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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이 아닌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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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붉은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0회 작성일 19-08-0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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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이 아닌 얼굴 / 김 재 숙

 

매주 토요일은 미술관으로 자원봉사 간다. 전시관 지킴이로 편하게 드나들며 내 집 가구 보듯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다. 그렇다고 그림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고 점점 좋아지기 시작하는 중년 아줌마의 소박한 나들이쯤이다.

그 전시관 그림 중

도로에 흰 천을 깔고 뒤로 앉은 여인의 모습, 굽은 도로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 방금 지나온 길인지 가야 할 곳인지 가늠할 수 없는 모호함이 더 아득하게 느껴지는 그림.”이 걸려있다.

그 아득함이 현실이라면 어떤 위력을 발휘할까?

 

며칠 전 폰을 바꾸고 새 폰에 모든 정보를 다 옮겨주고 휴대폰 결재 수단인 카드까지 다 등록해 줘서 이제 폰 만 대면 결재와 후불제 교통비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다. 기특한 아들과 편리한 기술 덕분에....

오늘도 허둥지둥 미술관 가는 버스 (시내를 통과 시외로 가는) 타러 간다.

~“ 모두 통과 그리고 단말기에 폰을 대고 지나려는 순간 무음이다.

기사분과 기계가 동시에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난 급히 한 번 더 더.....

그사이 버스는 출발하고 난 짐짝처럼 구겨 운전석 뒷자리에서 급히 폰을 확인하고 가방을 뒤져 지갑을 찾고, 아들과 통화하고 혼자 난리를 치는.

아득했다. 하지만 내린다고 할 수 없는 다음 차면 지각인데.

지갑도 다른 교통카드, 비상금, 아는 사람, 그 어느 것도 안되는 막막한 상황이다.

잠시 후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밀고 교통비를 기사분 계좌로 보내 드리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그 기사분은 다 알겠다는 듯

다음에 만나면 주세요. 못 만나면 할 수 없고요.“

~~ 어쩌자고 내 눈과 손은 확인도 안 하고 다 된다고 믿었는지.

1시간을 잠도 못 자고 죄인처럼 타고 갔다.

그런데 일을 마치고 집으로 오려면 누군가에게 차비를 빌리던지 시내버스를 타고 한 정거장 나가서 ATM기에서 돈을 찾던지 그 방법밖에 없었다.

그사이 아들은 시내버스 승차는 문제없으니 또 휴대폰을 찍고 타기를 권했다.

난 지극히 평범한 가정의 부모이고 아들과 딸로 구성된 서로 굳건한 믿음을 소유한 또한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알고 모험을 시도하지 않는 성격으로 여태껏 이런 난관은 봉착해 보지 못한 사람이다.

결국, 교통비는 빌리지 못하고 스멀스멀 미술관 맞은편 정류소로 다가갔다. 혹시나 또 안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을 안고.

 

버스가 오고 단말기에 폰을 대고 뭐든 결재되었다는 말이 나오고 그러면 난 이제 집에 간다. 헉 또, 무음이다.

오 신이시여 저의 불찰을 깊이 벌하소서~~

뭔가 이상이 생긴 것이다.

이번엔 계좌이체 말도 못 꺼내고 다짜고짜 교통카드가 안 찍히니 내린다고 했다.

달리던 차가 뚝 멈추더니 앞문이 벌컥 열리고 기사분이 나를 째려봤다.

영혼이 없는 이미 지구인의 얼굴이 아닌 중년의 여자가 서 있다.

뻔뻔함. 무지함. 죄스러움. 당황스러움 오만가지가 붙은 처참한 몰골로.....

그 몇 시간 사이에 두 번이나 이건 도저히 아니잖아.

기사분은 지구인이 아니라서인지 그냥 재수 없다고 여기시는 건지 다시 문을 닫고 출발했다.

여기서 내려 뭐 어짤라꼬요.“라는 용서인지 타박인지 모를 말을 남기고.

뒤로 내리고 앞으로 다시 가서 허리를 폴더로 접어 인사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웃음 비스무리 한 것을 흘리며 버스는 그렇게 지구인이 아닌 얼굴을 두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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