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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송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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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영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0회 작성일 20-03-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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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송



   “나는 바보다.”이런 소리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람 진짜 바보 아니야?”라며 비웃을 것이다. 요즈음은 보잘 것 없는 재주일지라도 포장을 잘 하여 실제보다 더 훌륭하게 보이려고 한다. 그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제아무리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고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 능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나 회사만이 비로소 제 값을 쳐 주기 때문이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과시하기에도 부족한 시대에 자기 스스로 바보라고 칭하다니 이 얼마나 바보스러운 일인가?


   요즈음 젊은이들은 때를 잘못 만났다고 한탄을 한다. 엄청난 고3 수험생 스트레스를 이겨 내고 대학 입학에 성공하지만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대학 생활의 낭만은 찾아볼 수 없다. 새내기 시절부터 졸업 이후의 문제를 걱정한다. 취업을 위해 대학을 다니는 동안 각종 인턴 체험, 공모전 참가, 자격증 취득, 해외 연수 등 스펙을 쌓아 두어야 한다. 합격 통지를 받지 못한 채 졸업 가운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고 나면 영락없이 취업준비생 신세가 된다. 취업준비생 보다는 자존심 상하는 알바 노릇을 할지언정 휴학생이라는 신분이 조금이라도 떳떳하기 때문이리라.


   대학교 문을 나선 졸업생이 취업에 성공하기까지에는 수많은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워낙 취업의 문이 좁다 보니 정확히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도 모르고 입사 공고만 눈에 보이면 문을 두드린다. 수십 차례 지원서를 내고, 그에 한참 못 미치는 수의 면접을 통과해야만 입사가 가능하다. 어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교를 졸업한 지 평균 1년 정도 지난 후에야 정규직 입사에 성공한다고 한다. 그런데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정규직으로 입사한 신입직원의 약 30%가 1년 이내에 다니던 회사를 나온다고 한다. 그토록 어렵게 입사의 문을 통과하고도 1년 이내에 회사를 그만 두고 나오는 젊은이는 바보일까? 아마 그 젊은이는 입사한 회사에서의 자기의 앞날이 밝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제 발로 걸어 나왔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 젊은이 스스로 ‘나는 바보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굳이 그렇지 않다고 반박할 필요는 없다. 그 젊은이는 적어도 자기 앞날을 내다 볼 정도의 생각은 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바보다.’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하고도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사람이 있다. 오래 전에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님이다. 추기경님은 자기 스스로 바보라 일컬으면서 그 이유로 “하느님은 위대하시고 사랑과 진실 그 자체인 것을 잘 알면서도 나 스스로는 그걸 마음 깊이 깨닫지 못하고 살았으니까”라고 설명하셨다. 격동의 한국 현대사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선지자로 사셨던 추기경님은 인생 말년에 별로 잘 그리지 못한 자화상을 그리시고 그 밑에 ‘바보야’라고 쓰셨다. 추기경님은 그 그림에 대해 “내가 잘 났으면 뭘 그렇게 크게 잘 났겠어요. 다 같은 인간인데… 조금 안다고 나부대고, 어디 가서 대접받길 바라는 게 바보지. 어이쿠, 그러니 내가 제일 바보스럽게 살았는지도 몰라요.”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추기경님은 ‘바보가 바보들에게’라는 잠언집도 펴내셨다.


   중학교 때 본 영화중에 ‘혹성탈출’이라는 영화가 있다. 1968년에 최초로 상영한 혹성탈출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그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만약 살아남은 최후의 문명인이 된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라는 생각에 빠졌었다. 그때 얻은 결론은 ‘결코 나 혼자서는 오래 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후 나는 내 가족과 내 동료와 내 이웃과 얼굴 모르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 세상에서 나를 뺀 모든 인간들이 사라져 버린다면 나는 과연 얼마동안 살 수 있을까? 현대 사회는 자급자족의 사회는 아니다. 현대인 중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열대 또는 아열대 지방에 사는 일부의 사람들 빼고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금 만들어져 있는 공산품들을 모두 써 버리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이상 삶을 이어가기 힘들 것이다. 내가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서 필수적인 지식조차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나는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 중에 바보 아닌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바보는 천재가 대답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묻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천재라 할지라도 그가 알고 있는 지식이라고는 살아오면서 남으로부터 배운 것과 스스로 경험하여 깨우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가 가지고 있는 지식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지식의 양은 엄청나게 많다. 이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이라고 한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양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지식의 양 중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모든 인간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라 할 수 있다.


   나는 바보다. 죽을 때까지 나는 바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만 다른 사람의 말에 겸허히 귀를 기울일 수 있고, 상대방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으며, 겉모습이 후줄근한 사람에게조차 고개를 숙일 수 있으리라. ‘나는 바보다’라는 생각은 ‘낮은 데로 임하소서’라는 예수님 마음을 실천할 수 있게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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