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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상권 형을 애도하며/신팔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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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4회 작성일 20-10-17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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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상권 형을 애도하며

신팔복

상권 형의 부음소식이(2020. 4. 25.) 카카오톡으로 전달되었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어안이 벙벙했다.
‘아니, 이럴 수가?’ 보름 전에 내가 전화했을 때
“난 잘 지내고 있어.
전화해줘서 고마워.” 하시던 말씀이 떠올랐다.
점차 확산되는 코로나-19로 수필반도 개강을 하지 못해
형을 만난 지가 오래되어 안부전화를 했었다.
아마도 그때 입원해 있었던 것 같은데, 근황을 물었어도 난 괜찮다고 해서
그냥 집에서 잘 계시는 줄 알았다.
자세히 알아보고 문병을 가야 했는데, 한 통화의 전화로 다시 만날 수 없는
먼 이별이 되고 말았으니 정말 애달프다.

친구와 함께 예수병원장례식장으로 갔다.
하얀 국화송이에 둘러싸인 고인의 영정사진은 생시의
정답던 모습 그대로였다.
향을 피우고 술을 올렸다.
명복을 빌며 절을 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형과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내가 형을 처음 만난 것은 단풍이 곱게 물들어가던 때,
고창 선운사에서 있었던 2008년 대한문학제에서였다.
중절모자에 검은색 바바리코트를 입은 형은 날씬한 몸매에 영국 신사 같았다.
친절하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술자리에서도 호탕하게 웃으셨고 유머 감각이 넘쳐나 좌중을 웃겼다.
안골노임복지관에서 수필 공부를 할 때도 만나면 언제나 다정다감했고,
선배를 공경하고 후배를 배려하는 마음이 크셨다.

전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교직에 몸담아 2세 교육에 전념하셨는데,
자상하고 후덕한 인품이라서 제자 사랑도 남달랐을 것으로 생각된다.
교장으로 정년퇴직하시고 여러 가지 취미생활을 하셨지만,
그 중에 수필과 인연을 맺어 남다른 열정으로 좋은 작품을 많이 내셨다.
세상에 나온 두 권의 수필집 속에는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담담하게
엮어나간 삶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진솔한 내용과 인정이 담긴 글 속에는 항상 자기성찰이 먼저였고
남을 탓하지 않았다.
올곧은 성품에 강직한 면도 엿보였다.
아마도 평생 천주교란 큰 믿음 속에서 살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나는 형이 좋았고 작품을 읽으며 많이 배웠다.

오래전에 내가 논에서 콩을 거둬들일 때였다.
일이 좀 벅차서 전화했더니 시간이 있다며 당장에 달려와 도와주었다.
막걸리 한 잔으로 수고를 대신해 드렸지만, 호탕하게 웃으시며
오히려 나를 격려해주고 다독여 주셨다.
보기 드문 인정이라 매우 고마웠다.
말로는 쉽지만 남을 돕는다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이던가?
생각해 보면 자상했고 후배를 사랑하는 마음이 남달랐다.

여러 차례 문학기행을 다닐 때도 함께 어울려 술을 나눴는데
농담을 던져 여행의 기분을 한껏 북돋아 주었다. 강진
다산초당에 들렀을 때는 다산선생의 일대기를 엮은
책을 사주기도 한 다정한 형이었다.
술을 좋아하셨고 여러 사람과 어울려 지내는 분위기를 사랑하셨다.

수필 공부가 끝나고 모이는 ‘제3 강의실’을 만들어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눴으며, 후배의 이름 뒤에 '성! '이라는
호칭을 붙여 유행도 시켰다.
'상권이 성!' 하고 고인의 이름을 불러본다. 유명을 달리한 형은
대답이 없고 “어?” 하는 목소리가 환청인 양 들리는 듯하다.

이승의 삶이 그러했듯이, 하늘나라에서도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고
배려하며 행복한 삶이 이어질 것으로 믿는다.
형의 영전(靈前)에 머리 숙여 삼가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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