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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길목에서 ―임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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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0회 작성일 20-01-3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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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길목에서

  ―임신 3

 

 

  지금은 훌쩍 커버려 중학생이 된 둘째 아이의 이야기인데 딸아이를 키우다 보면은 재미있는 일도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 나만이 알고 있는 민망한 목욕탕 사건도 하나 있었다. 그 전과는 달리 요즘도 목욕탕에 가보면 가끔 아주 가끔씩 여자 애를 데리고 남탕에 오는 자상한? 아빠가 더러 보이는데 우리 딸애들이 어릴 때는 매번 목욕탕에 갈 때마다 내가 데리고 다녔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이 나는 추억이기도 하지만 사십이 넘은 나이에 딸아이가 또 생긴다면 또 다시 목욕탕에 데리고 갈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서지 않는다.

 

  그러나 그 때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딸애들을 데리고 목욕탕에 자주 갔었다. 한 번은 둘 째 아이가 탕 안에 서서 공을 물에 담갔다 건졌다 하면서 공을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 아빠, " 한다.

그 전에도 그런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에 무심코 목욕 뒷물이 내려가는 구석진 하수구를 가리키며 " , 저쪽에 가서 하고 와 "

했더니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 쌌어 " 하면서 태연하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오줌이 마렵다더니 이미 싸버렸다는 무슨 말인가. 딸아이는 오줌이 마렵다는 생각과 말을 동시에 하면서 이미 누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래놓고도 의아해 하며 쳐다보고 있는 나에게는 눈도 안 맞추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계속해서 공놀이를 하고 있으니......

 

  탕에서 공을 가지고 노는데 정신이 팔려서 저도 모르게 그냥 실례를 한 것 같은데 노는데 정신이 팔려서 이미 탕 안에서 오줌을 싸버렸다면 아예 말을 하지 말던가 하지 갑자기 오히려 내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아직 어려서 그렇다고는 하나 여러 사람이 피로를 푸는 탕 안에서 실례를 하다니... 나는 얼른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마침 평일 날 낮 시간이라 사람이 드문드문 있어서 듣는 사람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왠지 나도 모르게 슬며시 웃음이 나와서 그냥 피식 웃고 말았다. 더러움이 뭔지도 모르는 세 살 먹은 철없는 애가 하는 천진난만한 짓이라 그 자리에서 공중도덕이니 뭐니 하면서 야단치는 것도 그렇고 아무리 노는 것이 재미있어도 오줌을 그런데서 싸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세세히 설명하는 것도 부질없게만 느껴졌다. 나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그냥 공을 가지고 노는 딸아이를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하였다.

 

  두 살 터울인 딸 둘을 데리고 한 동안 연이어서 목욕탕에 열심히 다녔지만 일반적인 상식이 부정으로 기우러지는 나이가 되는 서너 살이 되어서는 물론 엄마를 따라 둘 다 여탕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셋째가 태여 날 때까지의 목욕탕 가는 일은 언제나 나 혼자였었다. 그 셋째 되는 아이가 커서까지 나하고 같이 목욕탕에 가게 될지 아니면 두 딸처럼 서너 살까지 가고 그만 가게 될지는 엄마 뱃속에 있으니 알 수 없었으나 아무튼 나는 홀가분해져 좋았는데 반대로 아내는 딸 둘을 데리고 목욕탕에 한 번 갔다 오면 지치고 힘이 든다고 푸념을 하였다.

 

  생각지도 않았고 계획을 한 것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아내는 임신을 하였고 계획을 하든 안 하든 인생은 예기치 않는 일들이 생기고 또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인 것 같은데 그런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있기에 인생은 또 그 나름대로의 재미를 안고 미래라는 열차를 타고 세상 구경을 떠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당시는 주위에 애들 셋 있는 집이 많지는 않았고 하나 있는 집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집집마다 아들 하나 딸 하나 남매 있는 집이 가장 많았고 현재의 우리 집처럼 딸 둘인 집도 많았다.

 

  지금부터 십여 년 전인 그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는 강제적이지는 않았으나 셋째를 가졌다면 은근히 주위의 시선에 신경이 가던 시절이었다. 생각해 보면 죄를 진 것도 아니고 창피한 일도 아닌데 그래도 왠지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생명이 생기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었기에 그대로 받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을 했고, 이 세상 어느 곳에 내가 알 수 없는 운명에 의해서 자식이 둘이 아니라 세 명이니까 낳아서 잘 키우라고 명령을 내리는 것 같아 무사히 출산만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현실을 인정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셋째를 가진 아내는 아무 음식이나 잘 먹었다. 원래 식성이 맵고 얼큰한 음식을 좋아하기는 했으나 특별히 음식을 가리지는 않았다. 어떤 사람은 아기를 가지면 임신이 되는 순간부터 적어도 몇 개월간, 더러는 출산할 때까지 음식을 잘 못 먹을 뿐 아니라 비위가 상해서 음식냄새도 못 맡아 무지 고생이 심하다는데 거기에 비하면 아내는 먹는 복만은 타고 난 것 같았다.

 

  잘 먹으니 보기에도 좋았지만 이 번 기회에 나는 아내가 먹고 싶다는 음식은 뭐든지 요구하는 대로 다 사다 주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다. 위로 두 애들 가졌을 때보다 경제사정도 많이 좋아졌지만 그 것 보다도 나는 아내에게 갚아야 빚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내에게 평생 갚지 못할 마음의 빚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빚은 우연하게도 아내가 셋째를 가짐으로서 갚을 기회가 온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결혼을 하고, 아내가 임신한 분들은 다들 겪어 보았겠지만 여자들이 임신을 하면 갑자기 무슨 음식이 먹고 싶다고 하는데 그 식욕이 얼마나 강하고 끈질긴지 때로는 정말 이해가 잘 가지 않을 때도 있다. 또 한 번 조르기 시작하면 안 사다주고는 도저히 배길 수 없을 정도로 집요하게 조르고 먹고 싶은 음식타령을 하기 때문에 남편들은 길게는 출산 때까지 시달림?을 받을 때도 있다. 그렇게 먹고 싶으면 자기가 직접 가서 사먹으면 되지 왜 굳이 사오라고 계속해서 졸라대는지......

 

  그런데 여자들은 직접 사 먹으면 또 맛이 없다고 한다. 정말 맛이 없어서 그런지 아니면 남편이 사다주면 더 맛있는지 실제로는 알 수가 없지만 그 집요함에 못 이겨 사다 주면은 정말 맛있게 먹을 때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헛구역질을 하면서 못 먹을 때도 있다. 그런데 나는 아내가 둘째를 가졌을 때 수시로 조르고 출산하기 전까지 조르고 또 졸라도 끝끝내 모른 척 하고 사다 주지 않았던 음식이 하나 있었는데 그 것은 바로 돼지다리로 만든 족발이었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어쩌다가 화제가 아들에 대한 애기가 나오면 아내는 둘째가 뱃속에 있을 때는 아들이었는데 그 때 먹고 싶은 족발을 못 먹어서 아들이 딸로 바뀌어서 나왔다고 뼈있는 농담을 하곤 했는데 둘째를 가졌을 때 먹고 싶었던 족발을 못 먹어서 섭섭한 감정이 앙금처럼 남아서 그렇나 보다 생각을 하면서도 다시 임신을 하지 않고서는 해 줄 수 없는 일이었기에 마음 한구석으로 늘 빚진 것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갚을 수 없는 빚이었기에 잊어버리고 살고는 있었지만.

 

  임신 중에 아내가 그렇게 먹고 싶다며 이야기를 수시로 꺼냈던 족발은 무슨 특별하고 비싼 음식도 아니었고 또 거창하고 이유다운 이유가 있어서 안사다 준 것은 아니었는데 끝까지 족발을 사다 주지 못했던 것은 나에게는 바로 다음과 같은 족발에 대한 깨끗하지 못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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