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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행복 뻥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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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954회 작성일 15-07-26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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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가 뻥튀기하는 곳을 지나면 잠시 길을 멈추고, 어릴 적처럼 두 손으로 귀를 막진 않지만, 그 때의 그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뻥~ 소리를 기다리곤 한다. 그러다가 문득 해보는 생각. 사람은 저마다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는데, 그 행복도 뻥튀기처럼 크게 부풀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렸을 적, 나는 집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아주 좋아했었다. 가까이는 어머니 손을 잡고 시장에 가는 것부터, 멀리는 시골 친척집에 가는 것까지, 일단 집 바깥으로 나가면 새로 알게 되고 새로 보게 되는 것들이 많아서였는지, 먼 시골이 아니라 가까운 시장을 가더라도 설레는 마음으로 따라나서곤 했던 기억이 난다. 가는 곳이 기차나 시외버스를 타고 가는 먼 곳이라면 나는 더욱 설레어, 가는 길 내내 눈을 크게 뜨고 새로 보고 알게되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과 경탄을 멈출 사이가 없었다.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고 행복해했던 것은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었다. 어른들과 함께 보러 가는 것도 좋았지만, 나 혼자 영화 볼 계획을 세우고, 돈을 모아서 영화를 보러 갈 때, 그보다 더한 행복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영화 시작 전에 보여주는 예고편들을 보고 다음에 볼 영화를 정하면, 그 영화가 시작되기 전까지 돈을 모아야했다. 아끼는 구슬과 딱지를 싼값에 동네 친구들에게 팔고, 후일을 대비하여 다시 따는 작업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모되는 일이었다. 만화방에 기다리던 만화가 나왔는데도, 한참 그 앞을 서성이다가 그냥 발길을 돌리는 것은 큰 인내가 요하는 일이었다. 아이스깨끼나 철판 만두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도 열 한 두 살의 나이에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해서 모은 돈으로 혼자 영화를 보러 가는 길은 행복 가득한 무지개 길이었다. 영화관이 멀면 멀수록 그 행복은 더 커졌고, 무지개는 더 영롱한 빛이 되었다.

 

영화 시작 시간 한 십여 분 앞서 영화관 앞에 도착하면, 그 영화 속 중요 장면들을 사진으로 전시해둔 전시대 앞에서 한참동안 상상의 나래를 펴며 행복해 하다가, 어른들이 뜸한 오후 이른 시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층 중간 맨 앞자리에 앉아 찌르릉~ 울리는 벨소리를 기다리노라면, 아...그 설렘, 그 행복 세상 어느 것과 바꿀 수 있으랴!

 

대한뉴스의 하이라이트는 월남 소식이었다. 흑백의 화면 속에 보여지는 우리들의 국군. 청룡부대, 맹호부대, 백마부대. 얼마나 장해보이고 용감해 보이던지......나중에야 월남의 일들을 여러 가지로 재해석해보긴 했지만, 어린 나이에 내 눈에 비친 군인들은, 위문편지에 적은 그대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군 장병 아저씨였다.

 

감질 맛 나는 예고편이 끝나면 본 영화 시작. 숨을 죽이고, 온 신경을 집중하여 새 세상을 만나고, 그 세상 속을 누비고 다녔다. 전쟁도 하고, 서부의 건맨이 되었다가, 무협 속의 외팔이가 되었다가, 골목의 제왕 용팔이도 되고, 꼬마 신랑의 단꿈도 꾸었다. 행복이라고 표현하기엔 무언가 미진한, 감동에 더 가까운 그 걷잡을 수 없던 감정의 소용돌이.

영화가 끝나면 아쉬움은 잠시였다. 다음에 볼 영화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나는 다시 영화 장면들을 모아둔 사진 전시대 앞에서 금방 본 영화의 여운을 한동안 즐기다가, 마냥 행복한 마음을 그대로 유지한 채, 다음에 볼 영화를 예고편에서 본 몇 조각의 장면들로 나름대로 각색도 해보면서, 노을 그려진 초저녁 길, 집으로 가는 걸음을 서두르곤 했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삶이 불행하진 않더라도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 행복한 순간들은 있었지만 말 그대로 행복은 잠시간의 순간일 뿐이고, 삶 전체로 보면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였다고 말들을 했다. 그들의 말을 듣다가 내가 느낀 의문은 그런 말을 하는 그들 대부분이 자신이 원하고 바라던 꿈을 이룬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원하는 승진을 하였고, 그들의 자녀가 바라던 대학에 입학을 하였고, 원하던 만큼의 부도 쌓았고, 남들이 보면 부러워 못 살 지경의 사람들이 행복은 순간이고, 그 순간을 제외하면 삶이 별로 행복하지 않다라고 말을 하니 어찌 황당하지 않겠는가? 그들은 왜 자신의 삶을 행복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일까?

 

산행을 하다보면, 지나치는 사람 중에 열심히 시계를 보며 산행을 하는 사람들을 보곤 한다. 아마도 그 사람들은 정상까지 주파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중요한 모양이다. 산행이야 다 나름의 방식대로 하는 것이지만, 나는 그런 사람들이 바로 순간의 행복만을 행복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자신과의 경쟁, 혹은 타인과의 경쟁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사람. 그래서 그 경쟁에서 이겼을 때, 순간의 행복을 느끼고, 다시 그 순간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다가 결국 지치고야 마는, 그래서 삶 전체로 보면 늘 긴장이었고 행복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들.

 

산에는 정상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보고 느낄 것이 많이 있는가?

풀이며, 나무며, 꽃이며, 곤충이며, 새들이며, 계곡이며, 물소리며, 바람이며, 빛이며......시시각각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는 산을 찾아, 그 아름다움에 취하며 땀흘리고 걸어, 산정에 이르는 그 과정 모두를 왜 행복으로 느끼려 하지 않을까? 누구나 행복하고 싶다고 말을 하면서 왜 정점의 행복만 행복으로 느끼고, 그 행복보다 더 큰 과정의 행복은 행복이라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정상을 밟은 산들의 이름을 줄줄이 꿰면서 그 정상에서 바라본 경치를 잊지 못하겠노라고 자랑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가끔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그 산을 오르는 길에 만난 이름 모를 꽃들에게 입 맞춘 적 있나요?”

“그 산 계곡 물에서 노는 이름 모를 산천어에게 눈을 맞춘 적 있나요?”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행복하게 살고 싶고, 그 행복의 부피를 늘리고 싶어한다.

행복에도 분명 뻥튀기는 있다. 길가의 뻥튀기처럼 속이 빈 뻥튀기가 아니라, 속이 꽉 찬 행복 뻥튀기. 어려운 것 같지만 사실은 아주 간단하다. 순간의 행복을 과정의 행복으로 바꾸어 느낄 수만 있다면......

어릴 적 영화를 보러가고 돌아올 때처럼, 자연에 동화된 산행을 즐기는 것처럼,

돌아 보라~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아온 지난날들을......

원하던 것들을 얻기 위해 애쓰던 그대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그 원하는 곳에 이르도록 디딤돌이 되어준 사람들은 또 얼마나 고마운 분들인가!

 

들리는가? 행복의 뻥튀기가 터지는 소리!

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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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몽진2님의 댓글

profile_image 몽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행복은 결코 겉으로 나타나지 않는것 같습니다.
흔히들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하지만
그것은 없는 사람들의 항변일 수도 있지요.

돈은 남에게 구걸하거나 신세지지않을 정도면 되는 것이고
젊어서 못한일, 노년에 자신이 하소싶은 취미 생활 즉 서예, 그림, 글쓰기
화초가꾸기, 등산 등등 을 새로 시작하는 즐거움이
바로 행복이 아니겠습니까.
이름모를 꽃과 산천어에 눈을 마추고 대화를 나눌수 있다면
그 보다 큰 행복이 없을텐데.......
뻥튀기하면 더이상 주체를 못할것 같은 불안감이 있네요.

마음자리님의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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