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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갈치 상자로 벤치를 만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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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6회 작성일 20-09-2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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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자랑하는 갈치 상자 벤치와 탁자에는 숙녀들을 앉힐 수는 없다 

매끈하게 사포질을 하지 않아 잘못 앉으면 스카프와 스타킹을 망가뜨릴 것이다.

그리고 갈치 비린내를 완전히 말려 없애지 않아서 파리도 날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벤치는 이 세상 어느 공원과 거리에도 마당에도 없는 것이다.

다만 내 마음 속에서 나와 내 마음속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것을 만들어 놓고는 집에 필요한 모든 가구들을, 경첩과 손잡이만 사면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시를 망치는 가장 큰 이유가 기성품을 닮으려 하고 기성품과 유사하지 않으면

잘못 된 것인가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벤치니까 일단 앉을 수는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당에 놓여야 하니까 비바람을 견딜 수 있어야 하고, 탁자니까 무엇을

놓을 수는 있어야하고, 의자에 앉은 내 무릎이 그 안에 들어 갈 수가 있어야 한다.

그 조건 안에서 갈치 상자로 만들든 대리석으로 만들든, 여유가 있으면 금으로

만들든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푹신하게 방석도 하나 놓고, 테이블 보를 깔 수도

있는 것이다. 꼭 좋고 나쁘고를 논할 것도 없이, 그것을 여러개 늘어 놓았을 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그기에 앉고 싶어 한다면 좋은 벤치인 것이다. 남들은 모두

대리석 벤치가 좋다는데 나는 어쩐지 갈치상자 벤치가 좋다면 그것은 나에게

좋은 벤치다. 장식은 화려하고 아름다운데 앉으면 한 쪽이 찌그러지고, 기지개

한번 켜면 망가진다면 그것은 누가 봐도 나쁜 벤치다. 그런데 시를 읽어서 그런

나쁜 상황이 오기란 쉽지않다. 서정주 같은 대 시인이 쓴 오장 마쓰이 송가 같은

시는 앉으면 다칠 수 있는 벤치다. 나쁜시란 이런 것이다. 그 나머지는 다 좋은

시일수도 있다. 갈치 비린내가 나고, 옷의 올이 나무 가시에 걸려 터져도

나에게는 좋은 벤치인 것이다. 아무리 읽어도 짧은 문장으로 행갈이만 한 감상문

일지라도 쓴 본인은 자신의 마음을 담아 준 고마운 시인 것이다. 남에게도 좋은

시였으면 좋겠다고 여긴다면, 사포질도 하고, 목재상에서 좀 더 비싸고 좋은 목재를

사고, 자로 재고 해야 할 것이다. 가령 말을 조심하라, 하면 시가 아니다.

그러나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하면 시다. 그리고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하면 시가 아니고, 참, 어처구니 없네, 하면 시다. 어처구니가 없으면

맷돌을 돌릴수 없기 때문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 막는다.  어쩌면 우리는 일상대화의 많은

부분을 시로 소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를 어쩌다 짬을 내어 각 잡고, 폼 잡고

읽고 쓰는 것이라는 생각은 도대체 누가 주입한 것일까? 어쩌면 한 소절도

우리 삶의 현장에서 꺼내어 쓸 수 없는 시는 오일장에 채소 팔러 나온 할머니들도

적재적소에 쓰 먹을 수 있는 속담보다 나을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참 어처구니

없네 하고 한마디만 하면, 니가 하는 행동이 이치에 맞나? 선은 이렇고, 후는 이렇고

이 모든 말들은 어처구니가 함축하고 있는 것이고, 비유, 은유 다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상황의 핵심을 찌르면서도 언어의 힘을 폭발적으로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시를

할머니들은 일상 생활에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갈치 상자는 조잡하고,  미적으로나 실용적으로나 허술한 구석이 너무 많다.

그러나 신춘문예 심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기시감, 이라는 조건에서 유리할 것이다.

아무리 봐도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뻔한 이야기는

나에게 좋은 이야기는 되겠지만 남에게까지 좋은 시가 되려면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담배는 해롭다. 꽃은 예쁘다 같은 백이면 백 볼 수 있고, 할 수 있는 말을하는 것은

시가 아니고, 몸에는 해롭지만 정신에는 이롭다 하든가, 꽃이 예쁘지만, 꽃이 오래 피어

있으면 열매가 맺히지 않는다 하면 시가 되는 것이다. 눈에 투시력이 생긴 것이다.

드러낸다고 시가 아닌 것이 아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을 드러내면 시가 아니지만

엑스레이로 찍어 내면 시가 된다.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것이 시의 역할이다. 말을 왜 조심해야하는지 구체적으로

이해 시킬 수 없어서,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고 하니까 실감이 나는 것이다.

비유 은유가 잘 보이는 것을 잘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믿는 것은 내 입장에선

이상한 일이다. 잘 보지 않으려면 왜 글을 쓰는가? 어처구니 없다의 새로운 시는

"헐! " 헐이다. 영화 엔딩에 청춘남녀가 해피엔딩이 되어서 아들 낳고 딸 낳고 사는 장면을

다 보여주겠는가? 그래서 영화의 해피엔딩은 대부분 시다. 여운이 오래 남게하는 장치가

대분분 숨겨져 있다. 영화 데니쉬 걸에서, 여자가 되려고 자궁 이식 수술을 받다 부작용으로

죽은 남편을 보내고, 남편의 고향 호숫가에서서 바람에 날려가는 스카프를 남편의 첫사랑이자

옛 친구가 붙잡으려 하자 게르다가 말한다. 

Let it fiy! 그냥 날아가게 내버려 두라는 것이, 상황이 일어나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뜻인지,

그가 자유롭게 내버려 두라는 것인지, 평생 남성의 몸에 묶여있던 한 여성의 영혼을 암시하는

스카프라는 물건에 주인공의 영혼이 담겨 있는 듯하다. 살아서 즐겨 그리던 고향 마을 호숫가

에서 그의 파란만장한 영화는 끝이 난다. 


가끔 찐빵에 안코가 없듯이 시집 속에 시가 없는 경우를 자주 본다. 

시는 바람에 날아가는 스카프 같은 것일수도 있다.

바람에 아슬아슬 날아가고 있는 그 장면이 시인데

그것을 잡아 버리면 축 늘어진 헝겊 조각에 지나지 않는 것,


나는 시를 쓰지만 인증 번호를 받지 못한 시를 쓴다.

나의 갈치상자 벤치처럼 나의 시는 거칠고 스타킹 신은 숙녀를 앉힐 수 없다.

그러나 나의 바램은 파자마 입은 그녀를 앉히는 일이다.

그녀가 단 한 번도 앉아 본 적이 없는 벤치를 만드는 일이다.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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