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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라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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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05회 작성일 20-09-2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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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이 온 마당을 휘감아, 온종일 불어대는 기상 나팔 소리를 듣는 것처럼 정신이 상그러워졌다. 

꽃이 귀하던 초 봄에는 그 모진 것이 싹이라도 내밀어 줄까, 가슴을 두근거렸는데 사람 정이라는

것이 이렇다. 얼마 전 고기를 구워 먹던 숯불에 장작 몇 개를 더 태우며 찰흙으로 빚은 여자 얼굴

화분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던져 놓았더니, 여자의 목인 밑받침이 조금 날아가고, 나중에 식혀서

여자의 얼굴을 손톱 끝으로 튕겨 보았더니 시중에서 파는 화분에서 나는 경쾌한 소리가 났다. 그기에

재미를 보아서 오븐렌지에 두어번 돌려 놓았던 길다란 토분을, 어제도 하나 올려 보았는데, 한 삼십분

잘 견디나 싶었는데 퍽 소리가 나며 박살이 나고 말았다. 친구가 아는 공방 선생님을 소개 시켜 준다고

그기 부탁해서 화분을 가마에 구우라는데, 나는 사실 내 실력이 창피하다. 깨지면 깨진데로 밤을 지새운 

수고가 아까워서 바닥과 모서리 파편들을 한데 모우고, 그기다 이전에 만들어 두었던 가위 바위 보 하는

검은 팔을 감싸 두었더니, 나름 화분이 되었다. 큰 아이가 차를 고치고 가져온 자동차 휠에 흙을 채우고 

작은 도자기 화분에 있던 동백을 옮겨 심었다. 아깝다 여기면 뭐든지 남은 구실을 하는 것이다. 초등 학교

스쿨 존에서 교통 정리를 하는 할아버지, 선생님이 아이들을 어떻게 돌보는지, 감시도 하고 놀아도 주는

할머니들, 가정 방문을 해서 치매 노인과 산책을하고 간호를 하는 요양보호사 할머니들, 그들을 아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면 그들이 필요한 것이다. 소라색 꽃을 탐해서 내버려 두었던 나팔꽃들을 몇 줄기만 남겨

두고 다 쳐내니 다른 꽃들이 한 결 여유가 있어 보이고 존재감이 있어 보인다. 한 송이에 여러 꽃이

색색으로 피는 이름을 알 수 없이 여름 내내 우리 마당의 여왕이 된 꽃에  짙은 갈색 호랑나비가 날개를

파르르 떨며 접신을 하듯 내려 앉았다. 무성한 수풀에 가리워 시들시들하던 맨드라미도 기를 좀 펴는듯 하다.

마당에는 두개의 수도 꼭지가 있는데 왼쪽 끝의 수도 꼭지에 호스를 연결 시키고, 그 중간 중간 화분이 있는

곳마다 가위로 칼금을 넣어서 물을 켜면 물이 새어서 분수가 되도록 만들었다. 그 호스는 고장난 실내 분수기

계단 위로 물을 흘려 보내는데, 시멘트로 만든 돌확에 고인 물을 고양이들이 마신다. 큰 아이가 생일 선물로

사준 장미를 옮겨 심기 했다. 뿌리와 화분 구멍에 철심을 박아서 분재로 키울 모양이였던 것 같다. 인간의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보는 취미를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육이는 화분이 비좁고 물이 부족하고, 척박하면

척박할수록 예쁘게 자란다는데, 나는 가급적이면 크고 넓은 화분에 옮겨 심어서 물도 자주 챙겨 준다. 인터넷

다육이 상점에 나오는 다육이들처럼 고운색을 띄지는 않았지만 햇빛을 많이 보고 바람을 많이 맞아서 아이들은

푸르고 건강하다. 식물이 행복한 모습을 보아야 나도 행복하다. 겨울이 오면 비닐 하우스를 만들어 줄 참이다.

겨울에는 꽃보다 황량이 운치가 있지만, 얼어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것이다. 왜 교회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를

들으면 약장사가 생각날까? 왜 마당의 꽃들처럼 저렇게 고요한 예배는 되지 않는걸까? 우리 시골 마을 끝에 있는

하얀 목조 건물은 교회다. 새들과 귀뚜라미와 풀벌레들의 아름다운 찬송을 말아 먹는 장날 약장사들의 소란이

거슬리는 것도 내 수양이 부족한 탓인가 한다. 코스모스가 참 예쁘다. 가장 자리가 연분홍이고 가운데가 하얗다.

 정지용의 향수에 나오듯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아내도 처녀 적에는 작고 가늘고 여렸다. 꺽으면 말라

죽을 것 같아 여러 밤을 함께 자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런 아내가 지금은 오늘 뽑아 버린 해바라기 보다

더 튼튼하고 어세졌다. 나 같은 어리버리한 놈이랑 살려면 드세져야 했을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참으로 자주

낭비하면서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에게만 아끼고 아꼈던 이 말을 내 죽을 때 해주고 싶다. 이번에는 노란 호랑나비가

봉선화 꽃에 앉았다. 아싸 호랑나비다. 물확에 불어가는 물동전은 여름 내도록 십원짜리 크기다. 물확을 하나 더 만들어서

금붕어라도 키워보고 싶지만 고양이들의 횟집이 될 것 같아 그만둔다. 불에 구운 여자의 머리 위로 자라는 저 다육이의

이름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원래 학명이 무엇이건 나는 저 다육이를 네페르라고 불러야겠다. 이집트 여왕 네페르티니를

닮은 얼굴 화분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다기 주전자에 구멍을 뚫어서 만든 화분에 흘러 넘치듯 자라는 저 것은 다연이라고

불러야겠다. 다른 녀석들의 이름도 천천히 지어야겠다. 이름이 그를 외롭게 만든다는 것 쯤은 나도 안다. 사랑스러운 식물들에게 외로움이라는 특별함을 선물하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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