치 내가 소가 되는 느낌이었다. 목에 차갑게 대고서는 쓰라리게 살을 그어내다가 상처가 조금 나 피가 났는데도 어디 한마디 아프다는 소리를 못 했다. 바로 이발소를 나서고 소장으로 가서 대기하는데 우리 소는 팔리지 않는 것이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소가 너무 살이 빠졌다는 것이었다. 돌아오는 길은 얼마나 멀어 보이는지 황소는 굉장히 빨리 걸어가는 것이었다. 해는 벌써 넘어가고 마을 굴뚝에는 연기가 가득하고 황소는 마을 어귀에 닿자마자 줄행랑을 치듯 뒷발을 내지르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고삐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걷다가 집에 도착하니 이미 외양간에 다 들어가 지푸라기를 물고 거품을 물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와 작두질을 하고 바로 여물을 쓰고 그전에 콩깍지를 주었다. 소는 소장에 갈 때와는 달리 눈이 반짝이는 것이었다. 가끔, 음매 음매 하는 것이 안쓰러워 다가가 지푸라기를 집어 주었더니 긴 혀를 빼고 감싸 먹어주는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였다. 그것으로 내 마음은 조금은 편해졌다. 벌써 달은 중천에 떠 있고 여물을 여물통에 퍼주고 나니 저녁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김치 수제비로 채우고, 나는 곧바로 외양간으로 가 소와의 대면을 시도했었다. 다음에 다시 갈 것을 대비해 미안해 미리 약속이나 하는 듯이 눈빛을 교환했었다. 어지럽고 토할 것 같은 마음은 어머니의 긴 한숨으로 다 녹고 말았다. 보름 후 장날에 다시 소를 몰고 갈 생각에 나는 한숨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더 많이 뒤척이셨다.

자식같은 황소를 팔아야 하는 아버지의 깊은 한 숨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베개를 몇 번이나 고쳐가며 주무시는 모습에 눈물이 났던 유년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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