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길목에서 ―임신 1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생활의 길목에서 ―임신 1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2회 작성일 20-01-23 14:13

본문

생활의 길목에서

  ―임신 1

 

 

  아내가 임신 사실을 알려 왔다. 순간 나는 당황을 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어찌해야 할까 생각을 했다. 비록 딸이지만 우리에게는 이미 애가 둘이나 있었고 무엇보다도 나이가 문제였다. 내 나이 이미 마흔이 코앞에 있었고, 아내 나이도 나 보다 몇 살 아래지만 임신해서 애를 키우기에는 힘이 부치는 삼십대 중반이었다.

 

  아마 태어나는 아기가 남자라면 내 나이 환갑이 되어야 대학에 들어가고 군대도 갈 것이고 딸이라면 딸딸이 아빠에서 딸 딸 딸 아빠가 되는 것이다. 그나저나 그 때쯤 되어서도 경제적 능력이 있어서 애를 대학까지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고 무엇보다도 애들 뒤치다꺼리 하다가 내 인생 다 보내는 건 아닌가 하는 이런 저런 상념에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지금이야 노동인구가 부족하다며 신생아 육아 보조비니 유아 복지니 뭐니 하면서 출산 장려 정책을 쓰고 있지만, 먼 옛날도 아닌 불과 십 년 전만 해도 셋째 아이가 태여 날 때는 의료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였다. 하나는 외로운 것 같고 둘만 나서 잘 기르자는 당시의 표어처럼 그렇게 둘만 나서 잘 키우려고 하였는데 뜻하지 않게 임신이라니......

 

  거기다가 원하던 임신도 아니었다. 사는데 바빴고 딸 둘이지만 둘 다 예쁘고 귀여워서 아들 없다고 해서 섭섭하지도 않았고 아들 있는 집 부럽지도 않았다. 우리 어머니는 딸을 낳지 못하고 아들만 셋을 두었는데 그래서 내가 나서 자라던 우리 집에서는 여자라고는 엄마밖에 없었다. 집안에서 여자의 정취를 느끼지 못하다 보니 여자는 내게 있어 늘 머나먼 미지의 세계처럼 아련한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먼 동산에 피어오르는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보이기는 보이나 만질 수는 없었고 가까이는 가보고 싶은데 가까이 할 수도 없었다. 아무도 모르게 그저 맘 속 깊이 간직한 보석처럼 여자란, 여신처럼 신성하고 신비한 존재여서 함부로 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꽃에서 사는 어여쁜 요정처럼 향기로운 내음이 멀리서도 풍기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 다음에 장가를 가게 되면 당연히 딸이 생길 거라고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여자아이에 대한 이름도 미리 지어 보았다. 수정으로 지으면 맑고 깨끗하게 보여서 좋을 것 같은데 너무 가볍지 않을까. 아니면 다정이라고 지으면 어떨까. 사람 성품도 이름 따라 간다고 다정다감하게 느껴진다면 여성의 이름으로 더 없이 정겹지 아니할까.

 

  이런 저런 상상 속에 너무 산뜻해서 질투심이 느껴지면 어찌할까. 차라리 부르기 쉽고 흔히 있는 상투적인 이름들이 남들로부터 더 친해질 수 있을지 모른다며 이런 의미 저런 의미를 부여해 보면서 여자아이의 사랑을 키워 나갔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착하디착한 아내를 만나 정말로 첫 딸을 얻었고, 생명에 신비에 마냥 놀라워했고 내 아이가 여자라는 사실에 또 한 번 감탄을 했다. 그러나 둘째가 생기고 산달이 되어 갈 무렵에는 나 역시 인간적 속물인지라 아들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있었다. 남아 선호사상으로 유교적인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단지 인간적인 욕망으로 딸도 있고 아들도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순수한 마음의 인지상정이었는지도 모른다.

 

  막연한 기대가 있었지만 출산 일이 되어서 병원에 가 있던 제수씨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예쁜 공주님이 태여 났다고 하지 않는가. 순간 잠깐 아주 잠깐 동안의 섭섭함이 스쳐 지나가기는 했으나 둘째 역시 내 어릴 적 동경과 그리움의 대상이었던 여자로서 이 세상에 태여 났다는 사실이 그저 행복하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758건 1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758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 0 05:28
1757
오석(烏石)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1 06-03
175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1 05-30
1755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 1 05-26
1754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 0 05-26
1753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 1 05-22
1752 Vivia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0 05-21
1751
노년의 품격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 1 05-14
1750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 1 05-13
1749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 3 05-09
1748
작약의 계절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 1 05-08
1747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 1 05-06
1746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 0 04-22
1745 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 0 04-14
1744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 1 04-12
1743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 1 04-11
1742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 0 04-11
1741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 0 04-10
1740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1 04-03
1739 떽띠한x꿀벌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0 04-02
1738 떽띠한x꿀벌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0 04-02
1737 떽띠한x꿀벌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0 04-02
1736 떽띠한x꿀벌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 04-02
1735 떽띠한x꿀벌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 0 04-02
1734 박얼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 1 03-12
1733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 3 03-12
173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2 03-10
1731
서성이는 봄 댓글+ 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 2 03-06
1730
웃기는 짬뽕 댓글+ 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 2 03-05
1729 백원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 0 03-0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