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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명복을 빌며/신팔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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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9회 작성일 19-05-13 17:28

본문

친구의 명복을 빌며

신팔복

얄궂게 비는 종일 내렸다.
서울에 사는 친구 J가 사경을 헤맨다는 소식을 며칠 전에 들었다.
두 달 전에 내가 통화했을 땐 생생한 목소리였는데 갑자기 항암치료가
잘못되었나 싶었다.
계(契)를 같이하는 친구들과 연락하여 문병을 가기로 했다.
살아있을 때 만나야 할 것 같아서였다.
전주에서 세 사람이 만나 서울 가는 버스를 탔다.
친구의 상태가 어떤지 몰라 걱정만 했다.
고등학교 때 한 반에서 공부한 우리는 무진장이 고향으로 팔성(八星)이라 했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기다리던 총무를 만나 3호선 지하철을 타고
구파발역에서 내렸다.
그곳에서 기다리던 또 한명의 친구를 만나 다섯 명이 되었다.
근처에 있는 호스피스병동으로 찾아갔다.
부인의 안내를 받아 입원실에 들어가니 환자복을 입은
J가 링거주사를 맞으며 초췌한 모습으로 눈을 감은 채 병상에 누워있었다.
깡마른 그의 모습을 보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친구 부인이

“여보! 친구들 왔어요.” 하고 부르니 얇아진 눈꺼풀을 힘들게 치켜뜨고
한 사람씩 눈을 맞춰 얼굴을 확인하면서 조금씩 고개를 끄덕였다.
이승에서 마지막이라는 것을 아는가 모르는가?
아니면, 마음을 정리하는 걸까? 학창시절부터 함께 한 친구들이
온다는 말을 듣고 무척 기다렸을 것 같았다.

"친구야, 이게 웬일이냐?" 하며 내가 그의 이마와 얼굴을 만져보는 순간,
갑자기 마지막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우리들의 즐거웠던 일만 생각하자!" 하며 울먹였고,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을 때 초점이 흐릿한 그의 눈에도 눈물이 고이는 것 같았다.
우리는 모두 소리 없이 눈물을 닦았다.
한 친구는 다리를 주무르고 또 한 친구는 손을 잡아 안마를 해주었다.
탱탱했던 종아리 살은 어디로 갔는지 핏기도 없이 말랐다.
그는 피곤한 듯 스르르 또 눈을 감았다.
아마도 이승의 인연을 정리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는
마음이 들어 무척 서글펐다.

J는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가 고생도 했었지만, 생활에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재산도 일궜고, 자녀도 잘 길러 출가시켰다.
몇 년 전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대장암 수술을 받고 열심히
치료받으며 건강 상태가 좋아졌었다.
그러나 병으로 인한 고충이 있었던지라 모든 걸 내려놓고
고향인 장수 장안리에 작은 별장을 짓고 내외가 내려와
전원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작년에는 그의 별장에서 우리의 모임을 가졌었다.
건강하고 즐겁게 살자며 환하게 웃던 그때 모습이 생생히 떠올랐다.

그는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녔는데 검진 결과 신장에 이상이 있어
대학병원에서 금요일에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잘 될 것으로 알았지만, 후유증인지 수혈을 계속해야 했고 의사가
휴가 중이라서 이틀을 넘겼다고 했다.
비뇨기과나 외과에서도 서로 회피하는 것 같았다.
이게 그의 운명인지 수혈로 버텨오다가 이 지경이 됐다고 해서
더욱더 안타까웠다.
아마도 신체 저항성이 떨어져서 회복이 안 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병상에 누워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J가
스르르 잠든 사이 우리는 그와 이별을 해야만 했다.

부음을 듣는다고 해도 고향에서나 만나자는 부인의 배웅 인사를
가슴 저리게 받으며 숙연한 마음으로 병원을 나서는 걸음은 너무나 무거웠다.
‘고통 없는 천국이라니 부디 좋은 곳으로 가게나.’ 하고
위로가 아닌 위로의 말을 되뇌며 남부터미널에 도착했다.
부슬비는 내리는데 애석함을 달래려고 작은 식당에 들러
목을 축이고 내려오는 버스를 탔다.

현실은 그리 멀지 않았다. 문병한 지 3일 만에 J의 부음을 받았다.
서울에 사는 총무에게 조화를 챙겨 장례식장에 가라 했고,
전주에 있는 친구들은 발인 날에 맞춰 장지인 장안리로 가기로 했다.
하루를 삼가는 마음으로 보냈다.
전주에서 세 명이 만나 장안리로 갔다.
그의 별장은 쓸쓸해보였다.
세종시에서 화장(火葬)을 마치고 1시경에 영구차가 도착했다.

마을 둥구나무 밑에 병풍을 두르고 거리제를 올렸다.
소문을 듣고 나온 일가친척과 동네 사람들의 문상이 끝난 다음
우리도 문상했다.
하얀 조화(弔花)와 함께 놓인 영정 속에는 생전에 밝게 웃던 친구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제는 영영 볼 수 없는 얼굴이었다.
눈물을 훔치며 유골을 안고 가는 상주를 따라 지상에서의
영원한 안식처, J의 묏자리로 향했다.
어린 잔뼈가 굵어지고 소 몰고 가재 잡던 고향산천, 그의 부모님이
모셔진 묘지 아래 양지바른 곳이었다.
7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장계성당 신부님의 집전으로 장례미사를 드렸다.
마지막 흙을 덮고 이름을 새긴 작은 비석을 얹어놓을 땐
상주의 통곡과 흐느껴 우는 부인의 곡성은 주위 사람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희로애락을 함께한 가족의 깊은 정은 한이 없어 보였다.
우리는 평토제상에 마지막 술을 올리고 절을 했다.
죽음을 애도하며 그의 천도(薦度)를 빌고 빌었다.
이제는 꽃상여도 없이 조용히 떠나간 저승 사람이 되었다.
75년의 한평생, 아직은 떠나기 이른 나이인데 너무나 아쉬워 인생무상이
뼈저리게 사무쳤다.
왔다가는 인생, 무엇을 남기고 가는가?
머리 숙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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