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빨리빨리?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영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84회 작성일 20-03-24 11:06

본문

빨리빨리?


   어떤 청년이 있다. 그는 아주 훌륭한 청년이었다. 누구나 선망하는 대학교를 졸업하여 내놓으라 하는 대기업에 입사하였고, 회사에서도 노른자라고 하는 기획실에 소속되어 있었다. 나이 30이 채 안 되었지만 연봉이 5천만 원이 넘었고, 회사에서도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전도양양한 청년이었다. 키도 180cm에 가까웠고 외모도 훌륭했다. 그는 모든 일을 계획적으로 하였고, 1분, 1초의 시간도 허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현재까지 성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느 토요일 오후 그는 친구로부터 어떤 여성을 소개받기로 되어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집에서부터 약속 장소인 L호텔 커피숍까지 자동차로 30분 걸리고, 지하주차장에서 내려 2층 커피숍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 10분, 혹시 길이 막힐 경우에 대비한 여유 시간 10분, 그래서 약속 시간 50분 전에 집을 나서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1분, 1초의 시간도 허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약속만 없었더라면 다른 친구와 함께 양수리에 가서 요트를 탈 것인데…. 그 친구가 다른 것 다 준비해 놓을 테니 몸만 오면 된다고 했는데…. 참 아쉬웠다. 그러나 여자와의 만남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 생각하였다. 좋은 여자만 나와 준다면….


   그는 오전 시간을 느긋하게 보내고, 점심 식사를 마친 다음 시계를 보았다.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군.” 그는 평소 읽고 있던 책 ‘30대에 10억 만들기’를 펼쳤다. 아주 좋은 내용이었다. 점점 책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지금 2억 모아 놓았으니까 책에 나온 대로 따라서만 하면 30대에 10억 만드는 것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문득 시계를 보았다. “아, 약속 시간!” 다행히 약속 시간 50분 전은 넘지 않았다.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차의 시동을 걸었다. “부르릉!” 얼마 전에 새로 뽑은 3,000cc급 자동차는 경쾌하게 시동이 걸렸다. 시간을 보니 약속 시간 딱 50분 전. “이제 떠나면 되겠군!”


   이날따라 거리에 차가 많지 않아 평소보다 차가 잘 빠졌다. ‘이런, 약속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하겠는 걸! 기다리는 동안 무얼 하지?’ 그걸 걱정하는 동안 차는 벌써 L호텔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는 잠시 망설였다. ‘미리 들어가 기다리는 것보다 밖에서 책이나 보고 정확히 시간 맞춰 들어가야지….’ 그는 L호텔 라운지 벤치에 앉아 책을 펼쳤다. 책은 아까 읽었던 ‘10억 만들기’ 바로 그 책이었다. 약속 장소인 커피숍은 라운지 유리창 안에 있었다. 출입문만 열고 들어가면 1분 안에 도착할 거리였다.


   그는 책을 보면서 가끔 고개를 들어 커피숍에 누가 들어오는지, 또는 누가 들어왔는지 유심히 관찰했다. 아직 약속 시간 10분 전. 소개해 줄 친구도, 소개받을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5분 전 어떤 여자가 들어왔다. ‘저 여자라면?’ 그러나 그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3분 전 친구가 나타났다. 조금 전에 들어왔던 여자와 아는 척 하지 않았다. ‘아이쿠 다행이군.’ 곧이어 한 여자가 들어왔다. “야!”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아주 예쁜 여자였다. 그 여자는 커피숍을 한 바퀴 돌더니 친구 앞에 앉았다. ‘야, 됐다. 저 친구, 좋은 친구로군!’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제 1분 후 저 여자 앞에 가서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그는 그렇게 하려고 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어 가는 것 같았다. 또 그렇게 되어야만 했다. 그는 커피숍 출입문 앞으로 다가갔다. 출입문을 열려고 했다. 출입문은 열려야 했다. 그러나 그 놈의 출입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 대신 이런 글자판이 걸려 있었다. ‘CLOSED(다른 문을 이용 바람)’ 그는 당황했다. 출입문을 급하게 두드렸다. 종업원이 다가왔다. 문을 열어 달라고 했다. 종업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한 쪽을 가리켰다. ‘돌아오란 얘기로군!’ 방법이 없었다.


   시간은 1분밖에 남지 않았다. 그는 종업원이 가리킨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코너를 돌아도 출입문은 나오지 않았다. 그는 다급했다. ‘내 생애에 이런 일은 없다. 이렇게 약속 시간 어기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 그는 나르다시피 뛰었다. 와이셔츠가 삐죽 나왔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약속 시간을 지켜야 한다. 처음 보는 그 여자에게 약속 시간 늦게 간다는 것은 첫 인상을 구기는 일이다. 코너 하나를 더 돌자 호텔 출입문이 나왔다. “됐다!”


   이제 30초. 아직 시간의 여유는 있다. 이젠 뛰지 말자. 그는 숨을 헐떡이며 종종걸음으로 커피숍에 들어가 그 여자 앞에 섰다. 10초 전. 성공이었다. 그는 친구에게 눈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역시 시간 맞춰 나왔군. 이제 서로 인사들 하지!” 친구가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인사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잠깐만요!” 그는 한참 뛰어 오느라 헐떡이던 숨을 참아야 했다. 이마에서는 땀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A는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았다. 물도 한 모금 들이켰다. 갑자기 소변이 마려웠다. 그는 친구에게 “잠깐만!”하며 화장실로 뛰어갔다. 화장실로 들어가며 그는 생각했다. ‘아무튼 난 약속 시간을 지켰어!’


   화장실 거울에 웬 이상한 사람이 나타났다. ‘저게 누구지?’ 와이셔츠는 삐죽이 밖으로 빠져나와 있었고,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었으며, 얼굴에는 땀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이상한 몰골의 사람이었다. 그러나 화장실에는 자기 말고 다른 사람은 없었다. ‘이런, 저게 나의 모습이란 말인가?’ 볼 일을 마치고 옷을 제대로 입고, 세수를 하고, 머리카락을 단정히 쓸어 올린 다음 화장실 문을 나왔다.

 

그는 친구 앞까지 왔으나 그 여자가 보이지 않았다. 친구에게 물었다.

“어디 갔어?”

“야, 지금 몇 시냐?”

“지금? 3시 15분.”

“야, 내가 약속 시간 잘 지키라고 했지? 그 여자는 그런 사소한 것에 목숨 거는 여자라니까….”

“나 약속 시간 지켰잖아?”

“이 놈아, 아까 온 게 그게 온 거냐? 지금 온 게 제대로 온 거지…. 에이 못난 놈. 굴러 들어온 복을 걷어차다니….”

그는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나는 시간 맞춰 들어왔는데….’


추천0

댓글목록

솔새님의 댓글

profile_image 솔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너무 완벽한 사람이었군요 자기가 처놓은 그물에 걸렸네요 그런 일이 있었다니
글 참 재밋었습니다

Total 1,664건 15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244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2 0 07-02
1243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0 0 06-29
1242 김춘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2 0 06-25
1241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6 0 06-23
1240 솔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 0 06-22
1239 영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7 1 06-22
1238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 0 06-22
1237 김영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7 0 06-21
1236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 0 06-20
1235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9 0 06-19
1234 영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5 0 06-19
1233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0 0 06-17
1232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0 06-17
1231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1 0 06-16
1230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0 0 06-15
1229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 0 06-12
1228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 0 06-12
1227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 0 06-12
1226 영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8 0 06-12
1225 ♤ 박광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9 0 05-30
1224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4 0 05-29
1223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2 0 05-21
1222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3 1 04-25
1221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 0 04-25
1220
기다림 댓글+ 1
영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9 1 04-23
1219
초록별 연애 댓글+ 1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5 0 04-22
1218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7 2 04-17
1217 영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2 0 04-13
1216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5 0 04-04
1215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0 2 03-2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