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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검정고무신/임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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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2회 작성일 19-05-0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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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검정고무신

임두환

세월 참, 좋아졌다.
물질문명이 발달됨에 따라 신발의 쓰임새도 다양하다.
인체공학을 응용하여 멋진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구두와 샌들,
운동화, 등산화, 안전화까지 각양각색이다.
의복과 세월을 같이해온 우리의 신발은 계급분화가 생기고 나서
실용적인 것을 떠나 의례적이고 장식적인 형태로 변모해왔다.

고무신이 우리한테 오기 전까지는 옛 선조들이 짚이나 마(麻)를 이용하여
짚신이나 미투리를 만들어 신었다.
짚신은 부지런하면 겨울철 농한기에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지만,
빨리 떨어지는 게 흠이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고무신이다.
고무신은 가격이 저렴하고, 물이 새지 않으면서도
오래 신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래서 인간들로부터 선망(羨望)의 대상이 됐으리라.

신발의 형태는 두 가지로 나뉜다.
목이 긴 신발을 장화(長靴)라 하고, 목이 짧은 신발을 리(履)라고 부른다.
장화(長靴)는 북방민족이 말을 탈 때나 활을 쏠 때 발목을
보호하기 위하여 사용되었고, 리(履)는 농사를 짓는 남방계 민족이 선호했다.
우리나라에서 출토된 유물 중 제일 오래된 신발은 낙랑시대의
채협총(彩?塚)에서 츨토되었다.
얇은 짐승 껍질을 사용하여 상부와 바닥을 꿰매어 합치고 표면에
흑칠을 한 형태였다.
가야시대는 흙으로 만든 짚신 모양의 토기가 출토됐고, 통일신라 때
화(靴)는 남자가, 리(履)는 남녀 공용으로 신분에 따라 달랐다.
<삼국사기>나 <고려도경(高麗圖經)>에 의하면 신분이 높은 사람은
비단이나 가죽신을, 신분이 낮은 평민들은 짚신이나
미투리를 신었다고 한다.

초등학교시절이었다.
아침 등굣길에 없어진 검정고무신을 찾느라 허둥댈 때면 어머니는
누렁이가 물어다 감춰둔 신발을 잘 찾아오셨다.
눈 내리는 겨울날이면 아버지가 쇠죽을 끓이며 고무신을 따뜻하게 데워주셨다.
검정고무신은 사계절 내내 신발기능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했다.
봄철 하굣길 자운영이 만발할 때면, 이때를 놓칠세라 고무신을 도구삼아
자운영 꽃에 앉은 꿀벌을 낚아채어 땅바닥에 팽개쳤다.
기절해버린 꿀벌에서 달콤한 꿀을 빼먹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여름철 하굣길의 개울가는 우리의 놀이터였다.
너나 할 것 없이 뚝방에 책보를 내던지고 개울가로 달려들었다.
물장구치며 놀다가도 가재와 송사리, 미꾸라지를 잡아 고무신에 담았고,
모래밭에서는 고무신을 트럭으로, 물에서는 개미들의 나룻배가 되기도 했다.

1960년대 구두나 운동화로 대체되기 전까지는 고무신이 주류였다.
고무신을 우리나라에 처음 선보인 업체는 대륙고무주식회사로 대표는
미국 대리공사였던 이하영(李夏榮)이었다.
‘대장군표’ 고무신은 고종황제를 광고에까지 활용하여 온 국민의
인기를 끌었다.
무엇보다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저렴한 가격이었다.
당시, 양화점 구두 한 켤레 값은 12원이었는데 반해 고무신은
고작 40전이었으니 얼마나 고마웠을까?
<경성고무>가 군산(群山)의 상징이던 때도 있었다.
1960년대 이만수(1891~1964)가 일본인 공장을 인수하여 만들어낸
‘만월(滿月)표’ 신발은 여종업원 3천여 명이 밤을 새워가며
하루 3만 족을 만들었다고 하니, 그 규모는 미루어 짐작된다.

고무신은 구멍이 나거나 찢어져도 그냥 버리지 않았다.
몇 번씩 깁고 때워 신어야 했다.
장날이면 외진 곳에 고무신을 때워주던 터줏대감 아저씨가 있었다.
아침 일찍 신발을 맡겨 놓으면 오후 느지막한 시간에 찾아야 했다.
그 당시 6.25전쟁으로 피폐해진 서민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서도 아들딸을 가르쳐야겠다는 교육열만은 한이 없었다.

초등학교 때였다. 오전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울리면 이미 비워진
도시락을 뒤로하고 쏜살같이 운동장으로 뛰쳐나갔다.
모두가 축구를 즐겼는데 맘먹고 걷어찬 헛발질에 공보다 고무신이
오히려 멀리 날아갔다.
열심히 공을 따라 뛰다보면 발에 땀이 차서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고무신이 찢어지기라도 하면 어머니께서는 실로 꿰매주셨다.
그 당시 검정 실이 있었는데도 하필이면 하얀 실로 꿰매주셨는지….
지금도 아리송하다.

고무신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색깔별, 기능별로 변했다.
어린 시절 내가 즐겨 신었던 고무신은 ‘타이어표’와 ‘만월표’였다.
겨울에는 털 달린 고무신도 있었다. 투박하긴 했어도 발목까지 따뜻해서
농촌이나 도시노동자들에게는 그만이었다.
어려웠던 시절, 삶의 애환(哀歡)을 함께해온 검정고무신이 오늘따라
그리워지는 건 웬 까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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