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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날의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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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인생만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2회 작성일 20-02-2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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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날의 아쉬움

 

방송국 스튜디오 안은 훈훈한 분위기로 프로그램을 마치고 있었다. 이제 시를 배우려는 미래 시인들은 詩作을 통해 한 단어 한 줄을 써 내려감을 만족해하고 있었다. 진행자 여성 아나운서도 매우 만족한 표정을 지으면서 평소 친한 사람들끼리 차 한 잔을 하며 후담을 나누자고 제안했다.

 

나는 기꺼이 응하면서 오늘 찻값은 내가 내겠다고 약속하니 이 많은 사람들 대접하려면 꽤 돈이 들겠다고 아나운서는 나를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봤다. 나는 조금은 우쭐하면서도 그 정도는 괜찮다고 하면서 평소 우리가 잘 아는 카페로 가자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갑자기 수업에 관한 토론이 벌어지면서 나는 그 사태를 수습하여야 했다. 문제는 시를 너무 생략하여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게 쓰는 것이 좋으냐 아니면 앞뒤가 잘 흐르는 물같이 쓰는 것이 좋으냐는 문제였다.

 

나는 말했다. 주제를 가지고 쓰는 글이 가령 50페이지 가량 된다면 그것은 소설이다. 그것을 5페이지 분량으로 줄이면 수필이다. 그것을 한 페이지로 줄이면 시가 된다. 어떤 시어를 골라 그 뜻을 잘 전달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그러나 독자들이 전혀 알아 볼 수 없이 생략한다면 본인에게는 훌륭하겠지만 독자들에겐 무의미한 글이 될 것이다.

 

평소 설교하던 버릇대로 장황하게 설명하는 내가 지루하였던지 하나 둘 떠나고 몇 사람이 남았을 때, 정신을 차려보니 함께 가자던 일행은 벌써 아무데도 보이지 않았다. 서둘러 자리를 떠나나와 일행을 찾았지만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평소 잘 가던 카페를 안다고 생각한 나는 속히 그것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평소 잘 아는 길이 그날은 조급하였던지 분간이 어려웠다. 이곳인가 저곳인가 하다가 한 곳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지 저기구나 하고 그 집 앞에 섰다. 순간 그곳은 카페가 아니고 호프집이었다.

 

여기가 아닌가 베, 하면서 뒤돌아서려는 순간 누군가 내 팔을 낚아챈다. 그 호프집에서 일하는 종업원이었다. 나는 억지로 끌려 들어갔다. 호프집에는 손님이 딱 한 명밖에 없었다. 나는 들어오기조차 싫은 곳을 억지로 끌고 들어온 그 청년에게 호통을 내렸다. 왜 네 맘대로 손님을 강제하느냐 아무리 장사가 안 되어도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그 청년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더니 풀이 죽어 서있는 그 청년은 어린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40은 훨씬 넘어 보이는 중년이었다. 순간 그 어깨에 무겁게 짓누르는 삶의 무게를 보았다. 장사는 안 되고 월급은 가져가야 식구들이 굶지 않을 것이니 한 사람이라도 자리를 채워야 하는 사명이 있음을 축 쳐진 그의 어깨가 호소하고 있었다.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어 소리 질러 미안하다고 말하려는데 갑자기 안쪽에서 우락부락한 사람들이 몰려나오면서 남의 영업집에서 왜 장사를 방해 하느냐며 거칠게 나를 밀치며 밖으로 몰아내는 것이었다. 그게 아니라고 항변하였지만 소용없었다. 제발 들어오라고 끌려 들어간 집에서 이유 없이 내쫓기는 꼴이 되어 버렸다.

 

기분이 엉망이 되었다. 그러면서 그 종업원이 더욱 불쌍히 보였다. 그들의 등쌀에 오죽했으면 나를 끌고라도 들어가야 했을까 하는 그의 심정이 내 마음에 전달되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집 오래된 여인의 삿대질을 받으며 더러운 기분을 추스르며 자리를 떠났다.

 

그러면서 더럽혀진 기분보다는 나를 기다리고 있을 그 진행자 아나운서와 詩作 문우들이 차 한 잔씩을 나누며 아름다운 담소를 나누고 있을 그곳이 사무치게 그리우면서 한편 찻값을 내겠다고 한 나의 약속을 지키기 못함에 매우 안타까워하면서 왜 그 장소를 오늘따라 찾지 못하는지 그런 일은 처음이라 너무나 당황해서 울고 싶은 마음을 달랠 길 없어 발만 동동 구르다 눈을 떴다.

 

꿈이었다. 신기하게도 현실 같은 꿈을 꾼 것이다. 꿈을 깨고서도 한 동안 나는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 아나운서와 문우들이 아직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이라도 어디라도 찾아 나설까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오전 내내 그 미안함과 아쉬운 마음으로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할 수 없이 글을 남기므로 죄송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있을까 하릴 없이 끄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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