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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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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73회 작성일 19-08-25 09:29

본문

봄비가 내리면 봄이 오고,

비가 잦아지면 여름이 오고

가을비가 오면 가을이 온다

모든 계절의 서막은 젖어 있다

그냥 비가 아니라

봄비, 가을비, 겨울비​

계절과 이름을 섞는 비는

보내는 마음과 새로 맞는 마음이

섞이고,  계절의 끝자락과 첫자락이

섞이고, 아쉬움과 설레임이 섞인다

낙엽이 누울 자리를 손보는

가을 빗방울은 손수 당신의 수의를

만드시는 어머니의 손끝처럼 한 땀 한 땀이

가슴을 파고드는 것 같다


가을은 사람마다 오는 속도가 다르다

봄은 눈으로 오고

여름은 살갗으로 오고

가을은 가슴으로 오고

겨울은 영혼으로 온다

가을은 내게는 참 더디게 오는 계절이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보다 한 두어달은

더디게 올 것이다.

재빨리 가을이 와서 남보다 빨리

가을을 타는 사람들의 팔자가 부럽다

여름은 내게 남들보다 한 달은 빨리 오고

한 두어 달은 더디게 가는 계절이다.

가을이 왔나하고

눈이나 한 번 맞춰보고

손이나 한 번 잡아 보려고 

가을의 얼굴을 마주보면

어느새 겨울이 와 있다

이제는 배가 불러서 별로 젓가락이 가지 않는

회전 초밥처럼 계절은 끊임없이

시큰둥한 나를 돌아간다. 계절이 고파서

봄이나 여름이나 허겁지겁 먹을 때가

좋았던 것 같다.

요즘 가을은 돈독이 올라

옷집 쇼윈도우에 제일 먼저 온다

갈색 옷을 입은 마네킹들을 보면

인간의 미학도 결국은 생존을 위한

보호색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도 든다.

봄에는 지천으로 피는 꽃색을

여름에는 무성한 풀과 풍성한 삼원색을

가을에는 목숨 다해가는 초목의 색을

겨울에는 벌거벗은 나무의 색을

주변과 조화가 잘 되는 색상일 때

생존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그런 주변이 아름답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모든 아름다움이 원초적인 기준은

살아 있는 것, 살 수 있는 것이다.

왜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파는 추하게 보이고

탱탱한 아가씨는 아름답게 보이는가?

내 유전자를 생존 시키기에 탱탱한 아가씨가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화가는 나무에 매달려 있는

사과와 쟁반에 담겨 있는 사과도 그리지만

누군가 베어먹다 산화된 사과도 내가 먹던거라면

다시 먹고 싶을만큼 사실적으로 그리기도 한다.

그리고 싶다는 것은 아름답다는 이야기다

그에게는 객관적으로 아름다움을 느끼는 눈이

열린 것이다. 살아 남아야하는 동물로서의 눈을

넘어선 것이다. 형상이 아니라 의미를 헤아려

다시 보는 눈이 생긴 것이다. 어쨌거나 폭염이

한꺼풀만 꺽여도, 수은주가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칙칙하고 짙은 색깔이 고와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것을 믿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미의 기준이 생존인 것은 생명체로서 건강한 일인 것 같다.


출근 시간이 되어 더 쓸수 없다.

내게 가을은 언제 올지 모르는 계절이다.

자주 나를 패스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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