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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묘일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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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회 작성일 21-01-09 21:37

본문

사랑은 자꾸만 일을 벌이게 만든다. 근 한 달을 전기 장판에 달라 붙어 있다 싶이 했는데

어제는 자리를 털고 일어 났다. 사랑은 무슨 일이라도 벌이라고 사람을 일으켜 세운다.


캣타워! 바로 캣타워다. 집사들은 고양이가 행복해지는 상상을 하면, 자신들은 이미 행복하다.

봄 부터 늦은 가을까지 내게 무성한 기쁨과 풍요로움을 선물 했던 갈치 상자를 다시 떠올렸다.

봉선화와 메리 골드와 코스모스와 나팔꽃과 이름모를 꽃들이 갈치 상자의 비린내를 꽃 향기로

바꾸었다. 스치로폴과 프라스틱, 비닐, 유리, 쓸모를 다하고 버려지는 많은 쓰레기들이 차고 넘치지만

나는 어쩐지 나무가 쓰레기가 되어 버려지는 것은 아깝다. 다른 재료들은 1분만에도 컨베이어에

한가득 실려서 밀려 내려 오지만, 나무가 갈치 상자가 될만큼 자라는데는 최소한 10년은 걸린다.

내가 먹다 남은 음식을 아까워 하는 것은, 그 음식을 사는데 돈이 들었기 때문이 아니고, 음식이

되는 재료들이 한때는 모두  남의 목숨이였던 까닭이다. 그래서 고맙고 미안하고, 한 점, 한 톨이라도

헛되이 하는 것이 죄스러운 것이다. 같은 이유로 한 때 지구에 푸른 숨을 내뿜어주던 나무를 쓰레기로

만들지 않기 위해 화분도 만들고, 고양이 집도 만들고, 벤치도 만들어 나무에게 한 때 생명이였던 것을

보람되게 해주려는 것이다. 더 솔직하자면 나무는 아무리 갈치를 담고, 사과를 담고, 무거운 짐을 얹어도

가장 깨끗한 인공 소재들보다 아름답다. 때로는 아무 가공을 하지 않은 나무 둥치가 갖가지 무늬를 새겨 넣은

하이그로시나 프라스틱 보다 고급스럽다. 나무의 질감과 무늬를 그대로 살린 가구들은 몇 백 년이 지나도

가치가 뛰면 뛰었지 내려 앉지는 않는다. 그러나 더 솔직하자면 갈치 상자는 우리 동네 마트 쓰레기장에서

공짜로 가져 올 수가 있다. 그리고 이미 만들어져 있는 형태를 살리기만 해도 제작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있다.


이전에도 못 쓰는 책꽂이나 가구들을 이용해서 캣타워를 만들다가 도무지 주변의 다른 가구들과 어울리지를 못해서 

버린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파는 캣타워들을 꼼꼼히 살펴 보았다. 모방만큼 능력있는 선생님이

없다는 걸 알며서도 자신만의 창조물에 들뜬 사람들은 도무지 차분히 배우지를 못한다. 처음의 구상은 갈치 상자를 하나는

길게 가로로 놓고, 또 하나는 세로로 놓고, 그렇게 아래 위가 엇갈리게 천정까지 세워서 봉순이를 구출하느라 톱으로

구멍을 뚫어놓은 천정까지 가릴 생각이였으나, 막상 세워놓고 흔들어보니, 고양이가 다 자랐을 때의 무게를 견딜만큼

튼튼하게 느껴지지를 않았다. 그리고 상자들을 이리 쌓고 저리 쌓고 하다보니, 고양이와 내가 한 공간을 쓰게 되면

내가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면서도 고양이의 늘어져 자는 모습이나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캣타워와 책상을

겸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상자 두 개를 멀찍이 세워서 그 위에 바닥을 뜯어낸 상자 둘을 나란히 가로로 세우고,

그 아래 가로 칸막이를 뜯어낸 상자를 뒤집어 놓고, 또 하나의 상자로 선반을 만들어, 캣타워에서 선반으로 고양이가

올라갈 수 있게 만들었다. 선반에는 아이가 입지 않는 털옷을 나사못으로 박아 쿠션을 만들고, 한쪽 면에는 삼끝을 칭칭

감아 스크레치를 만들고, 노트북을 놓기로 한 면에는 뜯어낸 밑판을 길게 놓아서 일층에서 이층으로 뛰어 올라가는 발판을

만들었다. 한쪽 면에는 가느다란 삼끈에 공과 집게들을 매달아 고양이가 장난을 칠 수 있게끔 했고, 내가 발을 놓는 공간에는

커다란 쿠션을 둥글게 말아 끼워넣고 고양이가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대충 형태를 잡고, 방으로 끌고 들어왔는데

십분도 되지 않아 괜히 만들기 시작했다는 후회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마당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엄청난 갈치 비린내가 온 방을 폭발 직전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사포질을 하고, 나사못을 박고, 손에 나무 가시가 박혀가며 낑낑거린 것이 아까워

당장바깥으로끌어내지도 못하고, 한참을 망연자실하며 앉아 있다, 혹시 아크릴 물감을 칠해버리면 좀 낫지 않을까 싶어 프라스틱 쓰레기 받이를 파레트 삼아 지난 여름 화분을 만드는데 다 쓰고 한개 밖에 남지 않은 빨간색 아크릴 물감을 칠했다. 그것도 모두 빨간색으로 칠하면 괴기스러운 분위기가 들것 같아 나뭇결이 예쁜 조각들은 칠을 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봉달이는

붓이 목재에 쓱쓱 닿는 소리를 듣고 달려와 아직 마르지도 않은 목재에 앞발을 갖다대며 붓을 잡으려고 헸는데 빨간 물감 한 점이 페티큐어를 칠한 듯 앞발에 묻었다. 그런데도 냄새는 가면 갈수록 밀도 높게 방안의 공기를 장악해가는 것 같았다. 싱싱한 갈치 비린내라면 좀 견딜만 할텐데, 냉동 시켰다 해동을 시켰을 갈치 비린내는 철철 내장이 내려 앉는 상태를 연상 시키며 거의 홍어 냄새에 가까웠다. 분명 아내가 문을 열어보면 기겁을 할 냄새였다. 아니나 다를까 고구마를 삶았는지 몇 알 가지고 내 방에

들렀던 아내는 코를 부여잡고, 이런 물건 방에 들이면 재수 없다며, 당장 치울 것을 강권했다. "진짜 내가 못살아~~, 캣 타워가

필요하면 하나 사면 되지, 당신이 무슨 공예가라고,..진짜 돌겠다" "됐어, 나가! 그냥, 냄새는 하루 지나면 괜찮을거야. 맡아도

내 방이니까 내가 맡을테니, 당신은 이방에 절대로 오지마!" 아마도 아내는 두고두고 내가 괴짜라는 것을 나에게나 다른 사람에게 상기 시킬때, 오늘 내가 만든 갈치 상자 캣타워를 들먹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캣타워 위에 노트북을 놓고  영화도 보고 시도 쓰고, 내 발밑의 방석에 달팽이처럼 또아리를 틀고 잠든 봉달이를 내려다보며 냄새 같은 건 무시하고 앉았다. 그런데 심해도

심해도 너무 심하다. 추워서 난로를 켜면, 온기로 인해 공기 운동이 빨라지는지, 홍어와 여름 장화에서 꺼낸 발냄새와 고양이 똥냄새를 합해서 일주일 동안 썩힌 냄새가 난다. 그래도 나는 색칠을 해도, 마트 쓰레기장 벽에 쌓여 있던 흉물스러움의 2%는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는 나의 핸드 메이드 캣타워에 흡족해서 사진도 찍고 이단에서 선반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만들 생각으로

머릿속을 채우고 있다. 냄새가 제풀에 사라지던지, 내 후각이 마비 되던지, 결단이 날뿐, 아내의 바램처럼 내가 이 재수 옴 붙은

창작물을 바깥에 내놓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다행히 봉달이도 대만족인지 만들자 마자 1단 방석에서 쿨쿨 자더니, 이단, 삼단 선반 차례차례 올라가보기도 한다. 옛 사람들은 특별히 공방이나 수예점 같은데를 다니지 않아도 옷이나 가구나, 심지어 집도 스스로 짓고 만들어 살았다. 그런 제품들은 기성 제품처럼 매끄럽고 정교하지 않는데도, 세월이 흘러 지금 보아도 정감이 가고

소박하고 따뜻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그때 쯤이면 이 엄청난 갈치 비린내도 없어지고, 무슨 용도인지 짐작하기 힘든, 구석구석 어떤 사람의 눈길과 붓길이 지나간,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물건이 되어 있을 것이다. 설령 봉달이 살아 생 적에 이 갈치 비린내가 사라지지 않는다해도 나는 오늘 내가 봉달이에게 바친 수고를 져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갈치 비린내는 독해도 너무 독하다. 계단은 새 목재를 사다가 만들어야겠다. 갈치 상자를 한 개만 더 이 방에 갖다 넣어도 봉달이와 나는 질식하고 말 것이다. 여름이 더디게 오길 바랄 뿐이다. 캣 타워가 플라이 타워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여름이면 플라이 타워가 될지도 모르는 이 캣타워를 만드느라 흙에서 창조되면 지면 위로 솟아 오른 아담처럼

나 자신을 전기 장판에서 일으켜 세웠다. 아주 오랫만에 무엇인가를 해야 겠다는 의지가 내 안으로 솟아 오른 것이다. 그 의지ㅇ는 순전히 봉달이의 창조물이다. 내 마음은 봉달이에 의해서 태초의 아담처럼 바닥을 떨치고 일어났다. 캣타워가 완성되고 나니

캣타워가 다른 물건들과 어울리지 못할까봐 벗어 놓은 옷가지와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패트병과 맥주캔과 쓰레기로 엉망이 되어 있던 방을 깨끗히 치우고 정리 했다. 하나를 시작하면 열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언젠가 아내에게 이 캣타워가 재수 없는 물건이 아니라 나에게, 더 나아가서는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행운이 시작되는 물건이였음을 알게 해주고 싶어졌다. 난로의 열이 방안의 공기를 운동 시키듯, 사랑이 가진 열기 또한 사람의 내면과 외면에 운동을 불러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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