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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없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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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영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76회 작성일 20-06-2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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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이 없는 길

   요즈음 지구상에는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이 퍼져 온 인류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몇 해 전까지만 해도 100세 시대라는 노래가 널리 유행했고, 과학이 발달하면 조만간 120세까지도 살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당시  떠돌던 말 중에 88ㆍ99ㆍ23ㆍ4라는 말이 있었다. 건강하게(88하게) 99세까지 살다가 2 ~ 3일 아픈 다음 4일째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삶이라는 것이다. 병석에 누워 있는 2 ~ 3일 동안 남겨 놓은 짐을 정리할 수 있고, 그동안 맺었던 인간관계를 확인해 볼 수 있기 때문이리라.

   이 세상에 태어난 것들은 모두 죽는다는 것이 진리이다.  살아 있는 사람은 모두 죽음을 경험해 본 적이 없기에 평범한 사람들에게 죽어야 한다는 사실은 정말 살 떨리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누가 밤새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그 사람 참 고통 없이 죽었다'고 부러워하기도 한다.


   만약 나에게 나의 미래를 바라보는 눈이 있다면, 그래서 내일 내가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면 오늘 당장 나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아내와 아이들을 불러 놓고 나만이 알고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펼치면서 ‘이것은 내가 남긴 재산이고, 저것은 내가 누구로부터 빚진 부채이니 갚도록 해라. 또 이것은 이렇게 처리하고, 저것은 저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 등등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을 것이다.


   만약 내가 한 달 후에 죽어야할 운명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급한 대로 처리할 것은 처리해 놓은 다음 나머지 일은 남은 사람들에게 맡기려 한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 목적지 없이 자유로이 이 나라 이 땅을 돌아보고 싶다. 나는 젊었을 때 여행을 많이 다닌 편이지만 이게 마지막 길이라 생각하면 또 다른 느낌이 들 것이다.


   길은 끝이 없다. 가다가 막다른 골목이 나오면 돌아 나오면 된다. 젊었을 때 나는 지리산 등반길에서 길을 잘못 들어선 적이 있다. 새벽어둠이 남아있을 때 화엄사 계곡 어느 오솔길로 접어들었는데 마지막까지 올라갔더니 조그만 암자만 쓸쓸히 앉아있었다. 그 길은 등산로가 아니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돌아 나왔다. 내가 선택한 길이었으므로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그 날 오후에는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이미 지리산 종주 길에 들어섰기 때문에 가던 길을 돌아설 수는 없었다. 부랴부랴 제일 가까이 있는 산장에 가서 이른 저녁을 지어 먹었다. 사방이 어둑어둑해진 후에 산장 문을 열고 들어선 사람들은 눈을 흠뻑 뒤집어쓰고 있었다. 시절은 5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아침 산장 밖에는 하얀 신천지가 펼쳐져 있었다. 멀리 부드러운 지리산 능선이 눈에 들어 왔다. 아무 발자취 없는 눈길을 걷는 기쁨은 황홀하기까지 했었다.


   다행히 내 인생이 일 년 이상 남아 있다면 나는 여태껏 걸어왔던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와 좌절을 겪었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걸어온 길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걸어온 길의 방향이 올바른 곳을 향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길은 끝이 없다. 깊은 산 속 길이 끊긴 원시림을 만나더라도 나 스스로 새로운 길을 만들면 된다. 그 길을 가다가 쓰러지는 일이 있더라도 훗날 누군가가 나의 뒤를 따라올 것이리라. 그리고 더 앞으로 나아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으리라.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의 길을 걷고 있다. 마라톤 코스처럼 미리 정해 놓은 길이 아니라 사람 흔적 전혀 없는 지리산 원시림이나 아무 발자국 찍혀 있지 않은 깊은 산 속 눈길처럼 앞날을 내다볼 수 없는 길을 걷고 있다. 누구나 자기가 연출하는 연극의 주인공이라 하지 않는가? 비록 연극의 1막이 비극으로 끝났다 하더라도 2막, 3막은 happy ending으로 끝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일지라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걷다 보면 무엇인가 손에 잡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하여 오늘도 나는 끝없는 길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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